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사금파리 부여잡고 2부 122

참혹한 결전

등록 2005.08.12 16:59수정 2005.08.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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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우! 그 따위 이름이래 잊어버린 지 오래되었어!”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난 자네가 이진걸을 죽인 것도 알아. 허나 여기서 원수를 갚겠다고 이러는 건 아니야.”

군관은 왼발을 앞으로 내어 가볍게 땅에 대고서 칼을 어깨 쪽으로 곧추들었다. 장판수는 군관의 칼이 왜도(倭刀)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혹시 윤계남이도 자네가 죽였나?”

그 말에 장판수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 순간, 군관은 앞으로 뻗은 무릎을 굽히더니 재빠르게 장판수의 왼쪽 팔목을 노려 쳤다. 장판수는 칼을 비껴들어 그 일격을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제법 강한 놈이다!’

장판수가 생각해보니 윤계남이 애용하던 칼도 왜도와 거의 흡사한 모양새였다.

“네 놈이 계남이를 어찌 아느냐?”


장판수의 물음에 군관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이번에는 번개같이 옆으로 비껴서 장판수의 목을 노렸다. 장판수는 칼날을 아래로 하여 다시 일격을 막아내었고 군관은 허리를 굽혀 장판수의 허벅지를 노렸다. 군관의 그 일격은 매우 신속했고 장판수는 칼을 내려 막을 사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서둘러 발부터 빼내다가 허벅지를 베이고 말았다.

“아!”


차예량과 병사들은 마치 자신이 베이기라고 한 듯 탄식했다. 장판수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장판수에게는 다행히 베인 곳이 깊은 상처를 입지 않아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뭐 저런 놈이 이런 곳에 있었네? 까딱하다간 내 목이 여기서 달아날 판이구만.’

장판수가 한숨을 몰아쉬려는 찰나 군관은 앞으로 칼을 찔러 나갔다. 장판수가 이를 칼로 막아내고 곧 힘겨루기로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두청은 여유롭게 미소까지 짖고 있었다.

“이런 얼어 죽을!”

장판수는 이를 갈며 소릴 질렀지만 군관은 입술조차 벙긋거리지 않고 장판수를 힘으로 밀어 붙였다. 밀리던 장판수는 자신이 힘으로도 당해낼 수 없는 상대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이거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하고 묶여만 있어 이런 건가.’

장판수는 그 순간 겨루던 팔에서 슬쩍 힘을 빼었고 그 바람에 군관의 몸이 앞으로 쏠리며 잠깐이나마 뒤뚱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장판수는 버티던 무릎을 살짝 굽혀 자신 쪽으로 치달아 오는 힘을 흘려보낸 후 군관의 왼쪽 손목을 노려 쳤다.

“으아악!”

군관의 왼손목이 끊어지며 사방으로 피가 튀었고 장판수는 충혈 된 눈으로 거센 숨을 몰아쉬었다. 두청의 옆에서 사내들이 지체 없이 튀어나와 군관의 팔을 지혈하고 부축하여 갔다.

“이제 병사들을 내어 놓으라우!”

웃는 얼굴에서 순식간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뀐 두청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이봐! 장초관! 오늘은 운이 좋았네! 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네. 병사들을 내어주지! 그리고 자네가 이번 싸움에서도 살아남는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내 손에 죽을 거야!”

그런 말에 기가 죽을 장판수가 아니기에 두청에게 강하게 쏘아붙여 주었다.

“어떤 놈이건 데리고 내게 오라우! 단숨에 요절을 내주갔어!”

두청과 그의 일행들이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고 물러간 후 장판수와 차예량은 사당에 갇힌 병사들을 구출해 내었다. 그제야 장판수는 총탄에 맞은 시루떡의 안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들어온 암문이 어디네? 먼저 나가봐야 갔어.”

장판수가 나는 듯이 암문을 빠져나갈 때 그때까지 문 옆에 병사들과 서 있는 계화가 그를 맞이했다. 장판수는 잠시 멈추어 계화를 바라보았고 계화의 얼굴은 병사들이 들고 있는 횃불 때문인지 유달리 붉어 보였다.

“무사하셨군요.”

장판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럼 내가 무사해야지 그러지 않기를 바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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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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