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6회

첫 만남

등록 2006.05.11 17:49수정 2006.05.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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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시겠다고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설명을 드리죠.”

대담이 어딘지 모르게 논쟁으로 변해가자 되도록이면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을 해 나가야할 입장인 사회자는 이쯤에서 남현수의 말을 끊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남박사님, 그 얘기는 나중에 하시고 준비한 영상을 보신 후 방청객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남현수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사회자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지금 제 얘기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저들이 과연 무슨 목적으로 7만년 후에 다시 지구를 방문했는지 아십니까? 7만 년 전 인류말살을 계획했던 외계인들이 말입니다! 저들의 목적은 지구정복 입니다! 아시겠어요?”

남현수의 진지한 태도와는 달리 방청석에서는 조금씩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급기야는 폭소가 쏟아져 나왔다. 사회자는 남현수의 말문을 더욱 확실히 닫아버리기 위해 그대로 순서를 진행해 나갔다.

“자 그럼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남현수는 그대로 말문을 닫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사회자는 대담이 끝날 때까지 남현수에게 다시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남현수는 때때로 마르둑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무는 것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내 질문에 대해 신경이 쓰이기는 하는가보지.’


하지만 남현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런 행동은 수많은 시청자들이 보았을 것이고, 언론은 남현수에게 자세한 얘기를 물어올 것이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무조건적으로 외계인의 방문에 대해 찬사만을 늘어놓는 분위기에서 남현수가 바라는 대로 진지하게 비판적으로 성찰해 볼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마르둑씨께서는 1천년동안 동면상태로 지내시면서 꿈을 꾸셨나요?”

앳된 여대생의 질문에 마르둑은 활짝 웃어보였다.

“우선 우리의 시간개념에 대해 설명해 둘 필요가 있군요. 지구인들이 알고 있듯이 우주의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 역시 지구의 과학자들이 풀어야할 숙제이기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지구의 시공간 개념으로 1천 광년은 우리의 체감으로는 그리 먼 시공간이 아닙니다. 그래도 역시 지구와는 길고 먼 시공간의 차이가 있음에는 틀림없습니다. 끝없는 공간을 날아오며 그동안 우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우리가 가야하는 곳. 가서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우호를 다져야 하는 곳, 7만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바라본 별, 작고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를 말입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남현수에게는 마르둑의 태도가 진실 되어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감명을 받고 있었다.

대담을 마치고 남현수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자들의 추가 질문을 기대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아쉬움을 달래며 연구실로 돌아온 남현수는 컴퓨터를 켜고서는 우선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살펴보고서는 가슴 한구석이 울컥 해 옴을 느꼈다.

*남현수 박사는 박사학위를 야바위로 따셨나?
*남현수 박사, 남구라 박사로 거듭나다.
*남현수 박사 로보트 태권V를 출격시켜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지켜라! ㅋㅋㅋ

이 정도는 점잖은 편이었다.

*남현수 이 새끼야 나라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1천 광년을 날아온 손님에게 그게 무슨 망발이냐! 박사학위 반납해라.

*외계인 음모론 X파일 자주보고 헤까닥 돌아버린 남현수 즐쳐드셈.

남현수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게시판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컴퓨터를 꺼버렸다.

‘대체 사람들이 내 얘기는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저러니 원......’

그때 전화벨이 울렸고 남현수가 수화기를 들자마자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새끼야! 니가 박사면 다야! 그게 무슨 지랄이야! 당장 사과해!”

그리고 전화는 뚝 끊어졌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남현수 연구실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사람들의 항의 및 욕설 전화는 계속되었고 남현수는 숫제 전화선을 뽑아놓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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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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