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릴리 "김정일만큼 북핵 통제할 인물 없어"

<세카이 니포> 인터뷰에서 밝혀

등록 2005.12.24 15:21수정 2005.12.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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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정권이 붕괴하면 북핵을 손에 넣기 위한 북한 군부의 내분이 발생할 것이며, 현실적으로 김정일만큼 북핵을 통제할 인물이 없다"고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국대사가 22일 <세카이 니포>(세계일보 일본판)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혔다.

제임스 릴리 전 대사는 1928년 생으로 예일대학 출신이며, 주중대사(1989~1991년)·주한대사(1986~1989년)을 거친 아시아통이다.

참고로, 필자가 세계일보 일본어판을 입수하지 못해서, <세카이 니포> 인터뷰 전문을 수록하고 있는 영문판 매체인 <월드 피스 헤럴드>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였음을 밝혀 둔다. <월드 피스 헤럴드>가 영문판이기는 하지만 <세카이 니포>의 인터뷰 전문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영문판을 참고한 것이 내용의 이해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음도 밝혀 둔다.

<세카이 니포> 도시유키 하야카와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임스 릴리 전 대사는 미중관계·중일관계·한중관계·북중관계 등에 관해 포괄적으로 견해를 피력했는데,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발췌·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일부 표현을 한국식 문장으로 수정하였음을 밝혀 둔다.

"부시 행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은 무엇인가? 11월에 <월 스트리트 저널>은 '봉쇄+개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대중국 정책을 정확히 표현한 말인가?"라는 도시유키 기자의 질문에 대해 릴리 전 대사는 "대중국 정책을 일률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단언하면서 아래와 같이 답변하였다.

"이 문제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다. 안보·마약·대테러주의·북한문제·양안문제·동남아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봉쇄+개입'(congagement)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는 봉쇄(containment)와 개입(engagement)의 합성어로 congagement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 필자 주)]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의 혼합체라 할 수 있다."

뒤이어 기자는 "중국이 향후 10년 내지 20년 안에 세계적인 영향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정부는 장기적인 대중국 전략을 갖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는데, 이에 대한 릴리 전 대사의 대답은 이러하다.


"10년이나 20년 내에 중국이 세계적인 주요 강국이 되리라는 추정은 불확실한 것이다. 중국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절반이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 군사적 현대화, 국제정치적 비중의 강화 등은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 있어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들이다. 하지만, 중국은 국내적으로 주요 문제들을 안고 있다. 부패, 내부 갈등 및 폭력, 농공업이나 종교적 운동과 관련된 시위 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첫째 중국과의 접촉 수준을 높임으로써 경제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둘째, 중국의 군사적 현대화를 주시하면서 보다 더 강력하고 현대적인 중국 군사력이 미국 및 일본을 겨냥하는 것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중국이 10년 혹은 20년 내에 실질적인 도전세력이 되든 못 되든 간에 그 2가지 가능성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자는 "중국은 자국의 국력 강화를 화평굴기(和平堀起, 미국측 표현은 peaceful development)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것을 정말로 믿을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였다. 릴리 전 대사의 코멘트는 이러하다.

"중국의 잠수함·항공기·순항미사일 구입 등을 조사하게 되면, 중국이 실제적으로는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예산을 공개하고 있지만, 그것은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군사력 강화를 비밀에 붙이는 것도 그들의 전략 중 하나다."

이어서 중국의 해군력 문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은 해군력 증강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중국이 향후 미 해군이나 자위대 해군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릴리 전 대사는 이렇게 응답했다.

"중국은 분명 해군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이 군사력과 관련하여 점차 비중을 강화하는 3대 분야는 해군, 전략미사일, 공중방어다. 중국은 대만해협을 포함한 주변 지역에 완충지대를 두려 하고 있으며, 서태평양·남중국해·인도양에 대해서도 영향력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이 그렇게 하는 목적은 에너지 수송을 위한 해상로 방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미국 및 일본의 군사력에 맞설 수는 없다. 중국인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려고 시도는 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미국인'인 릴리 전 대사의 숨은 의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미·일 군사력에 대해 도전은 할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미·일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는 그의 말은 다분히 일본인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지금 당장 일본의 군사력에 맞설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이는 일본이 자국의 방위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본인들의 심리적 이탈을 방지하는 한편, 일본인들의 대미 의존을 지속시키기 위하여 '중국이 도전을 하기는 하겠지만, 우리를 따라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오고간 대화는 중국의 한반도정책에 관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중국인들이 (북핵 말고) 미국에 맞설 정치적 카드를 또 갖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릴리 전 대사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중국인들은 북한정권이 붕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국인들은 북한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을 살리기 위해 식량과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붕괴하면 4백만 명의 난민들이 만주로 밀려들 것이고 이는 중국에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만약 북한이 붕괴한다면 북한의 핵무기·화학무기·생물학무기·장거리미사일이 북한 군부의 수중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김정일 정권만큼은 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통제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붕괴하면 이러한 무기들을 손에 넣기 위한 군부의 내분이 벌어질 것이다. 이는 중국이 원치 않는 상황이다.

그리고 중국은 한·미 양국이 연합하고 또 압록강변에 미군을 둔 상황에서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에서 미·일을 능가할 때까지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릴리 전 대사가 강조한 것은, 중국이 한·미 주도의 한반도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지, 한반도통일 자체를 원치 않는다는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상당수의 중국 지식인들은 한반도통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다만,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릴리 전 대사의 코멘트처럼 한·미 연합이 주도하는 통일이다. 그래서 릴리 전 대사는 중국이 한국과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미·일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그러한 조건 하에서 한반도통일을 맞으려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기자는 중국이 한반도와 관련하여 북핵 말고 다른 정치적 카드를 또 갖고 있느냐고 질문했는데, 이에 대한 릴리 전 대사의 코멘트를 요약하면, '한반도통일에 대비해서 미리부터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릴리 전 대사의 관점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핵문제를 통해 또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 연대를 깨기 위한 한-중 관계강화를 통해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가 운영하는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가 운영하는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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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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