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길과 대학의 길은 같은 길?

[이주의 오마이북] 12월 둘째 주, 이 책을 주목하자!

등록 2005.12.05 13:25수정 2005.12.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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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학문의 길 – 김용준, 정운찬 외

<학문의 길>
<학문의 길>아카넷
핸드폰과 MP3의 단순 소지에 대한 부정 논란이 큰 화두가 되었던 가운데 모 연예인의 단독 시험에 대한 형평성 제기, 수험장 위를 떠다니던 모 방송국 헬기 사건 등 말 많고 탈 많았던 2006년 대학수능학력고사가 막을 내렸다. 이제 수험생들은 약 보름 뒤 12월 19일에 있을 수능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2006학년도 신입생 정시모집을 앞두고 지난 주부터 본격화된 전국 대학교들의 입시생 유치전은 말 그대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각 대학들, 특히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단순한 대학 설명회가 아닌 저마다의 특색 있는 행사들을 곁들여 수험생들에게 홍보를 넘어 감동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학 내 응원단과 동아리 연합회 등의 홍보 공연, 출신 연예인의 홍보 대사 활동은 아주 옛말이 되었으며, 점심, 기념품, 교통편 제공 등은 기본이요, 전문적인 홍보 도우미를 내세울 뿐만 아니라 뮤지컬 공연과 체험 교실 등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수험생들은 이러한 대학들의 홍보 행사에 큰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오직 자기의 수능 점수로 되도록이면 서울 경기권 내에 있는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지원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전히 일류대학의 졸업장과 TOEIC, TOEFL 점수에 취업이 결정되는 학력 만능주의에 물들어져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요구에 맞춰져 이른바 꿈과 낭만의 캠퍼스에서 자신의 성격과 특기, 적성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미래를 설계해야 할,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가야 할 우리의 예비 대학생들이 그 첫 관문인 대학 입시에서부터 치열한 눈치 작전과 취업 대비에 얼룩져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잠깐 일화 한 토막! 아직 학부제가 도입되기 전 대학 시절, 새내기들을 앉혀 놓고 왜 우리 학과에 지원했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점수에 맞춰서 들어왔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한 학생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정보' 자가 들어가기에 뭔가 있어 보이고 취업이 잘 될 것 같아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 학과는 바로 문헌정보학과였다.


우리들 즉, 기성세대들 역시 그러한 전철을 밟아왔듯이 아직까지는 개개인의 적성을 감안하고 비전을 제시하여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줄 든든한 버팀목이 없는 현실이다.

<학문의 길>은 다행히도 그러한 면에서 둘도 없는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서문을 시작으로 이명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원 학장 등 49명의 각 분야 유명 필진이 참여하여 총 7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예비 대학생들에게 진정한 학문의 가치와 미래의 비전을 새롭게 일깨워 주고 있다.

PART 1 <학문이란 무엇인가>에서는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본 학문에 대해 학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 분화되어 왔는지, 그리고 각 분야에서는 각각 어떠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예비 대학생들에게 학문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PART 2부터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학, 생활과학 예술 등 대학의 각 분야에 대해 해당 학과 교수들이 직접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으며, 특히 각 분야 소개의 말미에는 해당 학과를 전공함에 있어서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들을 추천함으로써 전공 분야에 대한 보다 자세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

단순한 학과 소개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가야 할 예비 대학생들에게 대학 교수의 신분이 아닌, 인생의 선배로서 학문을 통한 미래의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예비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님과 선생님 등 기성세대들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가장 시의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제일주의의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고서는 헛된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기성세대가 못 다 이뤄낸 꿈을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예비 대학생들이 전해주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아카넷 / 1만8천원)

[인문]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 세트 [전5권] – 나카자와 신이치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 세트>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 세트>동아시아
일본 현대 지성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종교학자인 나카자와 신이치 교수의 대학 강의를 그대로 책으로 옮긴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 전 5권이 드디어 완역 출간되었다. 1권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이 지난 2003년 1월에 번역 출간된 이후, 2년 만의 일.

