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도대체 왜 그럴까?

[인터뷰] <부시의 정신분석> 우리말 옮긴이 한승동 기자

등록 2005.09.23 17:54수정 2005.09.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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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지 부시의 정신을 해부한 심리분석서 <부시의 정신분석> 번역을 맡은 한승동 한겨레 기자.

조지 부시의 정신을 해부한 심리분석서 <부시의 정신분석> 번역을 맡은 한승동 한겨레 기자.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 사람의 정신 상태는 개인의 삶과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하물며 한 나라의 최고통치자의 경우 그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점층법을 한 번 더 사용하여, 세계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미국 대통령의 경우라면 더더욱 말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 지도자들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따위의 불경스런(?) 짓을 하지 않았다. 설령 어떤 지도자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같은 사실이 밖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내기 일쑤였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나온 <부시의 정신분석>(원제 Bush on the Couch : Inside the Mind of the President. 저스틴 A. 프랭크 지음. 교양인 펴냄)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 책은 "그는 도대체 왜 그럴까?"라는 의문문으로 시작하여 조지 부시 현 미국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어 단순한 관심의 차원을 넘어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한승동(49) <한겨레> 기자를 만나 부시의 정신세계를 분석해보자. 한 기자와 9월 15일 한겨레신문사 옥상 정원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부시를 알려면 프로이트를 먼저 읽어라!"

a <부시의 정신분석> 책표지

<부시의 정신분석> 책표지 ⓒ 교양인

"이라크 전쟁 이후 부시 행정부의 행동 양태를 이해하려면 국가안보전략(NSS)보다 프로이트를 먼저 읽어야 한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이 한 말이다. 이 말의 행간의 의미를 굳이 직설 화법으로 설명하면, 여하튼 부시의 정신 상태는 점검해봐야 할 만큼 문제가 있다.

"그가 미국대통령이 아니라면 그저 흥미로운 심리학적 사례 연구 대상에 불과하겠지만 무능, 망상, 방어기제의 총합인 그는 지금 세계를 상대로 '전쟁이라는 거대한 남근을 과시하는' 미국 대통령이다."


그렇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그는 세계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 대통령이다. 그렇기에 그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부시의 정신분석>의 저자 저스틴 A. 프랭크의 지적은 곧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일 터, 긴박한 현실적 문제가 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엄밀하고 독립적인 정신분석학적 연구는 그 시도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중요성에서도 전례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 그토록 불안정한 내면 세계를 지닌 인물 때문에 지금 세계가 극도의 위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 않습니까?"

한승동 기자는 "도대체 세계를 이처럼 뒤틀리게 만든 사람의 심리 메커니즘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응용정신분석방법 통해 부시 정신 세계 분석

이 책의 문제의식은 부시가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 즉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관심과 무능력, 끝없이 외부에 적을 만들어서 불안을 투사하는 파괴적 현상, 언어장애, 난독증,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부시를 직접 대면하여 얻어낸 성과물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의 상담실에 올 수 없는 환자들에게 흔히 사용하는 응용 정신분석 방법을 도구로 삼아 부시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분석했다.

"신문사에서 외신을 다루다보면 부시 대통령에 대한 일상적이지 않고 기행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인격이나 품성이 드러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편견이 아닌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치밀하게 연구 분석한 이 책은 부시가 어떤 인물인지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에게 부시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 책의 분석 결과에 더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기자는 '세계를 보는 시각이 자기중심적이고 해외 경험이 별로 없다'는 부시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자주 접할 때마다 왜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부시의 의식 세계가 궁금했는데, 이 책을 옮기면서 수차례 그런 궁금증이 해소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기자는 부시 대통령이 누대에 걸친 이른바 '명문가'의 위세 덕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도대체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며, 인간·세계·우주 공부가 많이 부족함에도 욕심은 무척 많은 사람 같다고 평가했다.

"이 책의 저자는 부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주 못 마땅해 하는 사람입니다. 이 책이 미국에서 나온 때가 2004 미 대선 직전이었으니까 그 점에서는 편견을 갖고 있겠지만, 그래도 훌륭한 의사는 과도한 선입견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며 개인적 의문과 정신분석학자로서의 정신분석적 평가는 별개의 것이라고 저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습니다."

부시의 유아기에 주목

a 지난 4월 2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부시 미대통령이 기자회견장으로 가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부시 미대통령이 기자회견장으로 가고 있다. ⓒ AP/연합뉴스

그렇다면 부시의 이같은 심리적 불안정한 상태는 무엇에서 기인할까?

