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저널에서 게이트키퍼가 필요할까?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분투기 (53)

등록 2005.06.28 10:39수정 2005.06.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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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6월 24일, 25일 양일간 진행된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 포럼 2005'는 온라인상에서 자주 접했던 이름들을 실제로 만나고 많은 귀동냥을 할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오픈소스 저널리즘 위키뉴스, 위키피디아의 성공 따르려나

그중 나의 흥미를 끈 주제는 모든 사람이 편집에 참여할 수 있고 수정이 가능한 개방형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성공모델을 뉴스에 접목하고자 시도한 위키뉴스의 사례였다.

위키 뉴스의 창립자 에릭 뮐러씨가 직접 시연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수정할 수 있는 편집(edit)'란과 틀렸다고는 생각되나 확실치 않은 것에 대해 기술할 수 있는 '토론(discussion)'란, 그리고 이러한 진행과정이 모두 기록되는 '역사(history)'란 등을 통해 실명으로 등록한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명 오픈소스 저널리즘인 위키뉴스의 전 과정을 보여주었다.

백과사전과는 다른 뉴스의 편집

매우 흥미로운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발표를 듣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객관적인 사실과 지식만을 중시하는 백과사전과는 다르게 팩트(fact)를 기반으로 하기는 하지만 일정 부분 이를 작성하는 기자의 의식의 테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획기사나 평론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들이 수정을 가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 식의 편집이 과연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취재와 편집이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위키뉴스와 모든 사람이 기사를 작성하지만 뉴스가치(news values)에 대한 안목을 가진 전문 게이트키퍼(gatekeeper)에 의해 몇 차례 걸러지는 <오마이뉴스> 중 어떠한 형태가 미래의 온라인 저널리즘에 더 적합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저널에서 게이트키퍼의 필요성

마침 이런 와중에서 네덜란드 출신 기자의 질문이 머리 속에 들어왔다.

대략 전문편집인이 시민기자의 기사를 다듬는다는 것은 곧 기존 매체의 게이트 키핑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내용의 꽤 예리한 질문이었다.

그 질문의 예리함에 비해 "이야기를 취재(cover)하는 것과 공유(share)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말한 클라이드 벤틀리 교수의 대답조차 얼핏 평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 게이트 키퍼(gatekeeper)는 과연 필요한 존재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앞의 네덜란드 출신의 기자가 말한 질문의도처럼 진정한 '시민 저널리즘' 혹은 '개방형 저널리즘'이 되려면 취재와 편집이 누구에게나 모두 열려 있어야만 특정 이데올로기 혹은 광고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가능성에서 원천적으로 자유로운 진정한 시민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주장의 취지는 얼핏 바람직하게는 보이지만 온라인 저널리즘의 현실태를 보았을 때 적용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궁극적으로 위키뉴스의 지향점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건이 일어나는 즉시 사건을 보도할 수 있는 속보성에서 남다른 강점을 살린 통신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위키뉴스에서 시민참여 개방형 저널리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어떤 신문이든 RSS(Rich Site Summary)를 끌어다가 제목만 훑어내려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대충 알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 중립성과 객관성이라는 기준으로 서로 다른 성향의 수많은 사람들의 편집을 마구 거친 결과 글쓴이의 특정 색깔이 사라져버릴 우려가 있는 스트레이스성 뉴스에 가뜩이나 입맛 까다로운 네티즌들이 매력을 느끼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뉴스 생산자로서 게이트키퍼와 뉴스화 시키는 게이트 키퍼

게이트키퍼의 성향은 바로 그 언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지향점을 나타내고 있다. 그 성향에 따라 각 언론들은 보수니 개혁이니 중도니 하는 자기만의 특성화된 옷을 각각 갈아입게 되는 것처럼 인터넷 신문도 개인 블로그나 모든 뉴스의 집합장인 포털이 아닌 이상 이러한 면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온라인 저널리즘 상에서의 게이트키퍼는 그렇게 쉽게 사라질 대상이 아닌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현재 시민기자의 기사를 일정 기준에 의해 편집하고 다듬는 <오마이뉴스>와 기존 언론의 차이는 무엇일까?

다시 클라이드 벤틀리 교수의 대답에 기초해 생각해본다.

기성언론은 일정한 기준에 따른 취재를 통해 뉴스를 생산해내지만 <오마이뉴스>는 개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열망을 다듬어 뉴스화 시킨다는 것이 아닐까?

결국 양자 모두 게이트키퍼가 존재하지만 뉴스 생산자인 게이트키퍼와 일반적인 이야기를 뉴스화시키는 게이트 키퍼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시민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오마이뉴스>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분투기53번째 이야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분투기53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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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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