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규·정세균 '흐림'-김병준·전윤철 '맑음'

[정치 톺아보기 124] 총리 기상도... 후임 총리는 '제2의 이해찬'

등록 2006.03.16 14:31수정 2006.03.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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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제2의 이해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5일 이해찬 총리가 환경부장관 등의 제청 절차를 마치고 물러남에 따라 후임 총리 인선 구상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자신과의 관계를 '천생연분'이라고 표현할 만큼 절대적인 신임을 보내온 이 총리의 후임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총리후보 인선에 대한 대통령의 지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후임 총리 인선 때까지 행정부는 당분간 정부조직법에 따라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총리직을 맡는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된다. 때마침 취임 1년째를 맞은 한덕수 부총리는 '소(小)총리'에 해당하는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직무대행 역할을 무난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들어 인선시기와 관련, 총리 국회 인준청문회가 정쟁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총리 인선 시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굳이 지방선거 이후로까지 미룰 필요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대통령은 이미 5·31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승패에 관심이 없음을 공언해왔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노 대통령에게 관심사항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이해찬 총리처럼 '일하는 총리'에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관심사항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일하는 총리'에 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굳이 한나라당이 극렬하게 반대할 만한 인물을 내세워 지방선거 분위기를 뜨겁게 끓어오르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의 구도가 불리하다고 해서, 지난 2004년 총선 때처럼 의도한 것이건 의도하지 않은 것이건 탄핵 폭풍 같은 갈등 카드를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렇다고 해서 (야당과) 정치적으로 타협해서 과거와 같은 명망가 중심의 관리형 총리를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제2의 이해찬'을 찾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청와대도 일단 후임 총리 인선의 기준으로 ▲분권형 국정운영 지속 ▲주요 국정과제 추진 등을 제시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오후 브리핑에서 "분권형 국정운영이나 책임총리제 등 기존의 국정운영방식이나 철학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기는 어렵다"며 "(국정운영) 시스템과 (후임) 인사를 같이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후임 총리는 명망가형 총리보다는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파악하고 산적한 국정현안을 차질없이 이행해나갈 수 있는 정책역량을 가진 인물 중에서 발탁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최근 총리후보로 언론 하마평에 오른 정치인들은 배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 대통령은 14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 총리의 거취문제를 협의하는 자리에서 정 의장으로부터 후임 총리 후보와 인선 시기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해들었지만, 이에 대해 견해를 피력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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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재 당에서는 총리 후보로 김혁규·문희상·임채정·한명숙 의원과 정세균 산자부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친노(親盧) 직계로 분류되는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15일 <불교방송>에 출연해 "차기 총리는 실세형 정치인 총리가 적합하다"면서 "정세균 전 의장(산자부 장관)이나 김혁규 최고위원 등이 훌륭하게 총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김혁규·임채정·한명숙 의원 등 총리후보로 거론되는 인사의 상당수는 '상원'으로 불리는 통외통위 상임위 활동차 외국에 나가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김혁규·한명숙 의원이 총리직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김혁규 의원을 총리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김혁규 의원실에서는 그런 일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는 정동영 의장과 노 대통령 직계 의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후보와 연대한 '친정동영계'라는 점이 오히려 부담이다. 국회의 김한길 원내대표에 이어 정부의 총리까지 정동영계가 차지하면 너무 빨리 '정동영 대세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의 관계도 변수다. 경남지사 출신의 김 의원은 한나라당으로부터 아직 '배신자'라는 '주홍글씨' 낙인이 지워지지 않은 상태다. 앞서의 고위 관계자도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극렬한 반대가 예상되는) 김 의원을 굳이 무리하게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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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명숙?

