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7회

첫 만남

등록 2006.05.12 18:00수정 2006.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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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조교는 까칠한 얼굴을 한 남현수를 곁 눈길로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연구실로 들어섰다. 연 이틀을 항의와 비아냥거림에 시달리느라 남현수는 초췌한 모습이었다.


“저...... 식사는 하셨는지요?”

남현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식당에서 남현수를 알아본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연구실과 자신의 숙소인 독신자 아파트를 오고가며 도시락과 라면으로만 끼니를 때웠지만 입맛은 도통 없었다.

“그런데 왜?”

“저...... 교수님 연구실로 전화도 안 되고 휴대폰도 꺼져있고 이메일도 안 되어서 학과 사무실로 연락이 온 모양인데요.”

이젠 학과 사무실로 항의전화가 온다고 여긴 남현수는 손부터 훽훽 내저었다.


“무시해버려! 그러다가 관두겠지......”

조교는 잠시 멀뚱한 표정을 짓다가 남현수가 무엇인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여기고서는 잔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런 게 아니라요. 마르둑씨가 오늘 저녁에 교수님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외교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 외계인이?”

남현수로서는 뜻밖이었다. 스케줄이 꽉 짜여져 있는 마르둑이 시간을 내어 남현수를 만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여기 전화번호를 적어 두었으니 꼭 연락하세요.”

조교는 슬쩍 남현수의 눈치를 보며 쪽지를 두고서는 종종걸음으로 연구실에서 나갔다. 남현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체 무슨 꿍꿍이속일까? 설마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어 광선총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라도 하려는 건가?’

남현수는 자신의 상상에 문득 ‘우주전쟁이라는 망상에 빠진 또라이 학자’라는 비방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었다. 여러 사람을 거쳐 자신에게 굳이 만나자는 소식을 알린 것을 보아서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남현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남현수는 핸드폰을 켜고서는 조교가 남긴 쪽지에 쓰인 전화번호를 천천히 눌러 보았다.

“여보세요? 남현수입니다.”

“앗! 박사님! 연락이 안 되어 애가 타던 참입니다. 전 특별 외교보좌관 김건욱이라고 합니다. 마르둑씨가 대담 때 충분한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며 만나고 싶어 합니다. 오늘 저녁8시에 시간을 내실 수 있으신지요?”

남현수는 물론 만날 용의가 있다며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직접 여기로 오시다니요. 저희가 차를 보내어 모실 겁니다. 연구실에 계실 테지요?”

약속된 시간에 어김없이 교수연구동 앞에 검은 세단이 도착했고 남현수는 대담 때 챙겨갔던 질문지와 자료, 그리고 녹음기능이 있는 MP3까지 챙겨가지고서는 차에 올랐다.

“대담 때 남 박사님 질문에 저희는 무척 놀랐습니다.”

마르둑이 묵고 있는 호텔까지 이동하는 도중 김건욱은 웃으면서 남현수에게 가볍게 말을 걸었다.

“마르둑씨를 불쾌하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술적인 인과관계로 따져보니 의문이 생긴 것이지요.”

“바로 그렇기에 그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마르둑씨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박사님을 모시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김건욱은 가벼운 만남임을 강조하려는 듯 연실 웃음을 지으며 얘기를 건네어왔고 남현수는 차츰 긴장감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김건우는 호텔특실로 남현수를 안내했다. 문을 열자 밝은 오렌지색의 가운과도 같은 옷을 입은 마르둑이 남현수를 반갑게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남 박사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현수는 인사말을 하려고 했지만 밝은 마르둑의 태도에 순간적으로 입이 떨어지지가 않아 가볍게 목례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보좌관님은 이만 가서 쉬고 계십시오.”

“세 시간 후에 뵙겠습니다.”

김건욱은 밝은 표정으로 문을 닫고 나갔다. 호텔특실의 커다란 테이블에는 가벼운 다과가 차려져 있었고 마르둑은 정중한 태도로 남현수에게 자리에 먼저 앉을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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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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