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하루 이틀 지나가고 남편이 돌아온다던 날이 지났지만 남편을 실은 배는 오질 않았습니다. 해가 바뀌고 기다림에 지친 어부 아내는 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리에 눕게 되었답니다. 이웃 사람들이 정성껏 간병을 했지만 끝내 어부의 아내는 안타까운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내가 죽거든 남편이 돌아오는 배가 보이는 곳에 묻어 주세요."
마을 사람들도 어부 아내의 넋을 위로하며 바닷가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습니다. 어부의 집 앞 후박나무에는 수많은 흑비둘기 떼가 날아와 울어댔습니다. 그 소리는 꼭 이렇게 들렸습니다.
"열흘만 더 기다리지. 넉넉잡아 온다. 온다. 남편이 온다."
"죽은 사람 불쌍해라. 원수야. 원수야. 열흘만 더 일찍 오지 넉넉잡아서."
신기하게도 그날 저녁,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남편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내의 죽음을 듣고는 무덤으로 달려가 목 놓아 울었다.
"왜 죽었나. 열흘만 참았으면 백년해로 하는 것을 원수로다, 원수로다."
"저 바다 원수로다, 원수로다."
"몸이야 갈지라도 몸이야 갈지라도 넋이야 두고 가소. 불쌍하고 가련하지."
어부는 아내 생각에 매일같이 무덤에 와서는 한 번씩 슬프게 울고는 돌아갔는데 하루는 돌아서려니 아내 무덤 위에 전에 보지 못하던 조그마한 나무가 나 있고 그 나뭇가지에는 빨간 꽃이 피어 있었답니다. 눈이 하얗게 내리는 겨울에도 얼지 않고 피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꽃이 지금 울릉도 전역에 분포되어 있는 '동백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