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들고 용산 '어린이 박물관' 어때요?

[이주의 오마이북] 11월 둘째 주, 이 책을 주목하자

등록 2005.11.12 12:23수정 2005.11.1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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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즐거운 역사 체험 어린이 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

<즐거운 역사 체험 어린이 박물관>
<즐거운 역사 체험 어린이 박물관>웅진주니어
1993년 3·1절 기념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옛 조선총독부 건물인 국립중앙박물관을 철거한다고 발표한지 어언 12년, 경복궁과 남산 덕수궁을 거쳐 다시 경복궁으로 수 차례 이전해야 했던 6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용산가족공원 내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0월 28일 드디어 개관했다.


특히 이번 새 보금자리를 통해 단순한 문화 유물 전시장이 아닌 종합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우선 앞마당에는 10만여 그루의 나무가 가득 들어 선 조각공원 '거울못'이 시민들을 맞고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동과 나란히 선 교육동에는 연극과 무용, 클래식 연주회 등 복합 공연장인 극장 '용'이 자리하고 있다. 개관 기념으로 유니버셜 발레단의 '심청'이 첫 선을 보였고, 이번 주말인 13일까지는 현대무용과 서커스를 결합한 '나비의 현기증'이 공연될 예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진정한 어린이 박물관이 새롭게 선보였다는 것. 현재 200여 곳의 국·공·시립 박물관을 비롯하여 수십 곳의 대학 및 사립 박물관이 존재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어린이 박물관은 지난 1995년 문을 열었던 삼성어린이박물관이나 어린이민속박물관 정도 외에는 거의 전무했던 상태.

그나마 어린이박물관을 대표할 이 두 곳도 차마 박물관이라고 부르기가 무색할 정도의 체험 학습관 성격이 짙었던 탓에,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갈 우리의 새싹들에게 제대로 된 우리 조상들의 역사와 문화를 보고 느낄 공간을 마련해주지 못했던 부끄러운 현실 속에서 이번 어린이 박물관 개관은 역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박물관을 찾게 되는 이 때, 어린이박물관 전시실과 전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즐거운 역사 체험 어린이박물관>이 출간되었다는 점은 정말로 반길만한 일이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 아동 전문 출판사인 웅진주니어가 공동 작업한 결과, 도록의 전문성과 어린이 역사교양서로서의 대중성을 겸비한 손색없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내용은 전시관의 형식에 맞춰 프롤로그-본문(4개 전시 테마)-에필로그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프롤로그에서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시대 순으로 정리하였고, 본문에서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4개 테마인 집, 농사, 전쟁, 음악에 맞춰 소개하면서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우리 조상들은 어떤 생활을 했으며, 어떻게 이처럼 훌륭한 문화를 물려줄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으며,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서는 고려와 조선시대를 정리해줌으로써 우리 한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빠짐 없이 담아냈다.

300여 장의 풍부한 유물 사진들과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강아지 캐릭터, 재미있는 일러스트, 혹 거부감이 일 수 있는 본문의 전쟁 테마의 경우에는 산성 전투와 평지성 전투를 만화로 그려내어 재미를 더하고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한 눈에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완벽한 어린이 박물관 도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이 박물관을 방문하기 전 이 책을 통해 충분한 사전 학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견학 후에는 직접 보고 느꼈던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을 관람하실 분들에게 아이들이 너무나 시끄럽게 떠들고 관람 질서가 엉망이고 유물을 보호하는 유리 진열장을 손때로 얼룩지게 만들어 감상에 지장을 준다고 하여 너무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장학습과 전시문화에 목말라 있던 우리의 새싹들에게 그 동안 변변한 어린이 박물관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한 기성 세대의 잘못이 우선이요, 살짝 고개를 돌려보면 음식물 반입에 번쩍이는 플레시 카메라 세례를 퍼붓고 있는 우리 어른들부터 성숙한 관람문화를 익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웅진닷컴 / 1만4천원)


[인문] 문명의 붕괴 –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문명의 붕괴>김영사
1998년 출간했던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올해에는 영국의 시사문화잡지 <프로스펙트>와 미국의 <포린 폴리스>지가 공동으로 선정한 세계를 이끄는 최고의 지식인 중 아홉 번째 인물로 선정되기도 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신작.

지난 6월 성의 진화론적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인류 문명의 뿌리를 재조명했던 <섹스의 진화>가 번역 출간된 이후, 올해에만 그의 작품이 두 번째로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원제 < Collapse >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앙코르와트 신전, 마야 유적, 이스트섬의 석상 등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으나 어느 순간 파괴되어 버린 과거 문명들의 붕괴 원인을 분석하고, 지금의 우리가 배우고 고쳐 나가야 할 점들을 지적한 인류 미래에 대한 보고서이다.

자연 재해, 환경 훼손, 약탈과 전쟁 등 과거 문명들의 붕괴 원인들 중에서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다름 아닌 환경 문제. 미국의 몬태나 주를 비롯해서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환경 훼손을 예로 들며, 각각의 사회를 넘어 이젠 전세계가 붕괴의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붕괴 위험을 극복했던 성공 사례들도 함께 소개함으로써 시행착오라는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김영사 / 2만8900원)


[자기계발] 마시멜로 이야기 – 호아킴 데 포사다, 엘런 싱어

<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한국경제신문
잠시 '히말라야의 새' 이야기 한 토막. 참고로 류시화씨의 시에 나오는 붉은머리 독수리 이야기가 아니다. 히말라야의 어느 한 기슭에 사는, 한낮에는 놀기 바빠 정신이 없다가 밤이 되면 오들오들 떨면서 '내일은 꼭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선 날이 밝으면 까맣게 잊기를 반복하는 한 이름 없는 새가 있다는 이야기.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유혹들이 다가온다. 그때 그때의 순간적인 유혹에 빠져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은 '히말라야 새'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지 않을까?