이 책은 부시의 유아기에 주목한다. 갑작스런 여동생의 죽음과 냉담한 성격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부재 등 유아기 때에 각인된 심리적 역학은 어른이 되어서도 더욱 확장된 상태로 줄곧 작동한다는 것이다.

"부시는 늘 아버지 부시에 대한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버지는 늘 유능하고 치밀합니다. 아들 부시는 그런 아버지를 닮고 뛰어넘으려고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에 불안해하죠. 아들 부시가 아버지 부시에게 없는 유머감각과 친화력을 보이는 것도 그런 경쟁심의 발로에서 생긴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춘기 시절의 부시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술이었다. 20여 년간 그는 술에 의존하여 살았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그를 알코올 중독자라고 의심하지만 그는 강력하게 부인한다.

"이 책의 지은이는 부시가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는 것을 의심합니다. 흔히 술 취한 사람이 술 취했다고 합니까? 또 미친 사람이 자신이 미쳤다고 합니까? 안 하잖아요.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부정하잖아요. 부시의 주장이 바로 그런 이치와 같다는 것이죠. 특히 이 책은 그가 알코올 중독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치료받지 않은 금주는 못 믿는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알코올 중독은 증세는 줄일 수 있지만 완치는 없다는 임상 경험을 토대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부시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심리적 기저는 하느님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대망상이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의 만남으로 기독교 근본주의에 귀의한 부시는 최근 미국을 초토화시킨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앙으로 다급해지자 신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종교적 언어'에 너무 자주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을 정도다.

"하느님이 치라고 하셨고, 나는 그들을 쳤다"

a 지난 7월 1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콴티코 소재 연방수사국(FBI) 아카데미에서 테러에 관해 연설하기에 앞서 숨을 들이쉬고 있다.

지난 7월 1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콴티코 소재 연방수사국(FBI) 아카데미에서 테러에 관해 연설하기에 앞서 숨을 들이쉬고 있다. ⓒ AP/연합뉴스

"문명 세계를 위한 이번 싸움에 회색지대는 없다. 미국 편에 서든지, 반대편에 서든지 둘 중 하나이다."

"하느님이 알 카에다를 치라고 하셨고 나는 그들을 쳤다. 그리고 또 내게 사담을 치라고 하셨고 나는 그들을 쳤다."

그동안 우리가 들어온 부시의 정신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육성들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서민적이고 소탈한 대통령, 동시에 가장 강경하고 완고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함께 받고 있는 부시의 입에서나 나올법한 어록이다.

"어떻게 대통령이 거짓 구실로 군인들을 전장에 보내놓고 자기 집무실 책상 밑에서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그런 기만을 농담거리로 삼는단 말인가?"

이 책의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 부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보여준 일련의 자기 모순적이고 과대 환상적인 행위들은 지도자의 정신분석이라는 아주 특별한 주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한 기자는 강조한다.

한 기자는 또 후세인 아들 주검 사진을 공개하거나 오사마 빈 라덴을 좀도둑 쫓듯 하는 부시의 모습에서 사디스트의 면모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부시의 심리 상태를 보면 변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면 3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끔찍하지요."

그러면서 한 기자는 이번 카트리나 재앙 때 보여준 미국의 모습은 개인 간의 양식이나 연대가 아니라 폭력으로 지탱되는 나라라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이런 말을 덧붙이면서 인터뷰를 끝냈다.

"부시가 우리에게 해 준 게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제국주의 미국에 대해 갖고 있던 우리의 환상을 여지없이 깨주었다는 점입니다."

한승동은 누구인가

ⓒ오마이뉴스 남소연
1956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중·고교들 다닌 한승동은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월간 <말>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한 이래 지금까지 한겨레 기자로 있다.

그동안 그는 국제부, 사회부, 정치부 등을 두루 거쳤고, 1998년 2월부터 2001년까지 도쿄특파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국제부장으로 2년여 일하면서 외신을 주로 담당했던 그는 외신을 볼 때 생산자가 누군지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기자든 국가와 민족의 이익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는 지금은 한겨레의 금요일치 타블로이드 섹션인 '18도씨' 담당 데스크로 있다. 책과 지성 섹션인 18도씨를 통해 그는 대중 추수 저널리즘을 지양하고, 대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담론과 화두를 제시하려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위해 애쓴다.

영원히 기자이고 싶어하는 그는 아직 자신의 이름을 저자로 등록하지 않았지만, 화제작 <우익에 눈먼 미국>이란 책도 번역하면서 차츰 출판과 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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