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섬 어딜가나 '명장면'

[섬이야기 30]<서편제>에서 <봄의 왈츠>까지 - 청산도2

등록 2006.03.06 17:29수정 2006.03.07 11:03
0
원고료로 응원
최근 <왕의 남자>가 영화사의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서편제> 이후 한국의 문화를 내용으로 하는 가장 경쟁력 있는 영화라고 칭찬을 하고 있다. <서편제>와 함께 주목받았던 섬이 '청산도'였다.

최근 <서편제> 이후 청산도가 다시 주목을 받을 것 같다. 유년기이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한 남녀가 성인으로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의 <봄의 왈츠>가 청산도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3월 6일 첫 방영된다. 이드라마는 <가을연가>, <겨울연가>, <여름향기> 등 계절의 마술사 '윤석호' PD의 계절드라마 완결판이라고 한다.


여기서 드라마를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청산도의 이야기를 드라마를 통해서 하고 싶은 것이다. 윤PD의 탁월한 계절감을 칭찬하고 싶을 뿐이다. 이름도 '청산'이지 않는가. 여기에 보리밭과 마늘밭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청산은 '봄' 그 자체임에 틀림없다.

a 박은영이 어린시절을 보낸 집(청산면 지리)

박은영이 어린시절을 보낸 집(청산면 지리) ⓒ 김준


a 담 너머로 보이는 지리해수욕장

담 너머로 보이는 지리해수욕장 ⓒ 김준


a 실제 집주인 김준영(50)씨

실제 집주인 김준영(50)씨 ⓒ 김준

주민들은 벌써부터 <봄의 왈츠>에 대한 기대가 대단하다. 이미 도로 표지판에는 <봄의 왈츠> 촬영장을 표시해 두었고, 면사무소에서는 외지사람들이 올 것에 대비해 관련업소 교육도 해두었다. 이렇게 주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드라마 <해신>으로 완도가 주목받았던 것에 고무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서편제> 촬영장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아니 실패라고 하면 안될 듯하다. 청산도를 제대로 알리는 것은 한 몫 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낙도', '오지', 등의 선입관을 심어준 것도 있다. 그러나 사실 청산도까지는 완도에서 불과 45분거리로 도심에서 교통이 막힐 경우를 생각한다면 잠깐이다.

<봄의 왈츠>는 두 곳에서 주로 촬영되었다. 공부는 잘하지 못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주인공 박은영이 어린 시절을 촬영한 지리해수욕장의 지리마을이다. 마을 중심으로부터 떨어져 대여섯 가구가 바닷물이 넘치면 마당에 들어올 것처럼 포구와 맞닿아 있다. 전격 캐스팅된 신인 박은영(한효주 분)이 사는 집으로 세트장을 짓지 않고 시대를 고려해 소품과 몇 가지만 바꾸고 그대로 사용한 집은 마을주민 김준영(50)씨의 집이다.

a 지리해수욕장

지리해수욕장 ⓒ 김준


a 지리마을에서 본 해넘이

지리마을에서 본 해넘이 ⓒ 김준

지난해 아버지를 보내고 혼자 사는 김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가끔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나이는 많지 않지만 그의 얼굴에는 극중 은영의 아버지 박두식이 있다. 마당에는 봄꽃이 피어 있고, 돌담을 넘어서는 모래사장에 파도가 봄바람을 전해준다. 30여 년 전의 모습을 위해 은영의 집으로 가는 길과 지붕에는 당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색으로 페인트가 칠해졌고 모래사장에는 말목을 박아 생선을 널었다.


a 서편제의 촬영지 당리마을

서편제의 촬영지 당리마을 ⓒ 김준


a <서편제>에서 5분40초 1컷의 명장면이 태어났던 황톳길.

<서편제>에서 5분40초 1컷의 명장면이 태어났던 황톳길. ⓒ 김준

또 다른 인물 윤재하(서도영 분)는 성공한 피아니스트로 서편제의 촬영지였던 당리의 고개에서 살았다. 이곳은 서편제의 상징 황토길이 있는 곳이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는 당집이 있어 마을이름도 당리라고 불렸던 곳이다. <서편제>에서 언덕 정상에 세 사람이 나타나 언덕 아래까지 천천히 화면을 가득 채우며 다가오기까지 5분 40초가 단 하나의 컷으로 처리된 명장면이다.

그들의 고단하고 지친 걸음은 아버지가 '진도아리랑'을 선창하고 딸이 이에 화답하면서 걸음이 가벼워진다. 점점 흥이 올라 아들도 북채를 잡고 언덕 아래에 이른 세 사람의 어깨춤은 신명이 난다.


a 서편제 촬영장 세트(청산면 당리)

서편제 촬영장 세트(청산면 당리) ⓒ 김준


a

ⓒ 김준

청산도의 풍경은 그 자체로 추억이고 기억이다. 청산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이 추억과 기억을 끌어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장보고의 해신세트장처럼 자본을 투자할 기업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그러한 투자는 청산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드라마로 한바탕 소란스러워지는 것 보다 청산도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청산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드라마 세트장이 아닌 청산도 사람을 만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