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알같이 예쁜 생태계 보물창고와의 만남

〔제주의 오름기행 ⑥〕바다위에 누워 있는 도두봉

등록 2006.02.14 20:40수정 2006.02.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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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겨울철 오름 탐방을 하기 위해 등산복을 챙겼으나 금방 후회하고 말았다. 행여 산기슭에 잔설이 남아 있을까 아이젠까지 챙겼다. 그러나 아뿔싸! 어느새 높아진 바깥 기온이 봄을 재촉한다.

용두암 해안도로에서 본 도두봉
용두암 해안도로에서 본 도두봉김강임
제주시 용두암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1Km쯤 달렸을까? 오름 탐방의 길목에서 만난 제주바다는 생명의 바다처럼 출렁였다. 그 생명의 바다 서쪽 끝에 누워있는 새알같이 예쁜 오름 도두봉. 도두봉을 눈앞에 두고 해안도로에서 자동차 가속기를 밟았다.

해안도로 오른쪽에서는 바닷바람에 파도가 일었다. 그 파도를 가슴에 안고 도두봉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새처럼 가뿐하다. 바다 위에 누워있는 듯 도도록이 도드라진 모습이라 해서 '도들봉', '도돌봉'이라 불렀다 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도토리처럼 도독하다고 해서 '도들봉', '도돌봉'이라 부른다고도 한다. 도두봉은 제주를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비행기 이 착륙을 할 때 볼 수 있는 제주국제공항 바로 옆에 있는 오름이다.

도두봉으로 통하는 산책로는 해송이 우거져 있습니다.
도두봉으로 통하는 산책로는 해송이 우거져 있습니다.김강임
도두동 마을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도두봉 가는 길은 마치 산책로처럼 단아하게 조성돼 있다. 오름에 늘어서 있는 삼나무와 해송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자 도두봉에 서식하는 겨울새들이 소나무 틈새로 비상을 한다. '작은 새가 멀리 난다'고 해송 사이로 비상하는 새들은 자신의 흔적을 감추듯 쏜살같이 사라진다.

오름 언저리에는 마을포제를 지내는 제단이 자리 잡고 있어 오름 속에 살아가는 제주시 도두동 마을 사람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은 밋밋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는 기분은 마치 뒷동산에 오르는 기분처럼 상쾌하다. 산언저리에 이제 막 움을 트는 벚나무가 봄을 기다리듯 서 있다.

"벚꽃이 피면 해송과 어우러져 참 아름답겠다!" 누가 듣는 사람도 없는데 마음속에 다짐이라도 하듯 약속을 하고 산허리에 올라섰다.

수풀속에 숨어있는 벌레들의 겨울나기
수풀속에 숨어있는 벌레들의 겨울나기김강임
10분쯤 올랐을까? 겨울을 나기 위에 수풀속에 몸을 숨긴 애벌레들의 안식처가 수풀 속에서 숨어있다. 머지않아 봄이 되면 이 애벌레는 기나긴 겨울에서 깨어나 하나의 생명을 잉태할 것이다.


금발의 숲을 지나 오름정상을 향하다
금발의 숲을 지나 오름정상을 향하다김강임
도두봉은 표고 65.3m. 비고 55m로 나지막한 오름이어서 오름의 정상을 단숨에 오를 수 있다. 특히 정상을 에워싸고 있는 초지대는 겨울바람에 누렇게 탈색되어 금발을 하고 있었다. 금발과 은발이 아름다워 보이는 연륜에 다가서고 보니, 삼라만상의 무르익어 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세상의 이치임에도 겨울 초지 사이를 걷고 있는 내 마음은 벌써 황혼을 생각하고 있다.

볼레나무에서 열매를 따먹었습니다.
볼레나무에서 열매를 따먹었습니다.김강임
오름 속 초지 속에 숨어 있는 볼레나무와 억새, 동백나무가 도두봉을 지키는 터줏대감이다. 동행했던 친구는 볼레나무에서 겨울바람에 짓무른 볼레를 하나 따서 입속에 넣는다.

" 그것 먹어도 돼나?"

늘 자연공부를 하면서 산에 오른다는 친구는 산에 오르면 만물박사가 된다. 그 맛이 새콤한지 달콤한지도 모르면서 나무 열매 앞에만 서면 침을 흘린다.

" 넌 어릴 적, 산에서 이런 거 안 따먹었나?"


