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간 섬 분쟁, '장수도'와 '사수도'

섬 하나를 두고 두 자치단체가 두개 이름으로 부르는 속사정

등록 2005.12.14 19:49수정 2005.12.1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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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간 독도분쟁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우리나라 자치단체 간 힘겨루기를 재현하는 중심에 한 개의 섬이 있다. 전남 완도군 소안도 앞 바다와 북제주군 제주해협 해상에 떠 있는 섬을 두고 완도군은 장수도(幛水島), 북제주군은 사수도(泗水島)라고 부르며 소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것. 26년 동안 관할권 분쟁을 하다가 결국은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헌법재판소로 가게 됐다. 지난 11월 29일 북제주군이 헌법재판소에 제소를 한 것.

a '장수도', '사수도' 두 이름 사이에서 분쟁 중인 섬

'장수도', '사수도' 두 이름 사이에서 분쟁 중인 섬 ⓒ 문화재청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두 자치단체는 서로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구사중이다. 북제주군은 이 섬에 군기를 게양하고 '사수도지킴이'라는 현판을 내걸고 제주 해양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완도군민의 어선 접근을 막고 있다. 이에 완도군은 헌재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공동어업구역으로서 배려키로 했는데 완도군 어민들만 제주해경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요즘 이 지역에서는 삼치가 많이 잡힌다. 어업을 주 생계수단으로 삼아온 이들 지역 어민들은 해당 자치단체가 미온적 대응을 하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특히 완도군 어민들은 제주해경으로부터 딱지만 뗀 채로 빈 배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완도군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완도는 섬 규모로 볼 때 면적이 392.76㎢로 우리나라 6대섬에 해당한다. 완도 금일 노화 등 3개 읍과 장수도가 소속된 소안도를 비롯하여 신지도 약산도 보길도 등 9개면으로 구성돼 있다. 완도군은 201개 섬(유인 54, 무인 147)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제주군은 13.7㎢로 한림 애월 등 4읍 3면으로 구성돼 있다. 섬은 모두 60개 섬(유인 6, 무인 54)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 규모면에서 볼 때는 완도군이 크다.

두 자치단체의 어민들 삶의 모습은 반농반어촌이다. 바다에 나가지 않는 날은 농사를 병행한다. 완도와 제주의 섬 관련 신경전은 추자도에서 비롯되었다. 추자도는 크고 작은 섬이 42개에 달한다. 어업을 주 생계수단으로 하는 이들 자치단체들로서는 섬 소유 문제는 곧 절체절명의 문제이다.

그러나 권위주의적 정권 시절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런 애증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고려시대 원종 때인 1271년 전남 영암군에 예속되며 추자도로 불렸던 이 섬은 1884년에 다시 제주도로 1896년에는 다시 완도군, 다시 1910년에 제주도에 편입돼 1946년부터 북제주군 추자면이 되었다. 지금도 추자도 사람들은 완도항과 제주항을 생활권으로 삼고 여객선 역시 완도항과 제주항을 오고간다.

a '장수도'를 되찾자는 완도군 지역신문과 '사수도'를 사수하자는 북제주군 보도자료

'장수도'를 되찾자는 완도군 지역신문과 '사수도'를 사수하자는 북제주군 보도자료 ⓒ 박상건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것이 "장수도냐? 사수도냐?"하는 소유 분쟁의 문제였다. 이 섬 문제는 두 자치단체의 새해 주요 정책으로 수립되어 있을 정도다. 이 섬이 분쟁의 대상이 된 것은 지적법과 부동산등기법상 완도군과 북제주군에 이중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북제주군은 "1919년 일제강점기에 추자면에 속해 있다가 1960년 정부로 소유권이 이전됐다가 72년 추자초등학교 운영위원회 소유로 변경돼 지금에 이르렀다"는 주장하고 있다.


