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 410회

등록 2006.04.14 08:20수정 2006.04.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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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섭장천 일행을 처리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우상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우상을 믿고는 있지만 만약을 위해 자신이 나서야 한다. 이번만큼은 어설프게 그들을 놓칠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네.”


“알고 있소.”

그들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 나타나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했다. 또한 그에게는 더욱 우려되는 일이 있었다. 만약 저들과 섭장천 일행이 손을 잡는다면 문제가 심각했다. 그는 유항을 보았다.

“담천의란 자가 백결과 같이 움직였다고 그랬던가?”

그 말에 유항이 아닌 뇌마가 대답했다.

“그들은 이미 한편이라 보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백결이 송하령의 사촌오래비인 사실도 그 자가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연동에서도 같이 움직였어요.”

유항이 거들었다. 그러다 문득 유항은 아미를 찌푸리며 무언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


“저들의 임시망루 꼭대기에 검은색 천에 흰색으로 하(霞) 자를 써서 걸어놨어요. 오늘 아침 보니까 추영루(秋映樓)에 흰색 천에 검은 글씨로 령(嶺) 자를 쓴 천이 걸려 있고요. 그게 무슨 뜻인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여자란 이런 사소한 부분에 민감하다. 방백린은 아차 싶었다. 두 글자를 합치면 하령(霞嶺)이다. 바로 송하령을 가리킴이다. 그 의미를 알고 사용할 인물들은 담천의란 작자와 백결뿐이다. 그것은 두 사람 간 얽혀있는 인연이고, 연락하는 방법이다.

“떼어 냈나?”

“누가 걸어 놓은 것인지 몰라 아직.....”

“속하가 떼어내겠습니다.”

우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백결이 그 천을 걸었다면 그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다. 그런데 잠시 손을 들어 저지하던 방백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잠시 그대로 내버려 둬..... 오히려 잘된 일인지 모르지.”

그는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연락 방법이 있으면 분명 그들은 만나게 될 것이다. 모습을 보이지 않는 백결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는 뇌마에게 말했다.

“좌상은 더욱 철저하게 저들의 움직임을 지켜봐. 분명 백결이 만나러 가든지, 아니면 담천의란 작자가 만나러 올 테니까..... 우상 역시 무작정 헤매고 다니는 것 보다는 길목을 지키는 것이 좋을 게야. 백결만 잡으면 섭노야는 저절로 걸어 나올 테니 말이야.....”

일종의 모험이었다. 두 사람이 만나면 안 된다. 만난 후에는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발생될 것이다. 방백린이 다시 물었다.

“담천의란 작자는 무엇하고 있는 거지?”

“그는 당분간 움직일 수 없어요. 대라신선이 온다 해도 보름 이상은 요양을 해야 겨우 거동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유항의 자신에 찬 대답에 방백린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다면 누가 그 천을 걸게 만든 것이지? 저들 중에 담천의란 작자 말고 백결과 교신하는 인물이 있는 건가?”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허나 글자로 보아 담천의란 자와 백결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담천의란 자는 이미 깨어났다는 말이다. 예상 밖이다.

“저쪽에 괴의 갈유의 아들인 갈인규란 아이가 있습니다. 부친의 의술을 이어받아 솜씨가 꽤 좋은 모양입니다. 더구나 독이라면 사천 당가의 독혈군자 당일기가 있기 때문에.....”

좌상 뇌마가 말끝을 흐렸다. 가능성이 있는 말이다. 독이라면 아무리 지독한 것이라 해도 사천 당가라면 수일 내로 해약을 찾아낼 것이다. 유항이 아무리 자신하고 있어도 가볍게 치부해 버릴 일은 아니다.

“으음.....”

신음이 절로 나왔다. 엎친대 덮친 격이다. 최선의 방책을 강구해야 했다. 중원에서의 일은 완벽히 성공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도 계획했던 것의 팔구 할의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정작 쉽게 처리될 것이라 생각했던 천마곡의 일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저들을 모두 몰살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저들을 모두 죽일 수 없다면 묶어 놓기라도 하는 것이 차선이다. 여하튼 이쪽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상대를 모두 몰살하거나 최소한 수개월 정도는 묶어 두어야 했다.

(운령이라면 어떠한 계책을 생각해 냈을까?)

그는 지금까지 운령을 지켜보면서 그녀가 선택했던 모든 방법들을 곰곰이 되씹어 보았다. 분명 그 중 방법이 있을 터였다. 그가 생각에 잠겨 말을 하지 않고 있자 뇌마가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공의 계책대로 본 곡으로 돌아오던 강명이 우회하던 제마척사맹의 후발대를 공격했다는 소식입니다. 제마척사맹의 후발대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입니다.”

비록 철혈보를 붕괴시키지는 않았지만 강명은 그의 의도대로 움직여 준 셈이다. 운령의 이름을 빌어 전서를 보낸 것이 아직까지 효과가 있었다. 방백린은 생각을 접고 말했다.

“일단 강명이 본 곳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막아야 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도록.....”

이런 시기에 강명까지 천마곡 안으로 진입한다면 일이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해결하기 더욱 어렵다. 도대체 이 일을 일거에 해결할 방법이 무엇일까?

“백가촌에서는 연락이 있었나?”

“그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곳의 촌장 공손벽 때문입니다. 속하의 의견대로 그를 암살했어야 했습니다.”

말은 쉽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방백린은 뇌마의 말에 오히려 어처구니없는 미소를 흘렸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누가.... 어떻게 그를 죽일 수 있지? 그의 무공수위는 장철궁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백련교 절학을 세 가지나 완벽하게 익힌 몸이야. 그런 그를 죽이겠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에 하나 살해했다 해도 그것이 우리라고 발각되면.....? 백가촌에서 그의 존재는 촌장 정도가 아니다. 젊은이들의 우상이고 촌민들의 신이야. 뒷감당을 어찌 하려고...?”

백가촌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고 있다. 공손벽이란 인물이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는 더욱 더 운령의 존재가 절실하다. 다시 한 번 힐끗 운령을 바라 본 그는 고개를 흔들면서 생각에 잠겼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고비를 넘기면 천하가 자신의 손 안에 들어온다. 천하를 얻으려면 이런 정도의 시련은 극복해야 한다. 그는 생각에 잠기며 습관적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제 95 장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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