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담긴 도시락 함께 나눠 먹을까요?

'도시락 반찬 0순위'는 무엇일까요?

등록 2005.11.21 15:13수정 2005.11.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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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도시락 반찬은 멸치볶음, 소시지 부침, 장아찌무침, 신김치 볶음, 감자볶음입니다.

도시락 반찬은 멸치볶음, 소시지 부침, 장아찌무침, 신김치 볶음, 감자볶음입니다. ⓒ 이효연

오늘 점심은 추억의 반찬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이 도시락 메뉴는 가끔 입맛이 없을 때면 양푼 비빔밥과 함께 제가 잘 만들어 먹는 것 가운데 하나지요. 오늘, 도시락을 마음 먹고 만든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벼르고 별렀던 추억의 분홍 소시지를 사 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분홍색 소시지는 요즘 나오는 맛있는 고급 소시지, 햄 때문에 잘 찾게 되지 않는 것이죠. 고기를 갈아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생선살로 만든 어묵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래도 어릴적 도시락에 넣어 다녔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때로는 '사무치게' 생각날 때가 있더군요. 달걀물을 씌워 전을 부치면 너무 맛있으니까요.

'음식의 천국'이라는 홍콩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고 어쩌다 한국 식품점에서 구하려면 한국에서 샀던 가격의 예닐곱 배가 넘는 만 원 가까운 가격이라 그동안 꾹꾹 참고 있었는데 며칠 전 집 앞 백화점 이벤트로 '한국 식품 대전'을 하는 곳에서 바로 이 소시지가 눈이 들어오지 뭡니까?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은, 한 개에 2천원 정도였습니다. 망설일 것도 없이 두어 개를 장바구니에 집어넣었습니다.

소시지를 산 기념(?)으로 뚝뚝 썰어 전을 부치고 내친 김에 신김치도 볶고, 멸치볶음이랑 감자볶음, 그리고 단무지가 없기에 아쉬운 대로 장아찌를 담아 도시락을 쌌습니다. 나름대로 추억의 도시락 반찬 0순위라고 생각되는 것들로 담아봤습니다. 양은 도시락이 없어 조금 아쉽긴 했지만요.

막상 도시락에 반찬을 담고 보니 2-3명이 둘러앉아 먹어도 충분할 만큼의 양이라서 점심을 먹고 남긴 반찬을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남편도 저녁을 먹고 늦게 들어온다고 하니 저녁에 고추장이랑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을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비벼 먹을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도시락 비빔밥'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을 짓게 되더군요.

학창시절, 양은 도시락에 친구들이 싸 온 반찬을 한 데 넣고 아래 위로 마구 흔들어서 비벼 먹던 그 도시락 비빔밥!

도시락을 다 먹을 즈음이면 교실 난로 위 주전자에서 따끈한 보리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점심시간은 더 푸짐하고 넉넉했습니다. 보리차를 따라 마실 컵은 종이컵도, 사기 머그컵도 아닌 비록 낡은 도시락 양은 뚜껑이었지만 그 구수한 보리차 맛이 쌀쌀한 요즘 참 그립게 느껴지네요.

예전에 비해 외식산업이 번창하면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에서부터 퓨전요리에 이르기까지 메뉴도 다양해졌고 돈만 있으면 초호화 고급 도시락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그저 신김치볶음에 감자볶음 정도를 넣은 이 추억의 도시락이 오늘따라 제 입에는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돈을 주고도 사 먹을 수 없는 도시락'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추억의 도시락을 같이 한 번 만들어 보실래요?


재료
분홍 소시지 부침(달걀, 카레가루, 청홍고추, 소금 약간)
신김치(들기름, 깨소금 약간)
감자볶음(채 썬 양파, 소금, 후추 약간)
단무지 무침(고춧가루, 설탕, 다진 파 마늘 약간, 참기름)
멸치볶음(연재 기사 중 '추억의 도시락반찬 멸치볶음의 변신'을 참조하세요)

[소시지부침]


a 소시지 부침

소시지 부침 ⓒ 이효연

1. 소시지를 먹기 좋은 한 입 크기로 썰어둔다.
2. 달걀을 푼 것에 카레가루 약간과 다진 청홍고추를 넣어
3. 프라이팬에 올려 약불에서 부쳐낸다.

a 한 번 살짝 부쳐낸 소시지에 달걀물을 덧입히면 색이 더 고와집니다.

한 번 살짝 부쳐낸 소시지에 달걀물을 덧입히면 색이 더 고와집니다. ⓒ 이효연



[신김치볶음]

a 신 김치 볶음

신 김치 볶음 ⓒ 이효연


1. 신김치를 살짝 물에 씻어 낸 후
2. 들기름을 넣어 달달 볶아주고 깨소금을 뿌리면 완성

a 잘게 썬 돼지고기를 넣어도 맛이 아주 좋습니다.

잘게 썬 돼지고기를 넣어도 맛이 아주 좋습니다. ⓒ 이효연


[감자볶음]

a 감자 볶음

감자 볶음 ⓒ 이효연


1. 감자를 얇게 채 썰어 찬물에 담가 녹말기를 뺀다.
2. 채 썬 양파와 같이 프라이팬에 볶은 후 소금, 후추로 간한다.

a

ⓒ 이효연


[단무지무침]

1. 단무지를 한입 크기로 작게 썰어 얼음물에 담가둔다.
2.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한 후 분량의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친다.

[멸치볶음]


a '추억의 도시락 반찬 멸치볶음의 변신' 기사를 참조해 주세요.

'추억의 도시락 반찬 멸치볶음의 변신' 기사를 참조해 주세요. ⓒ 이효연



완성된 반찬은 알루미늄 호일에 하나씩 따로 담아 반찬통에서 양념이 섞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밖은 비록 추운 날씨지만 '추억의 도시락'을 만들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도시락을 싸다보니 보온밥통을 사 달라고 어머니에게 떼쓰고 졸라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 보온밥통에 밀려 사라져버린 양은 도시락... . 찬장 한구석에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덧붙이는 글 도시락을 싸다보니 보온밥통을 사 달라고 어머니에게 떼쓰고 졸라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 보온밥통에 밀려 사라져버린 양은 도시락... . 찬장 한구석에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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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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