<마시멜로 이야기>는 이처럼 순간 순간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평범한 오늘'을 '특별한 내일'로 만드는 성공의 지름길을 알려주는 책이다.

현실과 타협하고 적당한 만족에 안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가 성공을 꿈꾸지만 결코 그 깊고 달콤한 꿈에서 깨어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성공을 꿈꾸기 보다는 성공을 향해 깨어남으로써 순간의 달콤한 유혹을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결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혹 '성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단순 명쾌한 진리!

지금의 나는 달콤한 마시멜로를 벌써 먹어버린 것은 아닌지 어디 한번 뒤돌아 보자. (한국경제신문 / 9000원)


[사회] 페미니즘의 도전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페미니즘의 도전>교양인
세상의 반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단지 지구의 역사, 아니 남성들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갈비뼈 한 조각에 다름없는 조연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극히 단순한 이분법적인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계의 구도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붕괴'된다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온다.

사전적 의미의 페미니즘이란 '여성 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 해방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을 일컫는다. 즉 억압에 대한 저항운동이자 이론이란 뜻인데, 저자 정희진씨는 이에 대해 정중하면서도 지극히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할 제안을 한다.

페미니즘이란 여성에 의한 저항운동이 아닌 나머지 타자들인 남성들과 함께하는 협상과 생존 그리고 공존을 위한 운동이라는 것이 그 것. 따라서 페미니즘이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요, 남성들 아니 전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할 모든 억압에 대한 해방운동인 것이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이란 말 또한 궁극적으로는 휴머니즘과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제목 <페미니즘의 도전>을 <휴머니즘의 완성>이라 바꿔 부르고 싶은 생각은 과연 당연한 것일까? 최소한 여성의 타자인 남성들의 시각에서 본 허세는 아니리라 생각한다.(교양인 / 1만2천원)


[문화] 아니메 – 수전 J. 네피어

<아니메>
<아니메>루비박스
<마징가 Z> <은하철도 999> <미래소년 코난>에서 <아키라> <공각 기동대>에 이르기까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만화 시장을 넘어 이제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아니메, 즉 일본 에니메이션에 대해 역사적, 철학적, 심미적 관점에서 분석 정리한 책.

저자인 수전 J. 네피어 교수는 아니메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종말론적 정체성', '희생자의 역사', '현실에서 벗어난 존재의 매력', '판타지, 여성, 그리고 진보의 신화' 등 총 10가지 코드로 나눠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화려한 전투 장면들 속에서 '신비주의적이고 종말론적인 철학 사상과 함께 초현실적이고 생생한 영상을 통해 붕괴 직전의 가족과 직장, 성관계라는 삭막한 콘텍스트를 아우른다'고 분석한다.

아니메를 인문학적 맥락으로 접근하여 일본 문화와 사회 읽기를 시도했다는 점만으로도 아니메를 폭력과 섹스 만이 난무하는 저질 만화로 폄하하는 혹자들에게는 충분한 재고의 기회을 선사할 뿐 아니라 매니아들에게는 아니메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루비박스 / 1만6500원)


[역사] 식도락 여행 – 한스 페터 폰 페슈케, 베르너 펠트만

<식도락 여행>
<식도락 여행>이마고
저무는 가을이 아쉽기만 한 이 때, 작정이라도 한 듯 맛깔스런 식탁 위의 향연이 펼쳐지는 특별한 역사책이자, 요리책 한 권이 눈에 띈다.

세계의 주요 역사적 인물들과 그들에 얽힌 사건들을 팩션 형태로 구성하여 딱딱한 역사적 사실을 철저한 고증과 작가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식으로 풀어냄으로써 흥미를 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대의 유명했던 음식 문화를 설명함과 동시에 전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조리법과 양념 등을 가미하여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도록 현대화한 150가지 요리법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꿩고기 요리, 솔로몬의 무화과 절임, 시바 여왕의 대추 케이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송아지 콩팥빵, 루이 14세의 포도주, 표트르 대제의 철갑상어알, 한니발의 양배추 경단 등 수 백 수 천년 전의 위인들이 즐겨 먹던 음식을 누구나 직접 부엌에서 만들어볼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하게 소개함으로써 흡사 역사 속의 인물들과 한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평생 한번 가볼까 말까한 고풍적인 양식집에서 최고급 풀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이마고 / 1만8천원)


[문학]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 권지예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사랑하거나 미치거나>시공사
최근 국내 문학계의 화두는 단연 2005년 제36회 동인 문학상으로 선정된 권지예씨의 소설집 <꽃게무덤>의 표절시비 논란이다.

200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이기도 한 권지예씨의 이 소설집에 실린 9편의 소설 중 <봉인>이란 작품이 박경철씨의 수필집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중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의 내용 일부를 차용했다는 내용으로 수상작을 재검토 하겠다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거질 뻔했으나 일단 심사위원회에서 '소재 차용일 뿐 표절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

경위야 어찌했던 최근 몇 년간 침체의 길을 걷고 있던 한국 문학계나 출판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오고 있는 늦깍이 신인 작가 모두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논란으로 말미암아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권지예씨의 신간 소설 <사랑하거나 미치거나>는 그냥 묻혀버리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작품으로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그림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과 비유를 소설 속의 서사성과 결합시켰던 권지예씨만의 탁월한 기법이 이번 작품을 통해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이른바 그림 소설로 화려하게 그려진다.

이제하씨의 <유자약전> 등 새로운 시도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실험적인 단계를 벗어나 그림소설이란 장르를 보편화할 수 있는 완성도 있는 작품이기에 주저 없이 추천한다. (시공사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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