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다고 자식을 버립니까?

[르포]새만금갯벌을 가다

등록 2006.03.13 17:07수정 2006.03.1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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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눈발도 날리고, 바람도 세차다. 방조제 위에 바람을 막는 천막들이 '살려주세요, 갯벌을 살려주세요'라며 울부짖는다. 옆으로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버스가 흙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단식농성 6일째라는 천막부터 모두 4개의 농성천막이 방조제 진입로 길가에 쳐져 있다. 군산의 김제어민들도, 군산의 하제어민들도 농성천막을 차렸다. 새만금 싸움에 소극적이었던 김제어민들이 나선 것은 그만큼 삶이 절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970년 박정희 정권 시절에 막아진 계화방조제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자 주민들에게 알리는 방송소리가 절박하다. 선주회가 주관해 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한다고 사무실로 모여 달라는 방송과 '갯벌배움터 그레'에서 전승수 교수(전남대)를 모시고 새만금사업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안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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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이대로 방조제가 막히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절망과 지난한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가 싶었던 지역활동가들은 지난 '도올'의 1인시위에 힘을 받았다. 어민들은 물론 국민들도 나름대로 새만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마을 어민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속가능한새만금(FASS)'이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에 김제, 심포, 계화에서 모인 150여명의 어민들로 가득했다. 김 공장을 수리해서 만든 갯벌배움터 '그레'에서 진행된 간담회로 모처럼 사람들로 넘쳐났다. 방바닥은 차가웠지만 어민들은 전 교수의 '갯벌의 가치'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 강의가 있으면 아줌마들로 가득했지만 이번에는 남자들도 30여 명이 참석했다. 그 만큼 절박한 탓일 것이다. 주민운동의 사례를 보면, 여성들이 나서면 꼭 뭔가를 이루어냈던 것을 보아온 터라 사뭇 기대도 들었다.

"저야 갯벌하나 포기하면 그만이지만, 조사하면 할수록 너무 아까워서 이렇게 나서게 되었습니다."

어디 아깝기로 하면 새만금 갯벌에 기대어 사는 어민들만 하겠는가. 고속도로를 지나다 전북휴게소에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했던 전 교수가 주민들을 '선동'하기로 맘먹은 이유다. 지난 몇 년 동안 새만금싸움의 모든 토론회 현장에 있었고, 법정싸움에서도 반대논리를 펼쳤던 그였다. 그 과정에서 전북 도민들은 물론 어민들에 대한 실망까지 했었다. 그는 단호하게 지적한다. '갯벌은 살아 있고, 2.7km는 새로운 출발'이라고. 4호방조제 트는 일보다 2.7km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우선은 내부 갯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새만금처럼 하구갯벌을 가로 막은 간척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의 간척사례를 예를 들며 그들이 갯벌도 살리고 어민들이 소득보전을 마련한 개발 사례들을 소개할 때 어민들은 점점 강의 속으로 빠져들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931년 완성한 쥬다제댐을 벤치마킹하면서도 1987년, 1991년 완성한 하구댐들이 해수는 물론 선박들도 오갈 수 있는 개폐식 수문을 설치한 것을 무시한 채 추진하고 있다면 비판했다.


특히 1991년 완공된 네덜란드 마에스란드커링의 방조제 수문은 대형부채모양의 개폐식 수문을 달아서 해수를 유통시키고 있다. 영국의 방조제의 경우 1984년 기존이 방조제 계획을 수정하여 엄청난 예산을 추가로 투자해서 15개의 개폐식 수문을 만들었다. 새만금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단체의 비난이 일자 겨우 생각하는 것이 새만금방조제 시멘트 위에 흙을 덮어 잔디를 까는 정도라는 것이다.

금강하구 둑은 한때 1년에 1m 이상 뻘이 쌓였다. 지금 새만금 갯벌은 1년이면 30cm이상의 뻘이 쌓이고 있다. 방조제가 막아지면서 뻘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이 전 교수의 지적이다. 어민들은 이것이 '죽뻘'이라며 갯벌을 포기하고 있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죽뻘도 해수만 유통된다면 갯벌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가 유통하고 갯지렁이가 살고 20여년이 지나면 살아날 수 있다. 죽뻘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열려 있는 2.7km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의 간절한 외침에 어민들이 웅성거린다.


"막히면 더 살 것 없어유, 거기서 죽어야 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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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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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4조원을 투자해 농지를 만들 것인가

방조제를 쌓은데 2조원의 예산이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내부 개답공사를 하기 위해서 4조원이 추가로 투입될 계획이다. 우리는 시화호와 화응호를 통해서 담수호 계획이 얼마나 무모한 예산 낭비이며 생태파괴, 환경재앙인가를 확인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매립과 간척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여기저기서 논의되고 있다. 마지막 농지조성을 위한 마지막 간척사업이 새만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가 보이는데 잘못된 정책의 종지부를 새만금에서 찍자는 것인가.

