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길>아카넷
핸드폰과 MP3의 단순 소지에 대한 부정 논란이 큰 화두가 되었던 가운데 모 연예인의 단독 시험에 대한 형평성 제기, 수험장 위를 떠다니던 모 방송국 헬기 사건 등 말 많고 탈 많았던 2006년 대학수능학력고사가 막을 내렸다. 이제 수험생들은 약 보름 뒤 12월 19일에 있을 수능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2006학년도 신입생 정시모집을 앞두고 지난 주부터 본격화된 전국 대학교들의 입시생 유치전은 말 그대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각 대학들, 특히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단순한 대학 설명회가 아닌 저마다의 특색 있는 행사들을 곁들여 수험생들에게 홍보를 넘어 감동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학 내 응원단과 동아리 연합회 등의 홍보 공연, 출신 연예인의 홍보 대사 활동은 아주 옛말이 되었으며, 점심, 기념품, 교통편 제공 등은 기본이요, 전문적인 홍보 도우미를 내세울 뿐만 아니라 뮤지컬 공연과 체험 교실 등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수험생들은 이러한 대학들의 홍보 행사에 큰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오직 자기의 수능 점수로 되도록이면 서울 경기권 내에 있는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지원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전히 일류대학의 졸업장과 TOEIC, TOEFL 점수에 취업이 결정되는 학력 만능주의에 물들어져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요구에 맞춰져 이른바 꿈과 낭만의 캠퍼스에서 자신의 성격과 특기, 적성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미래를 설계해야 할,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가야 할 우리의 예비 대학생들이 그 첫 관문인 대학 입시에서부터 치열한 눈치 작전과 취업 대비에 얼룩져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잠깐 일화 한 토막! 아직 학부제가 도입되기 전 대학 시절, 새내기들을 앉혀 놓고 왜 우리 학과에 지원했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점수에 맞춰서 들어왔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한 학생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정보' 자가 들어가기에 뭔가 있어 보이고 취업이 잘 될 것 같아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 학과는 바로 문헌정보학과였다.
우리들 즉, 기성세대들 역시 그러한 전철을 밟아왔듯이 아직까지는 개개인의 적성을 감안하고 비전을 제시하여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줄 든든한 버팀목이 없는 현실이다.
<학문의 길>은 다행히도 그러한 면에서 둘도 없는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서문을 시작으로 이명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원 학장 등 49명의 각 분야 유명 필진이 참여하여 총 7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예비 대학생들에게 진정한 학문의 가치와 미래의 비전을 새롭게 일깨워 주고 있다.
PART 1 <학문이란 무엇인가>에서는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본 학문에 대해 학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 분화되어 왔는지, 그리고 각 분야에서는 각각 어떠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예비 대학생들에게 학문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PART 2부터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학, 생활과학 예술 등 대학의 각 분야에 대해 해당 학과 교수들이 직접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으며, 특히 각 분야 소개의 말미에는 해당 학과를 전공함에 있어서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들을 추천함으로써 전공 분야에 대한 보다 자세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
단순한 학과 소개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가야 할 예비 대학생들에게 대학 교수의 신분이 아닌, 인생의 선배로서 학문을 통한 미래의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예비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님과 선생님 등 기성세대들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가장 시의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제일주의의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고서는 헛된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기성세대가 못 다 이뤄낸 꿈을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예비 대학생들이 전해주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아카넷 / 1만8천원)
[인문]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 세트 [전5권] – 나카자와 신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