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석모도의 '하늘'과 '바다'

겨울바다에서 잊을 것 잊고 버릴 것 버리며 한해를 접자

등록 2005.12.08 20:34수정 2005.12.09 18:03
0
원고료로 응원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겨울바다에서 일몰을 보면서 한해를 차분히 정리하고자 한다. 석모도는 그런 겨울바다 여행 코스로 적격이다. 석모도는 우리나라 3대 낙조 중 한 곳인데 3대 낙조는 변산반도, 안면도, 석모도를 일컫는다. 이들 바다의 특징은 썰물 때 드러나는 광활한 갯벌, 해안가 침엽수림, 둥그렇게 모여 앉은 어촌풍경 그리고 툭 트인 수평선의 황금노을 빛이다.

a 수평선을 뜨겁게 풀무질하는 일몰 광경

수평선을 뜨겁게 풀무질하는 일몰 광경 ⓒ 박상건

석모도는 인천시 강화도에 있는 섬이다. 강화도 역시 섬이지만 다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강화도까지는 승용차로 이동이 가능하고 강화도 외포리항에서 배를 탄다. 석모도는 외포리항에서 서쪽으로 1.5㎞ 해상에 떠 있는 섬으로 배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 섬 안에는 아름다운 카페, 횟집, 어민들의 터전인 갯마을과 풍경이 잘 어우러져 있다. 해안선 길이가 41.8㎞로 나이테 마냥 둥근 해안도로가 이어져 있어 섬모롱이를 일주하면서 그 아래로 펼쳐지는 쪽빛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a 강화도 외포리항을 떠나 석모도로 가는 철부선

강화도 외포리항을 떠나 석모도로 가는 철부선 ⓒ 박상건

석모도는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300m에 이르는 해명산 상봉산 상주산 등 3개의 산봉우리가 마치 온상처럼 솟아있다고 해서 ‘자리 석(席)’, ‘온상 상(床)’자에 ‘갈 거(去)’자를 붙여 ‘털 모(毛)’자를 합성하여 석모도(席毛島)라고 부른다. 섬 모양은 우리나라 지도를 축소한 것과 같은 지형인데 산세가 수려하고 기름진 평야 그리고 바다를 낀 천혜의 섬으로 어민들이 살기도 좋고 여행객들이 즐기기도 좋은 섬이다.

a 여행객들의 과자 부스러기를 받아 먹으며 동행하는 갈매기떼

여행객들의 과자 부스러기를 받아 먹으며 동행하는 갈매기떼 ⓒ 박상건

여행객들은 여객선을 타고 오고 가면서 갈매기 떼와 동행한다. 인천, 강화도 주변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 중 하나인데 섬 여행의 또 다른 맛이다. 이는 철부선이 느리게 가는 이유도 있지만 도시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면서 갈매기들에게 새우깡 등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주면서 갈매기들이 이를 받아먹는데 익숙해진 탓이다. 어떤 갈매기는 여행객들이 던져주기 전에 손에 들고 있는 새우깡을 낚아채 가기도 한다. 그래서 뱃사람들은 이 갈매기를 ‘엽기 갈매기’라고 부른다고.

a 석모도 할매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보문사 앞 길거리 시장 풍경. 약초와 산나물을 주로 판다

석모도 할매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보문사 앞 길거리 시장 풍경. 약초와 산나물을 주로 판다 ⓒ 박상건

석포리 선착장에서 천년고찰인 보문사 방향으로 향하는 길목에 ‘전득이 고개’가 있다. 푸른 바다와 들녘 그리고 눈부신 염전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고개에서 서쪽 방향으로 가면 석모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이 나온다. 폭이 50m 길이 1㎞가 조금 넘어 보이는 민머루해수욕장이다. 드넓은 갯벌이 장관을 이루고 바닷가에 펜션 등 잘 정돈된 휴양지와 생태교육장이 갖춰져 있다. 이곳 갯벌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a 해변에서 조개를 줍는 아이들이 노을빛에 젖어들고 있다

해변에서 조개를 줍는 아이들이 노을빛에 젖어들고 있다 ⓒ 박상건

그러니 가족들과 함께 가도 아이들의 추억어린 갯벌체험을 즐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섬을 생태관광지로 지정했다. 모래톱이 반반씩 조화를 이루고 있어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어 바다에 대한 친근감도 한껏 높여준다. 그러니 광활한 바다는 그대로 생태 체험장인 셈이다.