여기서 카이에 소바주(Cahier Sauvage)란 '야생적 사고의 산책'이란 뜻으로 인류 인식의 원형을 추구하는 학문 <구조 인류학>의 선구자인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쓴 <야생의 사고>에서 비롯된 말로 그에 대한 존경의 뜻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기존에 만연되어 있던 '현대인의 문명'과 '고대인의 야만'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와 가치체계를 통렬하게 비판했던 레비 스트로스의 뜻을 이어 받은 신이치 교수의 <카이에 소바주>는 우리 선조들의 사고의 가치와 인간정신 원형의 숭고함을 '야생'으로 표현하면서 이른바 역사 속의 신화와 민담을 분석, 파헤치고 있는 교양 인문학 시리즈다.

카이에 소바주라는 거창한 제목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 강의록을 바탕으로 한 만큼 일반적인 학술서적에 비해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군데 군데 선보이는 유머와 해학은 흡사 신이치 교수의 강의를 직접 듣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현실감이 넘쳐난다.

전공 필수가 아닌, 교양 선택 과목이 안겨주는 차분한 여유 속에서 인문학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동아시아 / 4만2천원)

[자연과학] 천재 – 제임스 글릭

<천재>
<천재>승산
20세기 뛰어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는 러처드 파인만은 우리에겐 친숙한 이름으로 2차 대전 중 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1965년엔 양자전기역학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1986년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참사를 조사했던 대통령 직속의 조사위원회 활동하여 참사 원인을 밝혀내기도 했던 천재 물리학자.

특히 재규격화 이론, 파인만 다이어그램, 파인만 적분 등 이론물리학계에서 그의 존재와 업적은 헤아릴 수가 없다. 하지만 파인만이란 이름 석자가 일반인들의 입에서 쉽게 오르내릴 수 있었던 데에는 결코 이러한 그의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호기심 많은 친구에게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기 위해 책을 쓰는가 하면(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 승산), 물리학자 이전에 공부만이 아니라 놀기도 잘하고 여자 친구에게도 관심이 많았으며, 농담도 곧 잘하고 예술적 감각도 뛰어나서 드럼도 잘 치고 그림도 잘 그렸던 물리학자 이전의 평범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던(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2 / 사이언스북스) 인간 파인만으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카오스>의 저자 제임스 글릭이 이러한 파인만의 유쾌한 일대기를 그린 전기이자, 이론물리학자로서 그가 이룩해 낸 수많은 성취와 업적을 조명한 교양과학서로 파인만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승산 / 2만8천원)

[역사] 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 – 조재곤

<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
<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푸른역사
1894년 3월 중국 상하이,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김옥균은 홍종우에 의해 세발의 총탄을 맞고 쓰려졌다. 현장에서 체포되었던 홍종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조선의 관원이고, 김옥균은 나라의 역적이다. 김옥균의 생존은 동양 삼국의 평화를 깨뜨릴 우려가 있다."

그리고 역사 안에서 우리는 김옥균을 자주근대화 운동을 부르짖던 개화사상가로, 홍종우는 자주 근대화를 가로막은 대표적인 수구파'로 각각 기억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김옥균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 홍종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 책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으로서 춘향전과 심청전 등의 우리 고전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서구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프랑스의 저명인사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사상과 문화를 몸소 체득함으로써 개화사상가로서는 오히려 김옥균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는 홍종우.

이 책은 그가 김옥균을 암살했던 배경과 이유 그리고 이 사건이 당시 혼란스러웠던 조선, 일본, 청나라 삼국의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더불어 김옥균과 홍종우가 역사와는 달리 상생(相生)의 길을 걸었다면 과연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지를 조심스레 되짚어 본다.

그런 면에서 저자와 김옥균, 김옥균과 홍종우와의 가상 대담은 이 책의 백미다. (푸른역사 / 1만4500원)

[예술] 글렌 굴드 – 피터 F. 오스왈드

<글렌 굴드>
<글렌 굴드>을유문화사
음악, 미술, 영화, 사진 등 예술 분야의 거장들과 그들의 예술 세계를 소개하고 있는 을유문화사의 야심 찬 프로젝트인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의 7번째 작품으로 이번 작품은 일명 '신경 쇠약 직전의 피아니스트' 라 할 수 있는 글렌 굴드 편.

