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활용 전략과 연정은 선거레이스 완주 '엔진'

[정치 톺아보기 98] 노 대통령의 "정책의 지자체 선거 활용" 발언

등록 2005.07.20 15:38수정 2005.07.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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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시점이 되면 당에서 주도하는 모양이 되도록 하라. 대통령 보고회에 당의 인사들도 참여시켜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당으로 이관되는 방안을 검토하라. 컨셉(개념)을 잘 살려서 내년 지자체 선거시 활용하라."

"이런 정책은 당과 함께 가야 할 정책이므로 당이 참여하도록 해서 당이 전략적으로 쟁점화하고 이슈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와 같은 시기에 당이 전략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얼핏 들으면 이해찬 국무총리가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공식 회의체인 고위 당정협의나 금요일에 열리는 비공식 회의체인 당·정·청 11인 회의에서 했을 법한 발언들이다. 그러나 이 발언은 총리의 발언이 아니라 '국내정치는 총리에게 맡기고 중장기 국가전략과제에 몰두하겠다'고 선언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발언들이다.

정부는 '사전 선거운동 엄벌' 외치고 대통령은 지방선거 준비 앞장서 독려

더구나 대통령의 발언은 지방선거를 1년 가까이나 앞두고 한 얘기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가관리를 담당할 정부는 '사전 선거운동 엄벌'을 외치는데 청와대 내에서는 벌써부터 암암리에 지방선거 준비를 대통령이 앞장서 독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겨냥한 ▲청와대의 '맞춤형' 정책개발 ▲당에의 '토스' ▲당이 주도하는 선거공약 발표로 이어지는 치밀한 선거전략을 청와대 참모들에게 직접 주문한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정책의 당정 일체'다. 그러나 그렇게만 해석하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

그점은 이처럼 정책개발과 지방선거의 연계 및 공약화를 독려하는 노 대통령의 발언들이 한번도 공식 혹은 비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소개된 적이 없다는 데서 드러난다.


국민 누구에게나 좋은 정책이라면 청와대로서는 이를 숨길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 좋은 정책을 기자들에게 친절하게 소개하고 널리 홍보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이는 청와대에서도 노 대통령의 '지방선거 활용' 전략 발언이 외부에 공개되었을 경우, 선거개입 및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벌어질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노 대통령의 '정무 개입'은 최근 이른바 '민심 청취 16개 시·도 순회간담회' 개최와 관련, 한나라당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김두관 대통령정무특보의 행보와 맞물려 더 논란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의 연정론(聯政論)과 맞닿아 있는 '지방선거 활용' 발언

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들에게 이처럼 '지방선거 전략의 당정 일체'를 지시하는 사이에 '리틀 노무현'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김두관 정무특보는 "별정직으로 정당에서 청와대에 온 분들 중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고 전제하고 "청와대 행정관, 비서관 중에서 (내게) 자문하기에 '늦게 정리하고 가면 힘들다"면서 "1년 전부터 준비해야 하니 빨리 나가라'고 (조언)했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등 청와대 직원들의 지방선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예를 들어 '지방선거용으로 활용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결과적으로 각 지방에서 주도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런 쪽의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시인하면서도 "현재 청와대는 컨셉만 제시하고 건교부에서 연구중이기 때문에 한참 뒤에 정책 입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참 뒤에'라는 말은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건교부에서 주도적으로 정책을 개발해 당정협의를 통해 당에 토스한 뒤에 당에서 선거공약으로 발표하는 형식을 취할 것임을 시인하는 꼴이다.

이와 같은 노 대통령의 '지방선거 활용' 발언은 자연스레 연정론과 맞닿아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은 '지역구도 해체'라는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그뒤에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라는 실리를 숨기고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이었던 것이다. 그점은 이미 언론에 의해 간파되었다.

"결국 이와 같은 정황증거에 비추어볼 때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은 '지역구도 해체'라는 명분 뒤에 내년 '지방선거 승리'라는 실리를 숨기고 있는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계산은 현재 지역구도에 균열을 내놓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할 것이 뻔하고 그리되면 2007년 대선도 어렵다는 노 대통령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당 관계자 "연정론을 계속 띄우는 것은 결국 지방선거까지 가져가겠다는 것"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자 '정치 톺아보기' 기사('노무현 연정론'의 겉과 속)에서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지역구도 해체'와 '지방선거 승리'라는 장단기 목표를 갖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그 근거로 노 대통령이 처음 연정 구상을 당·정·청 11인 회의에서 꺼낸 지난 6월부터 그동안 손을 놓았던 '정무'(政務)에 직접 개입하고 나선 '정황증거'를 제시했다.

우선 노 대통령은 지난 6월부터 전에 없이 당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등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무적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이때 국정상황실에 강원택 교수의 책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를 요약한 보고서('대통령과 국회, 갈등 해소방안 모색')를 제출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정무비서관실에는 "대통령과 당의 정책갈등 사례를 검토하라"고 지시를 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당·정협의와 관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세를 낮추고 당을 존중하고 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청와대에 당을 리드하는 '선도적 정책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청와대가 선도적으로 정책을 개발해 당·정 협의 때 자연스럽게 당에 '토스'해 당의 지방선거 전략에 맞춰 당에서 발표하는 방식을 취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증언'은 여권 내에서도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연정론을 계속 띄우는 것은 결국 지방선거까지 가져가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지방선거가 되면 어차피 한나라당은 싸워야 하는 상대이고, 연정을 통해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과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방선거에 지면 바로 레임덕이 현실화되고 청와대는 '흉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삼복더위에 상대가 싫다는 데도 노 대통령과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역구도 해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굳이 "손을 잡자"면서 연정론의 불씨를 살리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노 대통령의 지방선거 활용 전략과 연정론은 내년 지방선거 레이스를 완주할 당정 일체의 '엔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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