물이 빠지면 연인과 가족들은 호미를 들고 수 십 만평의 바다로 나간다. 누구나 갯벌에 처박힌 돌을 뒤집으면 게들을 잡을 수 있다. 뻘구멍을 호미로 파고 들어가면 제법 큰 대합, 상합, 낙지를 잡을 수 있다. 이런 조개를 해변가 민박집과 펜션에서 구워먹으며 보내는 일은 이름답고 잊을 수 없는 겨울바다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a 지는 해는 마지막에 수평선과 무인도 주변을 한폭의 수채화로 채색했다

지는 해는 마지막에 수평선과 무인도 주변을 한폭의 수채화로 채색했다 ⓒ 박상건

석모도는 섬이 아름다워 영화촬영지로도 많이 이용됐다. 저어새 서식지일 정도로 미생물과 갈대숲이 함께 숨쉬는 석모도에선 영화 <시월애>와 뻘밭을 걸어가는 장면이 압권이었던 <취화선>을 촬영하기도 했다. 또 드라마 <종이학>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겨울에 섬을 찾는 사람들은 의미 있는 일몰을 보기위해서 일 터. 12월 중순이면 석모도는 온통 눈으로 뒤덮이는데 올해는 12월 초입부터 폭설의 융단으로 깔렸다. 은빛 바다를 노을이 채석하는 장면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런 해변에 웅크린 채로 사랑을 속삭이고 조개를 구우면서 일몰을 감상하는 맛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옆 마을 ‘장구너머포구’ 마을에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어민들과 겨울밤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옹기종기 모여 한해를 정리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일몰 외에도 석모도에서는 특이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서해안에서는 겨울에도 따뜻한 기온 탓에 마치 빙하처럼 바다 위에 녹지 않은 얼음덩어리가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눈과 염분이 어우러져 얼어붙었기 때문. 해안가에서 이런 풍경을 기념으로 남겨두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이런 풍경은 인천 지역 영흥도, 선재도, 측도 등에서도 볼 수 있다.

a 서해안의 대표적인 석모도 천일염전의 모습

서해안의 대표적인 석모도 천일염전의 모습 ⓒ 박상건

a 보문사 숲에서 바라본 일몰 광경

보문사 숲에서 바라본 일몰 광경 ⓒ 박상건

석모도에는 유명한 천년고찰도 있다. 낙가산 자락에는 보문사가 있는데,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다. 전등사, 정수사와 함께 강화의 3대 고찰이기도 하다. 보문사에는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는 나한상을 모신 석굴이 있고 418 계단을 따라 산길로 들어가면 사람의 눈썹을 닮은 눈썹바위가 있다. 그 바위 아래 10m 높이의 거대한 마애석불이 서 있는데 이곳에서 산사의 종소리와 함께 마주하는 일렁이는 파도소리는 아주 오묘하고 절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분위기에 심취한 여행객들은 매년 이곳에서 일몰을 감상하며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하곤 한다.

a 석모도 앞 작은 섬 대송도

석모도 앞 작은 섬 대송도 ⓒ 박상건

a 해저문 포구에서 여행객이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해저문 포구에서 여행객이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 박상건

석모도는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주위 여행 코스와 연계된 장점도 지녔다. 하루 정도 더 여유가 있다면 강화도 섬을 하루 정도 둘러보고 석모도로 넘어가는 배를 타는 것이 좋다. 반대로 석모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강화도 일대 겨울바다와 작은 섬들을 구경하는 방법도 있다.

두 섬은 크고 작은 것만 다를 뿐 전통적인 사찰 문화, 역사 현장, 한적한 어촌 풍경이 정겹고 아기자기한 여행 코스로 아주 좋다. 웅크린 어깨를 펴고 열정으로 몰려와 부서지는 그 푸른 파도의 하얀 물보라의 외침 그리고 뜨겁게 풀무질하는 햇무리를 가슴에 안으며 희망찬 새해를 꿈꾸어 보자.

덧붙이는 글 | ● 석모도로 가는 길
1. 대중교통
- 서울 신촌 버스터미널→외포리행 직행버스
(평일 1시간 간격, 주말 30분 간격 운행) 
- 외포리항→석모도(아침 7시 30~오후 6시. 30분 간격 운행)
- 승용차 선적 가능. 섬 안에서 버스 10분 간격 운행.
2. 승용차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나들목→48번 국도→84번 지방도→외포리항
- 외포리 선착장(032-932-6007)

덧붙이는 글 ● 석모도로 가는 길
1. 대중교통
- 서울 신촌 버스터미널→외포리행 직행버스
(평일 1시간 간격, 주말 30분 간격 운행) 
- 외포리항→석모도(아침 7시 30~오후 6시. 30분 간격 운행)
- 승용차 선적 가능. 섬 안에서 버스 10분 간격 운행.
2. 승용차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나들목→48번 국도→84번 지방도→외포리항
- 외포리 선착장(032-932-6007)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