한명숙 의원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국면전환을 할 수 있는 여성총리라는 점에서 유력한 카드 가운데 하나다. 최근 독일 총리에 이어 칠레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등 세계적 흐름도 여성의 리더십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한 의원은 열린우리당 여성의원들의 당직 인선을 조율하는 등 여성 의원의 '대모'로 꼽힐 만큼 리더십과 조정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노 대통령도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나라당도 반대할 수 없는 카드라는 점이 강점이다. 다만, '베스트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임기말의 레임덕을 관리할 수 있는 국정 장악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는 인선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임채정? 문희상? 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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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임채정 통외통위위원장, 문희상 전 당의장, 정세균 산자부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4선인 임채정 통외통위위원장은 이해찬 전 총리와 가장 '유사한 카드'로 손꼽힌다. 재야 운동권 출신으로 이해찬 의원과 함께 13대 '평민연' 몫으로 평민당에 입당한 점도 같고, 정책위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정책통이라는 점도 같다. 이 때문에 이 총리 입각 때도 함께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총리보다는 차기 국회의장 쪽에 마음이 가 있는 점이 문제다.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전 당의장과 당의장을 지낸 정세균 산자부장관도 노 대통령 직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문 의원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정 장관은 관리능력과 정책역량을 가진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앞서의 고위 관계자는 일부 언론의 하마평을 계기로 총리후보로 급부상한 김승규 국정원장과 정세균 산자부장관에 대해서는 '뜬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또 열린우리당 당의장 출신인 문희상·정세균 의원은 선거 중립성을 의심하는 야당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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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런 점에서 당내 인사보다는 청와대와 정부 쪽에서 '제2의 이해찬'을 찾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그럴 경우 최근 언론의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 중에서는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과 전윤철 감사원장이 눈에 띈다. 두 사람 다 국정운영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갖춘 데다가 대국회관계에서도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다.

김병준 실장은 90년대 중반부터 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와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기조에 정통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김 실장은 정부혁신, 지방분권 등 참여정부의 핵심정책을 입안하고 조율해왔다는 점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추진해온 각종 국정현안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적임자로 거론된다.

김 실장 본인도 총리직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당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초선의원은 "청와대 내부 추천으로는 김병준 실장이 많이 꼽힌다"면서도 "그동안 당청간의 정책조율 맡아왔다는 점이 강점이나, 완전 '노무현 코드'라는 점이 야당의 집중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예스맨'이라는 지적도 있다.

앞서의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임기중에 언젠가 한번은 김 실장을 기용할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면서 "다만, 그 시기가 이번일지 아니면 그 다음일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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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철 감사원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결국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총리지명자와 남은 임기를 함께 하고 싶겠지만 골프 파문 같은 '돌발변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원 포인트 구원 투수용'인지 '마무리 투수용'인지에 따라 기용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윤철?

전윤철 감사원장은 대통령비서실장과 경제부총리 등을 두루 지내 국정운영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갖춘 데다가 카리스마 있는 실세형으로 공직사회를 다잡는 감사원장까지 지내 임기 후반기의 부처 통할 및 관료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때문에 전 감사원장 또한 김병준 실장과 함께 '마무리 투수'로 기용될 수 있는 유력한 총리후보로 예상되어 왔다. 다만, 목포 출신인 전 원장의 경우 국가정보원장,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앞서의 고위 관계자는 "호남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 17일 여야 원내대표 초청 청와대 만찬

총리 인선의 마지막 변수는 17일로 예정된 여야 원내대표 초청 청와대 만찬 간담회에서 어떤 주문이 오갈지이다.

이날 만찬은 5·31 지방선거를 70여일 앞두고 주요 쟁점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야당 원내대표들은 선거 중립성을 뒷받침하는 총리 인선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총리 인선의 기준과 원칙을 밝히되 이에 대한 이해 혹은 설득을 구하면서 국정운영의 협조를 당부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김완기 인사수석은 "현재 총리후보 인선에 대한 대통령의 지침이 전혀 없다"면서 "참모들이 검증은 하겠지만 총리는 장관 인사와 달리 배수 추천없이 대통령이 직접 낙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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