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한을 포기하지도 삼키지도 않을 것

북한-중국은 순망치한 관계 2편

등록 2006.04.11 16:27수정 2006.04.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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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간의 경제적 밀착이 강화됨에 따라, 최근 중국의 대북정책을 놓고 여러 가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이 혹 북한을 '합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삼키지도 않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다소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50여 년 전의 한국전쟁 개입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400여 년 전의 임진왜란 파병에까지, 중국의 일관된 대(對)한반도 정책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임진왜란·임오군란·동학농민전쟁·한국전쟁 때에 중국이 무력 개입을 한 것은, 베이징 바로 옆의 한반도가 적대적 세력에게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반도가 적대 세력에게 넘어가는 것은 중국에 큰 위협

이 대목에서, 중국이 왜 베이징에 수도를 두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로서 최적지가 아니다.

중국이 향후 수십 년간 최대 목표로 설정한 것은 경제개발이다. 이러한 국가적 목표에 부응하려면, 중국의 수도도 가급적 경제 중심지인 장강(양자강)과 가깝게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를 북쪽에 둔 것은 안보 문제 때문이다. 10세기 이래로 중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은 주로 동북쪽에서 왔다. 중국이 동북방과 가까운 베이징에 수도를 두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또 19세기 후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중국 대외전략가 리홍장도 남동쪽 해안(대만 맞은편 해안)보다는 한반도를 안보 거점으로 인식했고, 그러한 인식을 실천에 옮긴 결과 중국은 1882~1894년 비교적 안정적인 대외정책을 구사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위안스카이(원세개)가 조선에서 가공할 만한 권력을 누린 것도 바로 그 덕분이었다.

중국이 한반도를 얼마나 중시하는가 하는 점은, 중국이 대만보다도 한반도를 더 우선시했던 과거의 실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재 중국이 양안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하나의 중국'에 집착하는 것은, 사실 꼭 대만을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여타의 변방 지역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공식적으로 대만을 중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고 하여, 실제로도 중국이 대만을 가장 중시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마오저뚱(모택동) 주석이 장제스(장개석) 군대를 제대로 제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한국전쟁에 개입한 것이나 19세기말 북양대신 리홍장이 대만을 방치하면서까지 조선에 집착한 것은, 대만보다는 한반도가 중국의 안보에 더 중요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마오저뚱과 리홍장 대만보다 한반도 더 중시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중국이 어떻게든 저지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근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중국이 북한을 '합병'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물론 지금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훗날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안보환경이 바뀌면 이러한 정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도 않고 또 삼키지도 않을 것이라는 말은 언뜻 듣기에는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중국의 '처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얼마든지 수긍할 수 있는 말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 중국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개발이다. 경제개발은 단순히 경제개발 그 자체만을 위한 게 아니다. 중국은 경제개발을 통해 국민통합이라는 더 고차원적인 정치적 목표도 성취할 수 있다.

지금 중국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개발과 국민통합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경제개발을 포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북한을 탐내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가 아무리 중국 안보에 긴요한 곳이라 해도, 중국이 북한을 직접 '합병'하게 되면 중국의 안보는 오히려 더 위험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칫 경제개발까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합병한다는 것은, 중국과 미국-일본-한국이 직접 부딪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이 임진강까지 내려오게 되면, 미국·일본의 대(對)중국 정책이 한층 더 경색됨은 물론이고 한국까지 '국토 수복'에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긴장은 더 한층 강화될 것이고 중국의 '안보 비용'도 훨씬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이는 경제개발에 투입되어야 할 각종 자원이 한반도에 투입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미국은 여타 지역보다도 한반도를 가장 우선시하게 될 것이고, 자연히 미-중간의 대립은 베이징 인근의 한반도에서 더욱 더 격화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자기 앞마당에 불을 지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지금 북한 삼키는 것은 자기 앞마당에 불을 지르는 것

그러므로 지금 단계에서 중국이 북한을 합병하게 되면, 중국은 미국과의 힘겨운 대결에 돌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경제개발의 기회까지 상실하게 될 것이다.

경제개발을 포기하면서 북한을 합병한다고 해도, 지금 상태로는 중국이 북한을 끝까지 유지하기도 힘들다. 중국이 미국-일본-한국의 연합 공세를 막아내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중국이 북한을 합병하는 것은 중국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삼키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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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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