반면 완도군은 "내무부 때에 정부의 미등록 도서 지적등록 지시를 받아 79년도에 완도군 소안면 당사리 산 26번지로 등록했다"는 것. 일제 때 잘못 등재된 것인지 아니면 행정 시스템이 허술하던 시절에 양 자치단체에 이중으로 등재된 것인지 그 근본적인 해답은 아직 없다.

이 섬은 시기만 놓고 볼 때 북제주군이 먼저 등록했다. 이 섬은 흑비둘기와 슴새의 번식지로 해양생태의 보고이다. 그래서 문화재청은 1982년에 이 섬 일원을 천연기념물 333호로 지정했는데 당시 소유 및 관리자를 북제주군으로 지정했다. 북제주군은 이 점을 주요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 북제주군 소유 추자도에서 2㎞ 정도 떨어져 있는 데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나무 밑에는 슴새가 굴을 파서 번식하는 등 천혜의 섬이자 풍부한 어종을 자랑해 포기할 수 없는 섬이라는 것이다.

a 분쟁 중인 섬은 흑비둘기와 슴새번식지로 천연기념물이다.

분쟁 중인 섬은 흑비둘기와 슴새번식지로 천연기념물이다. ⓒ 문화재청

북제주군은 문화재청에서 북제주를 관리자로 지정했다는 점을 들어 '천연기념물 '사수도' 해안주변 말끔히-슴새, 흙비둘기 보호, 야광 안내판 설치'(2004. 6.11)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등을 배포하며 언론을 통해 홍보를 하기도 했다. 북제주군은 야간에 식별이 가능한 안내간판을 추가 설치하고 북제주군청 공무원과 추자면 기관, 자생단체 임직원, 군인과 경찰 등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사수도 사수에 나섰다. 이와 함께 제주해경을 통해 타시도 낚시꾼 등 무단 접안 및 접근을 금하도록 했다.


물론 북제주군 어민들에게는 이 섬의 출입을 허용되었다. 2004년 3월 25일 한 민원인은 북제주군에 "사수도에 해녀막사가 지어져 있고 주변에서 어로활동을 하는 해녀들이 취사 및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건축법 위반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북제주군은 3월 29일자 답변에서 "수산업법 제44조의 규정에 의해 5년마다 추자면에 어업신고를 하여 조업 중에 있는 해역으로서 공개제한 예외규정에 따라서 해녀의 조업활동과 해산물 채취를 위한 출입은 허용한다"면서 "사수도 해역에서 해녀작업을 하면서 임시 취사 및 휴식을 취하기 위해 시설물은 건축법 허가대상이 아니"라고 북제주군 어민들의 어업활동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a 분쟁 중인 섬은 해조류 번식지로 해양생태의 보고이다.

분쟁 중인 섬은 해조류 번식지로 해양생태의 보고이다. ⓒ 문화재청

이에 대해 완도군은 "북제주군의 사수도 천연기념물은 권한 없는 자의 행정행위에 해당되므로 문화재청에 지정철회 및 신규 장수도 천연기념물을 지정토록 추진 중"이라면서 국유재산 소유권 확인 소송도 병행하겠다고 반발했다.

이 섬을 둘러싼 두 자치단체간 힘겨루기는 지난 1990년 5월19일 이 섬 일원에서 해양수산업을 하던 민원인이 재무부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민원인은 "본 청원인에게 소안면 당사리 산 26번지(장수도)의 소유 및 관할권 확인 구술 문의한 결과 북제주군에는 처음부터 임야대장을 신규 등록하지 아니하고 있어서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위 장수도의 관할권은 당연히 완도군수의 절대권한에 속한 사항임으로 이 도서의 임대신청은 완도군 재무과에서 하도록 하라는 요지의 답변을 받은바 있으므로 귀직께서 서면으로 확인하여 주기 바람"이라는 내용의 민원을 재무부에 제기했다.

