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대타협, 대체 뭐지?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이것 저것 조각맞추기

등록 2005.11.02 09:50수정 2005.11.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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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함께 북악산 정상에 올라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년 1~2월께 국정운영구상과 내 진로에 대해 밝히겠다"고 말해,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함께 북악산 정상에 올라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년 1~2월께 국정운영구상과 내 진로에 대해 밝히겠다"고 말해,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연합뉴스 백승렬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렇게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내년 초에 "내 진로"를 밝히겠다고 한 뒤 언론이 탈당, 거국내각, 국민투표, 개헌 등 갖가지 시나리오를 제기한 데 대한 대답이었다.

일단 그렇다고 치자. 한사코 아니라는 데 반박 정황도 없는 상태에서 "아니다가 아니다"라고 우길 일도 아니다.

그럼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까? 노 대통령이 얘기했고 청와대가 구구히 부연설명한 "사회적 의사결정구조"가 시선에 들어온다. 노 대통령은 "미래 운명을 좌우할 문제를 풀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사결정구조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10월 중순 장관 임면권을 이해찬 총리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대통령은 미래의 국가전략과제에 집중하는 구상을 내보인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언론이 어제오늘 쏟아낸 몇가지 단편적인 보도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언론은 개별 사안으로 보도했지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각 맞추기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어제 기자들과 만나 노사정위원회 존폐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며칠 전 노 대통령과 만나 노동 현안을 논의하던 가운데 노 대통령이 노사정위 폐지를 포함한 노사정 대화 기구 유지방안 논의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해찬 총리는 지난달 17일 '희망포럼' 소속 사회원로들과, 28일에는 여성계 대표들과 만난 데 이어 30일에는 경제단체장들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 또 오늘은 '양극화 해소 국민연대'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 총리의 연쇄 회동은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구성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는 게 언론의 보도다.


이 두 사례만 놓고 보면 노 대통령의 의중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노사정위는 양대 노총이 사실상 탈퇴해 뇌사 상태에 빠져있다. 어차피 제 기능도 못하는 기구라면 차라리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로 논의를 집중시켜 타협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나을지 모른다.

게다가 '국민대통합 연석회의'의 기능은 사회 양극화, 저출산 등 미래의 전략과제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는 것이다. 일상적인 국정은 이 총리에게 넘기고 자신은 미래의 국가 전략과제에 집중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있을 수 있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단편적이다. '국민대통합 연석회의'는 이 총리의 작품이다. 이 총리의 구상에서 비롯됐고 운영도 총리실이 관장하도록 돼 있다. 노 대통령이 말한 "내 진로", 즉 'my'의 범주에 드는 게 아니다.

비정규직 관철? 궁금증은 커진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정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을 '반드시' 관철시키기로 했다. 이르면 이번 주말에 노사 대표자들을 모아 협상을 주선하되 타협을 이뤄내지 못하면 열린우리당이 절충안을 만들어 12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물리력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벌어지면 질서유지권이라도 발동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게 열린우리당의 분위기다. <한겨레>의 보도다.

그리고 또하나의 핵심 쟁점인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 관련 34개 법률안을 내년 2월에 일괄처리할 계획이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도 어제 기자들 앞에서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의 처리 시한은 내년 2월이라고 다시 한번 재확인한 했다.

물론 정부여당의 이런 계획은 일방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을 강행처리할 수도 있다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청와대의 공언과는 180도 다른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집중 구상하고 있다는 '사회적 의사결정구조'의 핵심 의제는 사회 양극화 문제다. 그리고 양극화 문제 한 가운데에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이런 사안을 연말 연초에 강행처리한다면 어떻게 될까? 노 대통령이 "내 진로"를 밝히겠다고 공언한 시점은 내년 초부터 취임기념일인 2월 25일 사이다. 단순계산하자면 정부 여당이 '일'을 저지른 후 노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을 하자고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얘기다. 그래서 궁금증은 더 커진다.

미래의 전략과제를 논의하고 타협하자고 제안한 '국민대통합 연석회의'와 다른 '사회적 의사결정구조'는 또 뭔가? '사회적 의사결정구조'에서 대타협을 하자면서 그에 앞서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을 강행처리할 수도 있다는 정부여당의 계획은 또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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