아! 중국상술, 1/3씩 깎아도 왠지...

[중국배낭길라잡이] 실전편 2월 7일-양삭에서의 첫날

등록 2005.06.27 15:37수정 2005.06.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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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날씨 우중충, 아침에는 실비, 오후에는 잔뜩 흐림

기침하는 소리에 깼다. 에고 추워라! 애한테 조용히 하라고 다독이는 소리가 들린다. 흠! 같은 방 쓰는 날 배려한다고 저러는 건가? 괜히 숨소리도 안내고 누워있었다. 오줌 마려운데도.


알배긴 종아리가 이제는 근육통으로 발전한다.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점점 심해진다. 소시적에는 구례에서 노고단 뱀사골 30여km를 하루에 주파하기도 했는데, 물론 다리가 풀려서 고생바가지였지만, 겨우 하산길 몇 km 걸었다고 이러니 괜히 슬퍼진다.

가져온 커피 한 봉지 타서 길가 의자에 앉아 무료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봤다. 그래 이슬비도 오는데 오늘은 정말 푹 쉬자.

(필자주: 여행일정 짜실 때는 꼭 10일에 하루, 이틀 정도 예비일을 넣어두시길 바랍니다. 시간 단위로까지 여행 일정을 짜시는 분도 계시던데, 단기여행이라면 모를까 한달 정도의 장기여행에서는 날씨, 교통, 기타(빨래라던가) 돌발변수가 생길 수가 있으니 예비일을 처음부터 넣어서 일정을 짜시기 바랍니다.)

a 날씨가 이래서. ^^: 하루 휴식

날씨가 이래서. ^^: 하루 휴식 ⓒ 최광식

2시간 정도 앉았다가 PC방에 가서 일기예보를 찾아보니 이런, 양삭은 일주일동안 비(小雨)란다. 다음 일정인 장가계도 찾아보니 이런 이런 거긴 제법 많은 비(大雨)다.

(필자주: 특히 산에 오르시는 분들은 미리 날씨를 확인하셔서 일정을 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입니다. 보통 일주일 정도까지 확인가능합니다. 중국어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으니 한번 해보시길. http://www.t7online.com/China.htm )


휴~ 하루 이틀이라면 어떻게 일정을 조절하겠지만 일주일은…. 짭! 정말 '날씨'는 '여행운'이다.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 달 뒤 날씨도 미리 알 수 있는 사이트 없나?

자전거 빌리는 데서 한참 고민.(하루 10위안 MT, 일반자전거는 5위안, 8위안, 가이드비는 하루 20위안)


a 자전거 빌리는 데 10위안입니다. 우천시는 우의도 무료제공입니다. (저번에 사용한 사진이라 죄송합니다.)

자전거 빌리는 데 10위안입니다. 우천시는 우의도 무료제공입니다. (저번에 사용한 사진이라 죄송합니다.) ⓒ 최광식

우의도 없이 어설프게 우산 하나 들고 갔다가 실비에서 가랑비로 변하면 완전 생쥐되는데….

흠! 어디로 갈꺼나? 어디로 갈꺼나?

어디로 갈거나 (중모리) 김영동 글.곡

1. 어디로 갈거나 어디로 갈거나 내 고향 찾아서 어디로 갈거나
이 강을 건너도 내 쉴 곳은 아니오 저 산을 넘어도 머물 곳은 없어라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고향은 어디에 어디에 있을까

2. 어디로 갈거나 어디로 갈거나 내 고향 찾아서 어디로 갈거나
흰구름 따라 내일은 어디로 달빛을 좇아 고향 찾아 간다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고향은 어디에 어디에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지만 배가 고프다. '서가(西街)' 시작하는데서 계림쌀국수 발견. 한 그릇에 3위안이다. 아침 겸 점심으로 한 그릇. 찻물에 삶은 계란은 1위안이나 받는다. 안 먹어! 비싸!

어제 산 배를 들고 다시 커피 한잔 타서 숙소 앞 길가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 구경.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광동어인지 홍콩 말인지, 독일어, 영어, 그리고 구분 불명의 수많은 외국어들…. 온갖 종류의 피부색이 가진 사람들이 지나간다. 흠! 그냥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과거 번잡했던 이태원거리 같다.