제철이 지난 열매가 무슨 맛이 있을까? 그러나 보리수나무에 달린 마지막 열매를 따 먹는 재미 또한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의 순수함이다. 금발로 탈색된 초지 사이로 통하는 좁은 길 위에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제주의 서쪽 관문의 수문장이라 일컬어지는 도두봉. 늘 비행기 이 착륙을 할 때마다 "저 산에 언제 오르지?"하며 숙제처럼 남겨 두었던 오름이었는데 그 숙제를 이제야 하게 되다니!

정상에는 봉수대의 흔적이 새겨져 있습니다.
정상에는 봉수대의 흔적이 새겨져 있습니다.김강임
도두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말이 필요 없었다. 꼬불꼬불 이어진 해안도로 뒤편에 제주의 동쪽 관문의 오름인 사라봉이 보이고, 흔적이 없지만 동쪽 사라봉과 서쪽 수산봉과 교신을 했다는 기념석이 정상에 새겨져 있다.


도두봉 정상에 서면 용두암 해안도로의 풍경이 한눈에 보입니다.
도두봉 정상에 서면 용두암 해안도로의 풍경이 한눈에 보입니다.김강임
더욱이 도두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두리 포구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도두봉 정상에서 보는 해질녘의 아름다움은 더욱 멋이 있다고 한다.

한라산은 구름속에 숨어 있고 오름들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합니다.
한라산은 구름속에 숨어 있고 오름들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합니다.김강임
멀리 한라산 자락에 오순도순 뻗어있는 오름들 사이에 우리가 살아온 '삶의 터'가 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쪽은 신제주, 이쪽은 해안도로!"하며 풍광에 젖는다.

도두봉에 쑥부쟁이가 아직도 피어 있더군요
도두봉에 쑥부쟁이가 아직도 피어 있더군요김강임
도두봉은 낮은 오름이지만 그 숲에는 생명이 꿈틀거린다. 끈질기게 겨울을 버텨 온 쑥부쟁이와 겨울 산을 지키는 생명체들의 보물창고다.

도두리 포구에 가면 도두봉의  화산의 흔적을 볼수 있습니다.
도두리 포구에 가면 도두봉의 화산의 흔적을 볼수 있습니다.김강임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도두항 포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도두봉은 분화구가 없는 기생화산으로 응화암과 현무암이 분포한다. 특히 도두봉 일대 화산층은 오름의 북서쪽 바다에서 일어난 화산분출의 잔해가 있어 장관을 이루었다. 특히 도두봉 북서쪽에 있는 암석은 화산분출시 일어난 응회암이 퇴적되고 화산체가 자라면서 해안지역에 응회암을 침식하여 계곡과 하천을 형성하여 장관을 이루었다.

더욱이 도두항 포구에서 보는 도두봉은 도투리알처럼 작지만 풍성한 보물이 담겨 있었다.

도두봉

▲ 도두항 포구에서 본 도두봉

도두봉은 제주시 도두동 산 1번지 일대로, 제주 국제공항에서 북서쪽으로 1km정도 용두암 해안 도로변 바닷가에 있다.

도두봉은 표고 65.3m, 비고 55m, 둘레 1092m, 면적 80253m, 저경 379m로 화구가 없는 원추형 형태로 숫오름이다. 도두봉 중턱에는 마을 공동묘지와 체육공원이 있다. 도두봉 서북쪽은 도두리가 아름다우며 삼나무 해송 등 잡목 숲과 초지를 이루고 있다.

특히 오름 서쪽에는 여러 곳에 샘물이 있어 북류천을 형성한다. 도두봉 남사면에는 마을제를 지내는 포제단이 있으며 억새, 갯질경이, 꿀풀, 괭이밥 등, 해안지역 초지식물이 분포하고, 동백나무, 삼나무, 볼래나무, 소나무 등이 오름을 형성한다. / 김강임

덧붙이는 글 | - 도두봉 찾아가는길: 제주시- 용두암- 해안도로- 도두봉으로 20분정도가 소요되며, 오름에 오르는 왕복 소요시간은 30분 정도이다. 
 - 2월 12일 다녀온 오름탐방기 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도두봉 찾아가는길: 제주시- 용두암- 해안도로- 도두봉으로 20분정도가 소요되며, 오름에 오르는 왕복 소요시간은 30분 정도이다. 
 - 2월 12일 다녀온 오름탐방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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