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역사 체험 어린이 박물관>웅진주니어
1993년 3·1절 기념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옛 조선총독부 건물인 국립중앙박물관을 철거한다고 발표한지 어언 12년, 경복궁과 남산 덕수궁을 거쳐 다시 경복궁으로 수 차례 이전해야 했던 6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용산가족공원 내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0월 28일 드디어 개관했다.
특히 이번 새 보금자리를 통해 단순한 문화 유물 전시장이 아닌 종합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우선 앞마당에는 10만여 그루의 나무가 가득 들어 선 조각공원 '거울못'이 시민들을 맞고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동과 나란히 선 교육동에는 연극과 무용, 클래식 연주회 등 복합 공연장인 극장 '용'이 자리하고 있다. 개관 기념으로 유니버셜 발레단의 '심청'이 첫 선을 보였고, 이번 주말인 13일까지는 현대무용과 서커스를 결합한 '나비의 현기증'이 공연될 예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진정한 어린이 박물관이 새롭게 선보였다는 것. 현재 200여 곳의 국·공·시립 박물관을 비롯하여 수십 곳의 대학 및 사립 박물관이 존재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어린이 박물관은 지난 1995년 문을 열었던 삼성어린이박물관이나 어린이민속박물관 정도 외에는 거의 전무했던 상태.
그나마 어린이박물관을 대표할 이 두 곳도 차마 박물관이라고 부르기가 무색할 정도의 체험 학습관 성격이 짙었던 탓에,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갈 우리의 새싹들에게 제대로 된 우리 조상들의 역사와 문화를 보고 느낄 공간을 마련해주지 못했던 부끄러운 현실 속에서 이번 어린이 박물관 개관은 역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박물관을 찾게 되는 이 때, 어린이박물관 전시실과 전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즐거운 역사 체험 어린이박물관>이 출간되었다는 점은 정말로 반길만한 일이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 아동 전문 출판사인 웅진주니어가 공동 작업한 결과, 도록의 전문성과 어린이 역사교양서로서의 대중성을 겸비한 손색없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내용은 전시관의 형식에 맞춰 프롤로그-본문(4개 전시 테마)-에필로그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프롤로그에서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시대 순으로 정리하였고, 본문에서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4개 테마인 집, 농사, 전쟁, 음악에 맞춰 소개하면서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우리 조상들은 어떤 생활을 했으며, 어떻게 이처럼 훌륭한 문화를 물려줄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으며,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서는 고려와 조선시대를 정리해줌으로써 우리 한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빠짐 없이 담아냈다.
300여 장의 풍부한 유물 사진들과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강아지 캐릭터, 재미있는 일러스트, 혹 거부감이 일 수 있는 본문의 전쟁 테마의 경우에는 산성 전투와 평지성 전투를 만화로 그려내어 재미를 더하고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한 눈에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완벽한 어린이 박물관 도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이 박물관을 방문하기 전 이 책을 통해 충분한 사전 학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견학 후에는 직접 보고 느꼈던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을 관람하실 분들에게 아이들이 너무나 시끄럽게 떠들고 관람 질서가 엉망이고 유물을 보호하는 유리 진열장을 손때로 얼룩지게 만들어 감상에 지장을 준다고 하여 너무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장학습과 전시문화에 목말라 있던 우리의 새싹들에게 그 동안 변변한 어린이 박물관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한 기성 세대의 잘못이 우선이요, 살짝 고개를 돌려보면 음식물 반입에 번쩍이는 플레시 카메라 세례를 퍼붓고 있는 우리 어른들부터 성숙한 관람문화를 익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웅진닷컴 / 1만4천원)
[인문] 문명의 붕괴 – 제레드 다이아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