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바자르에 가다

[중국배낭여행 길라잡이] 자티 실크로드를 가다

등록 2006.01.07 17:10수정 2006.01.0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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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 해가 싫어지는 날씨.

투르손나이는 북경시간 9시에 등장했다. 제자들이 좋은 곳이 있다고, 위구르인 사이에 유명하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오토바이를 60위안에 대절. 택시빌리는 가격의 절반 이하다. 완충장치가 없어서 엉덩이에 충격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외에는 탁트인 시야로 기분이 좋다.


a 60위안에 대절한 오토바이. 적당한 가격이다.

60위안에 대절한 오토바이. 적당한 가격이다. ⓒ 최광식

a 빌린 오토바이의 주행계 '7777' '8888' 이런 식으로 맞춰 놓는 경우가 많다.

빌린 오토바이의 주행계 '7777' '8888' 이런 식으로 맞춰 놓는 경우가 많다. ⓒ 최광식

한국어로 읽으면 '무하메드 카스가리'정도되는 사람의 묘다. 제자들은 위구르로 된 '터키어사전'을 지은 저자라고 설명했지만, 정확히는 '돌궐(突厥)어사전'이다. 꼭 틀린 것만은 아니다. 터키라는 국명의 어원이 돌궐이기에. 1076년에 쓴 '돌궐어대사전'의 저자의 무덤이다. 위구르어의 역사와 완성도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고 우리 한글보다도 훨씬 오래됐지 않은가!

a 무하마드 카스가리 초상화, 안양처녀, 투르손나이

무하마드 카스가리 초상화, 안양처녀, 투르손나이 ⓒ 최광식

'문자'가 꼭 문명의 기준이지는 않지만 '문자'가 있는 민족은 없는 민족보다는 문명적인것도 사실이니까.

위구르 제자들이 권한 유적지이니 경건하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세종대왕에게 비유한다면 대왕께서 조금 억울해 하시겠지만 위구르인의 '세종대왕'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이 위대한 언어학자의 묘보다는 사실 근처의 이슬람 공동묘지에 시선이 더 많이 갔다. 관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준다. 아마 이슬람 문명의 발상지였던 사막오아시스기후의 목재부족이 원인이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a 이슬람식 공동묘지

이슬람식 공동묘지 ⓒ 최광식

카스는 서쪽, 유럽에서는 동쪽에서 생긴 종교를 열심히 동쪽으로 활발히 수송한 대동맥의 중추였다. 마니교, 불교, 조로아스터교, 경교(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이슬람교. 위구르인들은 이 수많은 종교의 수송자였으며 실험정신 투철한 시험자들이었다. 그 흔적은 신강 위구르지역 곳곳의 유적에서 찾아볼수 있다.


이제는 동쪽에서 온 '마르크스교'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이 놀랄만한 '유물무신교'의 영향은 정치적인 영향빼고는 종교적 영향은 미미한 것 같다. 이 지역사람들이 여전히 충실한 무슬림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로 봐서는 가장 늦게 생긴 종교인 '유물무신교'인 '마르크스교'는 역사의 일천함탓이라고 보기 보다는 인류 상상력의 보고인 '내세관'을 부정하는 조금 삭막한 이성이 기준이라 종교적 영향이 적은 듯하다.

충실한 신앙생활로 사부의 흠모를 받고 있다는 걸 모르는 내 위구르제자인 '투르손나이'는 한국사람들이 양을 안먹고 돼지를 먹는 걸 이해를 못했다. 한국은 산지가 75%이고 양을 키울만한 초원이 거의 없다는 말을 듣고 조금은 이해하는 눈치.


흠.. 생각해보니 그 거친 북방기마민족한테서 수천년간 나름대로 독립을 유지한 이유도 양을 키울만한 초지가 부족한 탓이 아닐까 한다. 초원기마민족에게는 태반이 산지였던 한반도가 큰 매력이지는 않았을 지도..

이슬람교가 관용과 유연의 종교라고 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배나온 기마민족이 좋아하는 먹거리로 들자면 '돼지고기'다.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꾸란에 "하나님께서 너희들에게 부여한 음식 중 좋은 것을 먹되 하나님께 감사하라.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 그러나 고의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먹을 경우는 죄악이 아니니라." 그 귀절을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연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기층 종교가 경직성과 배타성을 갖는 이유는 경전탓이 아니라 (믿는) 사람탓인 경우가 많다.