허밍과 기괴한 표정으로 연주하기로 유명하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해석과 영롱하면서도 섬세한 연주 기법을 통해 20세기 후반 모든 피아니스트들에게 영향을 끼친 피아니스트의 대가라 할 수 있는 그에 대한 모든 것이 20년 지기 친구이자, 예술가 평전 전문가인 오스왈드에 의해 쓰여짐으로써 전문성과 흥미를 더하고 있다.

글렌 굴드를 비롯하여 빌 에반스, 피아졸라, 토스카니니, 헬무트 뉴튼 등 말 그대로 당대의 '현대 예술의 거장'을 소개하고 있는 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출간 예정에 있으며, 현재 히치콕, 빌리 할리데이, 쳇 베이커, 스트라빈스키, 프랑크 시내트라 등이 준비 중에 있다.

여기서 잠깐! 글렌 굴드를 논함에 있어 그가 1955년에 연주 녹음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를 빼놓을 수 없다. 클래식 레코드 역사상 유명한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으로 우리들에게는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렉터 박사가 탈옥하면서 흘러나오는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곡. 반세기가 흘렀음에도 여전히 훌륭한 음질을 들려준다. 소니뮤직에서 나온 2가지 버전이 있으나 오리지날 LP 커버를 사용한 소니클래식 MEE판을 적극 권한다. (을유문화사 / 2만5천원)

[문학] 달려라, 아비 – 김애란

<달려라, 아비>
<달려라, 아비>창작과비평사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이른바 386 세대의 3대 트로이카의 뒤를 잇는 샛별이 등장했다. 엄밀히 말하면 은희경씨는 59년생이지만 너그러운 아량을 베풀기 바란다.

2002년 이상문학상과 2005년 올해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최근 각광을 받기 시작한 권지예씨는 은희경씨만큼이나 늦깎이 데뷔한 작가인 만큼, 1970년대 생으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천운영씨 또한 이제는 중견 작가로 발돋움 하고 있는 만큼 예외로 하자.

이제 만 25살의 나이인 1980년생. 이미 지난 2002년 대산 대학문학상을 수상하고, 2005년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달려라 아비>가 선정되는 등 2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문학계에 돌풍을 몰아오고 있는 그녀 김애란.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가 평했듯이 "익살스럽고 따뜻하고 돌발적이면서도 친근" 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그녀의 작품은 흡사 이만교, 박민규의 그것들과 궤를 같이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녀가 선보이고 있는 '쿨' 하면서도 신선한, 한편의 일상 속에 묻어나는 따뜻한 이야기는 자칫 자기 연민에 빠져버릴 수 있는 함정을 신세대의 통통 튀는 유쾌한 화법으로 극복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깊이가 있는 노련함까지 엿보이고 있다.

주의의 관심과 시선이 혹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기우에 묻히리라. '김애란은 지금도 계속 뛰고 있다. 달려라, 김애란!' (창작과비평사 / 9800원)

[문학] 돼지들에게 – 최영미

<돼지들에게>
<돼지들에게>실천문학사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폐달을 밟고> 이후 무려 7년 만에 선보인 최영미씨의 세 번째 시집. 기간도 기간이거니와 올 초 <흉터와 무늬>라는 소설을 발표, 갑작스레 소설잔치를 시작한 그녀이기에 이번 작품은 2005년 연말, 그녀의 팬들에게 보내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부에서 선보이고 있는 <돼지들에게> 연작으로 이를 통해 이 세상의 모든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된 욕망에게 던지는 날카로우면서 통쾌한, 딴으로는 내 이야기인가 싶어 짐짓 놀라게 만드는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직접 느껴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그래도 아쉬운 감을 달래기 위해 한 꼭지를 소개한다.

"언젠가 몹시 피곤한 오후, / 돼지에게 진주를 준 적이 있다. // 좋아라 날뛰며 그는 다른 돼지들에게 뛰어가 / 진주가 내 것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 허나 그건 금이 간 진주. / 그는 모른다. / 내 서랍 속엔 더 맑고 흠 없는 진주가 잠자고 있으니 // (중략) 그가 가진 건 / 시장에 내다 팔지도 못한 못난 진주. /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나 쓰이라지. / 떠들기 좋아하는 돼지들의 술안주로나 씹히라지. // (후략) <돼지들에게> 중에서. (실천문학사 /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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