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사금파리 부여잡고 2부 115

참혹한 결전

등록 2005.07.26 17:04수정 2005.07.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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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올의 명령과 함께 몽고병들이 괴성을 지르며 목책이 치워진 공간을 가로지르며 조선군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수 십 명의 몽고병을 둘러싸고 분풀이를 하기에 바빴던 조선군들은 땅이 흔들거리는 것만 같은 말발굽 소리에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침착하라! 진열을 갖추어라!"


최효일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호령에도 불구하고 조선군은 어찌 할 바를 몰랐고 그런 조선군들 사이로 몽고 기병들이 섞여 들어가 기다랗고 굽은 칼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말 위에서 휘두르는 칼의 위력에 보병 일색인 조선병사들은 일방적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서라! 전열을 갖추라!"

최효일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 어떻게 열과 오를 맞출 기색이라도 보이면 몽고기병들이 뛰어들어 이를 와해시켜 버리곤 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다 못한 차예량이 포수와 궁수를 끌어 모아 급히 뛰어나갔다.

"네 이놈들!"

최효일이 말 위에서 공격하는 몽고병의 칼날을 간신히 막아내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자 몽고기병은 등자에 온 몸을 매달며 땅에 닿다시피 한 자세로 칼을 바닥으로 긁어대었다.


'이렇게 어이없이 죽는 건가!'

최효일은 눈을 부릅뜨며 눈앞으로 다가오는 몽고병의 칼날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순간 눈앞에서 칼날은 이상하리만치 서서히 움직이는 듯 보였고 최효일은 필사적으로 몸을 빼내어 이를 피할 수 있었다. 중심이 흔들리자 고삐를 바로 잡히느라 엉거주춤 거리는 말의 등위로 최효일은 잽싸게 뛰어올라 몽고병을 밀어 떨어트린 후 병사들에게 호령했다.


"후퇴하라! 더 이상 맞서지 마라!"

최효일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조선병사들은 이미 상당수가 뒤로 도주한 상태였다. 그런 조선군의 등 뒤로 말에 탄 몽고병들의 화살이 날아들었고 수 십 명의 조선병사들이 등에 화살을 맞고 땅바닥에 뒹굴었다.

"뭘 지체하느냐! 어서 쏘아라!"

뒤에서 궁수와 포수들을 정비하던 차예량이 앞뒤를 재어 볼 것 없이 소리쳤고 총과 화살이 어수선하게 몽고기병들이 흩어져 있는 곳으로 날아들었다. 몇 명의 몽고병들이 총탄에 맞아 말과 함께 땅바닥에 쓰러지자 몽고병들은 더 이상의 추격을 멈추고 뒤로 서서히 물러갔다.

"이만하면 되었다! 이만 돌아가자!"

토올의 명령에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몽고기병들은 일사분란하게 자신의 진영으로 후퇴해 버렸다.

"괜찮으시오?"

옷이 진흙으로 엉망진창이 된 채 말을 빼앗아 체면을 차린 최효일이 돌아오자 차예량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부를 물었다. 최효일은 격한 심정에 그런 차예량의 배려가 왠지 빈정대는 것만 같아 큰 소리를 쳤다.

"그럼 몸이 괜찮지 않은 사람이 말까지 빼앗아 돌아왔겠소!"

최효일의 큰 소리와는 달리 조선군의 피해는 심각했다. 백 명이 넘는 병사들이 돌아오지 못했고 그 두 배의 병사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팔백명의 병사 중 거의 반수가 꺾여 돌아온 꼴이었다. 그에 비해 몽고병은 오십여명의 사상자가 있을 뿐이었다. 가뜩이나 어수선했던 조선군의 사기는 이 싸움으로 인해 더욱 저하되었다.

"대체 장초관은 뭘 하기에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건가!"

싸움의 결말을 지켜 본 후 마음이 답답해진 차충량이 한탄조로 소리쳤지만 그런 그에게 곧 더욱 황당한 소식이 전해져 왔다. 병사들이 한바탕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피워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리 나와 성벽을 보십시오! 장초관이 저기 있소이다!"

대체 무슨 영문인가 하여 병사들이 가리키는 데로 아우 차예량과 성벽을 지켜본 차충량은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순간적으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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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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