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글을 창제한 지 559돌이 되는 해인데 이 한글이 세계 최고의 글자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또 한글은 우리의 국가경쟁력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런 한글을 기리는 한글날은 그냥 단순기념일에 지나지 않는다.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한글날 국경일 승격’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 그 결과는 불투명하다. ‘한글날 국경일 승격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되어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멈춰 서있는 것이다.
그들은 한글의 가치를 영어나 수학보다 낮춰보고, 경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학자들의 발표를 보면 한글날이 국경일로 된다면 오히려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주장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 예로 최근 열렸던 559돌 한글날 기념 한글학회 학술대회에서 홍익대학교 이관규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한글날을 단순한 기념일로만 보지 말고 국가 차원의 국경일로 하여 대대적으로 기념행사를 하게 되면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우 크리라 생각한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고, 또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한국에 대해 관심 있는 이들은 모두 이 날을 관심을 갖고 바라볼 것이다. 한글날을 경제적 효과라는 측면에서 무궁무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글을 우대하고, 한글날을 국경일로 하는 것이야말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국가경쟁력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큰 문제는 나라의 ‘백년지대계’를 세운다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오히려 우리말글을 파괴하고, 외국어 사용을 부추긴다는데 있다. 새로 시행되는 국어기본법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한데도 아직 교육부가 관심을 보일 조짐은 없다. 뿐만 아리라 초등학교의 영어교육 강화와 함께 경제특구의 영어공용화 정책이 교육부의 한글에 대한 무지와 사대주의를 증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최근 일간지 보도를 보면 "50대 기러기 아빠가 단칸방에 혼자 살다가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되었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또 뉴질랜드로 아들딸에게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혼자 간 엄마(오과부)가 엇나간 사랑을 해서 말썽이 되고 있다는 기사와 함께 "가짜 학위 영어강사가 판친다"는 기사가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그런데 어제는 한술 더 떠서 교육인적자원부가 경제특구에 있는 중, 고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하는 영어 공용어화 계획을 발표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과연 교육인적자원부에 철학을 가진 관료들이 있기나 한 것인가? 글자가 없거나 나라말글을 푸대접한 나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를 우리는 많이 알고 있는데 교육부는 이를 알고도 외면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사람들이 한 친목모임에 불과한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영어공용화가 나라를 부강하게 한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나오나?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필리핀이나 미얀마를 보면서도 그런 주장을 할 수가 있는가?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는 것이 나라가 부강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이 그들 나라를 보면 알 수가 있는데 왜 교육부는 이런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런 한심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바탕에는 교육 관료들의 문제보다는 경제 관료를 지낸 사람을 장관으로 앉힌 노무현 대통령한데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며 경제 논리로 접근한 대통령에게 교육에 대한 철학이 있는 것인가?
물론 교육도 서로 경쟁을 함으로써 효과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에 앞서 교육은 교육의 기본이 먼저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여 그것을 모든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도록 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써야함을 나라의 의무로 보아야만 한다. 그런데도 돈이 없으면 교육도 질 낮은 것만 받도록 유도하는 교육부의 정책은 이미 그것과 한참 떨어져 있다.
제발 교육부는 나라 그리고 우리 겨레의 얼인 한글을 홀대하지 말고, 다시 사대주의에 빠지는 잘못을 범하지 말라. 무엇이 진정 백년지대계를 위한 올바른 방향인지 고민하는 국민의 충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음 조선말, 일제강점기 한글의 아버지라 불렸던 한힌샘 주시경의 말로 이야기를 끝낸다.
"훈민정음의 뜻은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것이니, 말이 잘못이 많기 때문에 소리를 바로잡아야 글을 이룰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이것으로써 백성을 가르치지 않으면 잘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할 것이오. 잘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면 올바른 말과 글을 얻지 못할 것이오. 올바른 말과 글을 얻지 못하면 다른 나라의 글을 영구히 쓸 것이오. 다른 나라의 글을 영구히 쓰면 국민이 나라의 바탕을 영구히 잃어버리고, 국민의 앞길이 형편없이 될 것이니, 이러한 폐단을 없애려면 말의 잘못을 고치고 말을 바로잡아 올바른 말과 글을 이루고 또 이것으로 백성들을 가르쳐야 되리라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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