이 민원 내용에 대해 재무부는 같은 달 30일, 제주도지사와 전라남도지사에게 동시 답변서를 보냈다. 전라남도의 경우 장기적인 문제로 접근할 것을 권유했고 이러한 내용이 완도군으로 이첩된 이후 완도군은 1999년 4월 21일, 5월 13일, 6월 1일 연이어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리고 군의 주요시책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완도군은 이 사안이 재판 중인 사안이고 서로 어업활동을 가능한 지역임으로 북제주군이 타 시군이라는 이유로 어업행위를 금지한다는 점에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북제주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제주해경에 의한 단속의 강도만 높아졌다. 이에 완도군은 "장수도와 북제주군이 말하는 사수도는 같은 섬이 아니"라며 "경위도상 완도군의 장수도는 북제주군 사수도와는 경도상 8분차이가 나는 별개의 섬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완도군이 작성한 지적도에서 장수도는 소안면, 21만4328㎡(6만4833평)이다. 북제주군이 작성한 지적도에서 사수도는 북제주군 추자면의 6만9223㎡(2만940)평이다. 동경 126°38′ 북위 33°55′이다.

그러나 국립지리원 고시 사수도는 현 장수도의 경도와는 8′차이가 난다. 정부가 작성한 국무원고시(1961.4.22)에서도 사수도는 '동경 126° 30′, 북위 33° 55′'로 현재 사수도에서 서쪽 14.8㎞ 지점에 해당하는 또 하나의 섬으로 명기돼 있다. 현재 지적도상 사수도와 현격한 위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두 자치단체의 주장은 이렇지만 정부 자료에는 완도군의 장수도에 대한 기록이 훨씬 많다. 완도군이 제시한 지적도에서 장수도는 자연적인 곡선으로 실제와 일치한 반면, 사수도는 직선 형태로 섬 일원과 실제로 일치하지 않는다. 정부자료의 장수도는 완도군 소유 섬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등록 방식과 관련해서도 완도군은 1979년 2월에 무인도로 장수도를 등록한 데 이어 1982년 국유도서로도 등록했다. 이러한 근거에 따라 국립지리원 지도에 장수도는 있으나 사수도는 나와 있지 않다. 정부 행정지도 통계연보에는 장수도는 지적도상 주소와 일치하나 사수도는 한림읍 비양도 인근에 표시돼 있어 완도군의 ‘다른 섬의 사수도를 지금의 장수도로 오인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즉, 현재 북제주군이 추자면에 소속한 섬이라는 것과는 위치상 다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어도 등 수면 아래 해저에 위치한 돌섬 등이 많은 제주도 여느 섬이나 동해의 지리적 환경으로 말미암아 생긴 암초 형태의 섬이 해수면 위로 솟아나지 않음으로써 생긴 문제일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장수도와 사수도는 본디 다른 섬일 거라는 추정이다.

섬은 항로의 안전한 항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 해수부는 1989년 10월26일 이 섬에 등대를 설치하면서 '장수도 등대'라고 명명했다. 물론 관리는 제주 항만청에 맡겼다. 내무부가 해양학자들과 공동으로 조사하여 펴낸 '한국 도서백서(島嶼白書)'에도 장수도와 사수도가 각기 다른 섬으로 표기돼 있다. 장수도는 완도군 소안면 소재 무인도로 면적 0.216㎢, 사수도는 북제주군 추자면 소재 무인도로 면적 0.069㎢로 표기돼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해 10월22일 작성한 보고서에는 '장죽수도 및 부근 제도 34-22.2N, 126-07.9E 2003년 수로측량에 의거'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해수부가 공식적으로 장수도라는 섬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 설치된 등대이름 역시 '번호 4124.7 장수도등대 33 55.1 33 55.3 126 38.5 126 38.4'로 돼 있다.

등대의 위치는 세계 모든 항만과 선박의 표준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무원고시 제16호'(1961. 4. 22)에서도 이 섬의 경도와 위도가 8′(14.8㎞)차이가 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아무튼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갔다. 작은 나라에서 섬 하나를 가지고 헌법재판소를 들락거리는 우리의 자화상이 지극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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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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