앞의 그림 파는 곳에서 그림 하나 살까하고 물어보니 너무 비싸다. 50위안이나 부른다. 다시 의자에 앉으려니 한국 아주머니 한 분이 가족과 실크손수건을 들고 한창 흥정 중이다. '35위안!' 주인아줌마가 부른다. 훗! 웬 바가지. 그냥 지나가려는데 한국 주부의 말이 귀에 걸린다. '실크가 왜 이렇게 싸!'라는…. 지나가면서 훈수. '많이 깎으세요. 부르는 가격의 삼분의 일이 적당합니다'라고.

'어머 35원의 삼 분의 일이면 얼만가?' 한국 아주머니의 놀라운 속산 능력을 등 뒤로 한 채 배 깎아먹는데 열중.('중국의 상술편'을 기억하시라.)

아는 아가씨에게 선물 사주려고 괜찮아 보이는 긴 스카프 한 장 고르고 물어보니 '120위안!' 부른다. 훗! 다시 의자에 앉아 관찰. 서양아주머니 한 분이 열심이 깎아서 내가 고른 것과 같은 걸 '60위안'에 구입한다. 아무리 실크라도, 알고 보니 실크는 30%, 너무 비싼 거 아닌가? 하고 계속 관찰.

a 상인이 처음에 120위안 부른.. 결국 30위안에 구입

상인이 처음에 120위안 부른.. 결국 30위안에 구입 ⓒ 최광식


a 상인이 처음에 35위안 부른, 8위안에 구입. 자나깨나 바가지 조심!!

상인이 처음에 35위안 부른, 8위안에 구입. 자나깨나 바가지 조심!! ⓒ 최광식

다시 가서 물어봤다. '나 많이 살건데 을매?', '45위안' 부른다. 흠. '120위안'이 '45위안'으로 내려왔군. 흠! 120위안의 1/3이면 40위안이 적당한데. 다른데 이쪽저쪽 물어보니 '50위안' 부른다. 그럼 '30위안' 정도가 맞겠군.

아까 한국아주머니가 구입한 손수건을 들고 물어보니 '12위안'이란다. 흘 '12위안' 부른 걸 3배나 바가지를 씌우다니 '8위안!' 하니 고개를 흔든다. '다섯 장 살게!'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35위안'짜리를 '8위안'에 샀지만 더 깎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 중국제자들이 3학년 8명, 2학년 10명이라 좀 많이 사야한다. 5위안 부른 동전지갑 2개에 5위안, 15위안 부른 조금 긴 실크스카프는 10위안 부르니 울상이다. 이건 좀 비싼 거란다. 믿어 말어! 약해지는 나. 예쁜 여자한테는 늘 약하다. 크음!!

결국 12위안짜리 4장, 8위안짜리 5장 그리고 아까 숙소 앞 스카프집에서 '120위안' 부른걸 물어보니 '45위안' 달란다. '싸게!' 하고 물으니 '35위안' 부른다. 흘! 30위안 줬다.

48+40+30=118.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더니 알려준다. '110위안!' 침묵 후에 고개를 끄덕인다. 흠! 너무 깎았나? 약간 찔리기도 한다. 동전지갑 얼마냐니까 8위안 부른다. '7위안' 3개 사고 '20위안' 줬다. 5위안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짐보따리 들고 다시 숙소로. 숙소 앞에는 두 군데 스카프가게가 있는데 오른쪽이 아까 '120위안' 부른 황당한 데다. 왼쪽 가서 막 30위안에 구입한 똑같은 걸 들고 물어보니, 주인장 내 짐보따리에서 같은 스카프가 있는 걸 보고는 '26위안'이라고 부른다. 이런 이런 또 뒤통수로 더 깎을 수 있구나하는 허무한 아니 허탈한 예감이 흐른다. 짭! 결국 숙소 앞 의자에 앉아서 '20위안'에 사는 사람을 보고는 그 유명한 '중국상술'-좋게 말하면-에 새삼 감탄.(기념품은 꼭 몇 군데 비교하고 깎고 또 깎아서 구입하시길.)