(필자주: 코란, 쿠란, 쿠-란, 꾸란, 쿠르란 등 이슬람 경전에 대한 많은 발음이 있지만, 꾸란이 가장 비슷한 발음에 가깝다고 해서 꾸란으로 합니다. 하지만 '한국 이슬람 중앙성원' 사이트에서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더군요.)

점심으로는 찐달걀 14개(7위안)와 수박 한덩이(4위안) 나는 네 개밖에 안먹었는데.. 흠.. 아! 맞다. 오토바이 기사도 2개!

근처에 월요일만 열린다는 시골바자르로. 우루무치 바자르는 좋게 얘기하면 현대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작위적인 바자르고, 카스 바자르는 규모도 크고 볼거리 살거리 잔뜩이지만, 정돈된 느낌이라 정이 안가는데 여기는 정말 시골바자르라 살아 숨쉬는 듯한 분위기다.

아이스크림먹는 아이, 꿀과 얼음을 넣은 요구르트를 먹는 아줌마, 삼사(양고기만두)를 먹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 당나귀를 흥정하는 아저씨들, 당나귀를 끌고나온 할아버지, 당나귀마차를 타고가는 일가족등등. 위구르판 한국5일장이다. 추억이 떠올라서인지 더욱 정겹다.

a 요구르트에 꿀과 얼음을 넣은 음료(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만)를 파는 곳입니다. 이 지역 꿀은 특히 달기로 소문났습니다.

요구르트에 꿀과 얼음을 넣은 음료(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만)를 파는 곳입니다. 이 지역 꿀은 특히 달기로 소문났습니다. ⓒ 최광식

a 양고기 정육점

양고기 정육점 ⓒ 최광식

a 빠질 수없는 양고기꼬치, 카와브

빠질 수없는 양고기꼬치, 카와브 ⓒ 최광식

a 가축시장, 주로 양과 소가 보이고 운송수단인 당나귀도 보인다.

가축시장, 주로 양과 소가 보이고 운송수단인 당나귀도 보인다. ⓒ 최광식

a 당나귀마차를 타고 바자르로, 흠. 한마리 사고 싶더군요. ^^

당나귀마차를 타고 바자르로, 흠. 한마리 사고 싶더군요. ^^ ⓒ 최광식

다시 카스로 간다. 중간에 내려 힘들게 '싸미'가 안내한 곳은 위구르춤과 노래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맥주 4병(1병 5위안), 비둘기 구이 4쪽(개당 8위안), 하미과 한접시(5위안), 음료수(5위안) 총 62위안. 사부가 냈다. 너무 일찍 도착해 1시간정도 시간이 남아 많이 먹게 됐다. 어제 식당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잠시후에 중국인 단체손님들로 만원. 어수선의 극치.

흠. 선생님이 이런 곳은 별로 안좋아하는 걸 모르나. 하지만 전문무용수가 보여준 위구르춤과 드믄 위구르 손님들중 한 꼬마아가씨의 춤이 흥이 돋군다. 전문 무용수의 춤은 세련과 절제로, 꼬마 아가씨의 춤은 위구르춤의 경쾌함과 소박함 넘치는 흥겨운 춤이라 기분이 빠르게 유쾌해졌다.

a 위구르 꼬마아가씨

위구르 꼬마아가씨 ⓒ 최광식

싸미는 다시 집으로 가고 투르손나이가 고성(古城)으로 안내, 저녁늦게라 입장료 30위안을 안내고 무료로 구경. 정말 골목어딘가에서 반월도를 든 40인의 도적이 나올것같다. 투르손나이가 안내한 곳은 내가 알고 있는 가격의 3~6배인 기념품가게다. 다 아는 사이라면서 그것도 두번이나. 흠.. 씁스레하다.

왠지 모를 불쾌감에 맥주 몇병 더 마시고 쓰러지듯 잤다.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것같은 기분이 들어서..괜히 울적해진다.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중국돈 1위안은 2005년 8월 한국돈 136원(팔 때 기준) 정도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중국돈 1위안은 2005년 8월 한국돈 136원(팔 때 기준)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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