백보 양보하며 농지를 조성했다고 하자, 그것이 농민들에게는 도움을 주는 것일까. 전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한다. 지난해만 해도 부안의 주산지역 등에 200mm가 넘는 비가 오면서 농지가 잠기는 일이 발생했다. 계화도 간척지는 평균해수면 보다 1m 정도 높지만 새만금 간척지는 평균해수면 보다 4m 가량 낮기 때문에 조류가 밀려올 때는 빗물이 빠지지 않고 방조제 안쪽에서 불어나 간척지 내부가 잠기는 일이 발생할 우려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200mm가량의 비가 오면 바닷물이 드나드는 것을 고려할 때 3일 이상, 300mm 이상이면 10일 이상 걸려야 물을 방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에는 논이 물에 잠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올 여름도 걱정이라는 것이 전 교수의 지적이다.

'어렸을 때 10원이면 눈깔사탕이 3개였고, 꽁치가 10마리'였을 정도로 생선 값이 형편이 없었다. 30~40년 전 무안에서는 지게에 생선을 가득 지고 가야 겨우 쌀 몇 됫박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어떤가. 지금처럼 낙지철이 아니면 갯벌에서 나는 낙지 한 마리가 만원을 훨씬 넘는다. 낙지 몇 마리면 20kg 쌀 한 포대를 살 수 있다. 새만금 갯벌에서 생산되는 생합만 해도 그렇다. 지난 일요일(12일) 신시도에는 끝물막이 공사를 위해 돌망태와 장비들이 모여 들고 있었지만 계화도 어민들은 그날만 많게는 10여 만 원 적게는 몇 만 원을 갯벌에서 벌었다.

지역개발의 모델로 이야기되는 강원랜드의 경우도 개발효과가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별로 없으며, 혜택을 보는 주민들도 제한적이다. 1년이면 새만금 전시관을 찾는 관광객이 100만을 넘어선다고 하지만 그들이 새만금 연안에서 얼마나 소비행위를 하는지 알 수 없다. 방조제가 완공되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들이 이곳 주민들의 삶에 얼마나 보탬이 될 것이며, 지역에서 얼마나 소비를 하겠는가.

방조제가 막히고 4조원의 예산이 투자되어 계획대로 농지가 조성된다면 주민들과 인근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까. 공사가 마무리되어야 알 수 있지만 새만금 간척농지는 평당 7만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30여 년 전에 간척 계화도 간척 농지가 2~3만원이며 인근 논은 2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지의 재산적 가치만 고려해도 반드시 농민들에게 도움이 도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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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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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새만금 갯벌이 전북의 미래를 결정한다

독일은 이제 법적으로 습지를 매립하지 못하도록 제도화 했고, 전체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70%는 어민들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나머지 30%도 겨우 홍합이나 새우 정도만 잡도록 했다. 갯벌생물들은 우리처럼 먹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대신 어민들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갖가지 방안을 모색했다. 어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수백 번을 만나서 설득해 갯벌을 관광지, 체류형 휴식공간으로 바꿔 냈다. 갯벌을 없애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우리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점이다.

엄격하게 제한된 갯벌탐방로, 갯벌위에 지어진 카페와 레스토랑, 비행기와 특수제작 자동차를 타고 돌아보는 갯벌 관람, 영화에서나 보았던 아름다운 포구가 그대로 간척지를 다시 습지로 전환하면서 만들어낸 것들이라고 한다. 전 교수는 새만금 갯벌은 그대로 '하얀백지'와 같으며 그곳에 어떤 그림이든지 그려낼 수 있다며 전북발전을 위해서 이보다 좋은 공간과 시기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유야 어쨌든 어업권 보상으로 권리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국가에서 국책사업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이고 주민들의 삶을 지속시키는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산강에는 간척 완공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대통령 아무개라는 이름이 분명히 새겨진 채로 서 있다.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면 그곳 입구에 반드시 방조제 완공기념비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정책입안자, 건설업체, 전라북도 도지사, 전문가(교수 등), 대통령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새겨 넣어야 한다. 요즘 작은 공사에도 '실명제'를 하고 있지 않는가. 그들이 하지 않겠다면 주민들이 해주면 될 것이다.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이 이 방조제가 누가 어떻게 막았는지 알아야 한다. 가깝게는 3년 후 멀게는 몇 십 년 후 방조제 안과 밖에서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그들이 약속했던 것을 되새기면 제발 약속한대로 수질도 좋아지고, 전라북도 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세들에게 환경도 모르는 어리석은 도민으로 손가락질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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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전남은 J프로젝트 등으로 간척지를 관광레저도시로 만드는데 전북은 갯벌을 농지로 만든다고 한다. 간척지를 관광레저도시로 만들기 위해 10여 년 동안 엄청난 투자를 할 계획이라는데, 갯벌이라는 천연 관광자원을 4조원을 투자해 농지를 만드는 것이 전라북도의 미래라고 한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골프장을 만든다, 가장 높은 타워를 만든다고 계획을 내놓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다. 정부와 농업기반공사의 방조제 안쪽을 농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에 대한 변함이 없다. 방조제를 막는 순간 이곳을 활용한 지역발전 전략을 매우 제한적이다. 전북지역이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새만금 갯벌은 방조제가 막혀지면서 갯벌의 기능이 약화되고 여러 측면에서 적응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갯벌이 썩었다고 하며, 포기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전 교수의 마지막 한마디가 돌아오는 길에 내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어민들이 포기하면 갯벌은 살아날 수 없습니다. 포기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자식이 손에 장애가 있다고 다리에 장애가 있다고 포기합니까. 장애가 있는 갯벌이라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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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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