다시 PC방에서 날씨 확인, 혹시나 몇 시간동안 기압골이라도 변했을까 하는 근거없는 기대와 사실 비오는데 할 일도 없고 해서, 늘 지기만 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 두 판하니 5.5위안 나왔다. 돌아오다 보니 '포장마차'에서 쌀국수를 판다. 곱빼기가 3위안이다. 앞에 닭다리가 있길래 주문. 다리 한 쪽에 6위안이다. 왼쪽다리인가? 오른쪽 다리인가? 하는 쓸데없는 추측 후에 계란도 하나 추가!

a 저는 포장마차를 좋아해서.. 종종 이용합니다. ^^

저는 포장마차를 좋아해서.. 종종 이용합니다. ^^ ⓒ 최광식


a 기억나시죠.. ^^ 음식시키는 방법1.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조금만 위생조건을 낮추시면 다양한 먹을거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기억나시죠.. ^^ 음식시키는 방법1.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조금만 위생조건을 낮추시면 다양한 먹을거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최광식

가이드가 있길래 리강투어 물어보니 50위안이란다.(선박투어는 보통 200~220위안(싱핑(흥평, 興平) 출발), 계림 출발은 400위안이다. 점심 제공.)

양삭에서 출발하는 건 40위안에도 가능하다고 알았는데. 짭! 몇 군데 더 확인하니 전부 '50위안'이라고 깎아줄 수 없단다. 흠. 담합인가?

먹고살자고 좋게 표현하면 열심히, 나쁘게 말하면 계속 추근대는, 호텔 '가이드 장'을 위해 맥주 한 병 쐈다. 사와서 먹으면 3위안인데 호텔에서는 7위안이다. 2병 시켜서 나눠먹었다. 나 같은 왕소금(?) 배낭여행객이 없는 살림에 한 턱 쏜건데 이 녀석이 자꾸 가라오케로 들어가잖다. 가라오케 들어가면 맥주를 12위안 받는데 야가….

a 계림 명물 '리춘' 맥주입니다. 병당 3위안

계림 명물 '리춘' 맥주입니다. 병당 3위안 ⓒ 최광식

한국에서야 한 병에 3000원이고 요즘은 환율도 좋아 130원이니 한 병에 한국돈 1500원꼴이니 그리 비싼 축에도 안 들어가는 거지만, 거기다 가라오케 이용료도 들어있으니 한국에 비하면 싸도 한참 싼 거지만 버뜨~ 나야 배낭여행객이고 중국에서는 중국사람처럼 먹고 자고 마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아니던가?

'마! 이 형아가 너한테 인심 많이 쓴 거야! 얌마! 어제도 아픈 다리 끌고나가서 3위안씩 맥주 사와서 마신 사람이야'라는 긴 중국어를 하기 귀찮아서, 또는 몰라서 '그냥 앉아서 행인들 보는 것이 좋아!'라고 했다. 짭! 보통 3~6병이 기본인데….

폭죽 터지기를 기다리며 방에서 일기를 쓴다. 내일이 설날 '춘지에'인데 어찌 너무 조용하다. 흘..(후기: 하루를 착각했습니다. ^^)

<2월 7일 사용경비 내역>

ㅇ 이동비 : 없음
ㅇ 교통비 : 없음
ㅇ 숙박비 : 어제 냄
ㅇ 식 비 : 13위안
-아침 : 커피로 때움
-점심 : 계림 쌀국수 보통 3위안
-저녁 : 계림 쌀국수 큰그릇 3위안 + 닭다리 한쪽 6위안 + 계란 1위안 = 10위안
ㅇ 관람비 : 없음
ㅇ 잡 비 : 맥주(14위안) + 인터넷 1시간 2위안 + 인터넷 5.5위안 = 22위안

ㅇ 총 계 : 35 위안

* 쇼핑비용은 제외했습니다. 여행경비와는 별개의 건이라.
* 계산편의를 위해 사사오입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읍니다. 현장감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 같아서. ^^; 

ㅇ 중국돈 1위안은 여행시 한국돈 130원 정도입니다.

덧붙이는 글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읍니다. 현장감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 같아서. ^^; 

ㅇ 중국돈 1위안은 여행시 한국돈 130원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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