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강북 공략'에 달렸다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강북 정책 앞에 멈춰선 '바람의 전쟁'

등록 2006.04.26 10:30수정 2006.04.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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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한나라당은 본선 경쟁력을 선택했다.

대다수 언론은 오세훈 예비후보가 국민여론조사에서 65%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맹형규 예비후보를 일거에 제친 점을 중시했지만 놓칠 수 없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당원과 대의원, 국민참여 투표단이 실시한 현장투표에서 맹 후보가 오 후보에 단지 100표 앞선 데 그쳤다는 점이다.

6개월간 조직표를 다져온 맹 후보가 출마 선언한 지 16일밖에 안 된 오 후보에 100표 앞서는 데 그쳤다면 조직표가 인연보다는 본선 경쟁력을 더 중시했다고 보는 게 옳다.

본선 경쟁력이 조직표 눌렀다

a 한나라당은 본선 경쟁력을 선택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선출 경선대회에서 오세훈 후보가 연설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본선 경쟁력을 선택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선출 경선대회에서 오세훈 후보가 연설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오 후보를 필승 카드로 선택한 이상 열린우리당도 강금실 예비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장 선거는 <서울신문>의 표현대로 '바람의 전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람의 전쟁이 크게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오 후보 대 강 후보의 지지율 차가 최대 20%포인트 벌어진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오풍'이든 '강풍'이든 지금까지 분 바람은 모두 이미지 바람이었다. 이미지 색깔도 비슷했다. 참신성, 개혁성 등이다. 이미지의 생명력은 차별성이다. 그런데 차별성이 없다면 두 후보의 이미지가 충돌할 여지는 적다. 동질의 요소는 서로를 빨아들인다. 이미지 바람이 서로를 상쇄시키는 현상을 보일 수 있다.


본선에서도 바람의 전쟁이 지속되려면 이미지 이외의 다른 요소를 찾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리더십을 운위한다. 조그만 법률회사 대표를 지낸 오 후보에 비해 장관직 등을 거친 강 후보의 경력과 리더십이 앞선다는 논리다.

리더십이 단지 이력서만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 법 하지만 접자. 다른 얘기를 하자. 서울시민은 두 후보의 이력서만 보고 표를 찍을까? 아니다. 이력서 내용만 보는 게 아니라 이력서의 용지 색깔도 본다. <조선일보>는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천 비리라는 호재가 터졌는데도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현실을 짚은 것이다. 실제로 강 후보의 지지율은 초기의 약진세가 꺾이면서 열린우리당 지지율에 근접해가고 있다.


여러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강 후보나 오 후보 모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바로 정책이다. 자신의 정책이 상대 후보의 정책과 충돌하면서 커다란 논란을 빚어야 한다. 그래야 바람을 유지할 수 있다.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강 후보는 서울시 청사를 용산으로 옮기자고 했고 오 후보는 '지금 이 자리'를 주장했다. 뚜렷이 대별되는 정책이다. 하지만 반향이 별로 없다. 몇 년 전에 큰 논란을 빚어 일단락 된 사안이다. 새로움이 없다.

다른 정책이 모색돼야 한다. 뭘까? 강북 개발이다. 강 후보는 강북과 강남의 소통을 출마 선언 일성으로 내놨고, 오 후보도 당선 소감에서 강북 개발이 핵심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전략적 요충지, 강북

a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18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용산 일대 600만평 개발 등 서울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18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용산 일대 600만평 개발 등 서울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양극화 해소가 국가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양극화의 상징을 건드리는 건 당연하다. 강남과 강북을 가로지르는 한강 바닥엔 부동산·교육·상권·문화의 여러 요소가 켜켜이 쌓여 뻘이 돼 있다.

선거공학으로도 강북 개발 이슈는 대단히 중요하다. 강남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다.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강남 3구의 7개 선거구 가운데 6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강남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 지지세를 얻고 있다면 강북에서 일정하게 표만 얻어도 낙승은 보장된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강북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거의 몰표 수준의 성과를 얻어야 강남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강북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 뿐만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전통적 지지층'과 열린우리당이 자찬하는 강 후보의 인물 경쟁력을 조합해 보자. 전통적 지지층이 모여 사는 강북에 인물 경쟁력이 높은 강 후보를 공천했다. 그럼 승리할까? 리트머스 시험지다. 강 후보의 '강북 공략'은 열린우리당만의 힘으로 대선에서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지를 재는 시험지다. 그래서 중요하다.

그럼 두 후보의 강북 개발 프로젝트는 뭔가? 강 후보는 남산과 용산, 한강을 잇는 생태녹지축을 만들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오 후보는 서울의 부도심권을 재개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 후보의 방안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총리실이 잡은 용산 개발계획과 대동소이하다. 오 후보의 방안 역시 서울시가 이미 천명한 개발계획과 흡사하다. 두 후보 모두 이미지는 독립했지만 정책에서는 모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어찌보면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정책은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한 정치세력의 것이 되어야 더 확실한 집행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후보 입장에선 그리 달가운 얘기는 아니다. 정책 대결 역시 정당 지지도의 큰 틀 안에서 움직이는 종속 변인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정책 바람은 기껏해야 미풍 수준에 그친다.

추세가 이렇다면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지금 현 상태'를 본체로 해서 한자릿수의 '플러스 알파'가 붙는 선에서 나올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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