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 433회

등록 2006.05.18 08:11수정 2006.05.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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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방백린은 무릎을 굽히지 않은 채 두둥실 몸을 허공에 떠올려 천천히 대 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사실 인간의 몸이 도약을 하려면 무릎을 조금이라도 굽혔다 펴야 한다. 더구나 인간의 몸이 허공에 뜨려면 탄력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허나 그는 그러한 자연법칙을 모두 무시한 듯 보였다. 마치 허공에 줄이 달려있어 그것을 잡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한 수만으로도 군웅들을 절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정작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은 담천의뿐이었다.


그 역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천천히 걸어 대 위로 올라섰다. 그는 아주 평범하게 슬쩍 뛰어 올라갔는데 이미 대 위에 올라선 방백린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린 구면이지?”

“아마 당신만 그럴 거요. 나는 당신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오.”

“그도 그렇겠군. 자네가 이 정도의 인물이 될 줄 알았다면 그 때 정중히 인사라도 나눌걸 그랬군. 하핫....”

딴에는 농담이라고 한 말인 것 같았다. 담천의의 입가에 피식 실소가 흘렀다.


“동감이오. 그리 황급히 가실지 누가 알았겠소?”

다분히 구양휘의 공격에 도망간 일을 비꼬는 말이었다. 그러자 방백린이 더욱 크게 웃었다.


“과거의 일로 실망했던 모양이군.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네. 시세를 아는 자가 준걸이라고 하지 않았나? 자신이 없으면 몸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네. 그렇다고 해서 비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네.”

솔직한 것은 방백린의 장점이었다. 그는 자신이 도망간 일을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말처럼 그가 비겁자로 생각되지 않았다. 도망가거나 물러나는 것을 모르는 자는 진정한 패자(覇者)가 될 수 없다. 진정한 기회란 분명 오는 법이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노력하는 자만이 순식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

담천의는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허나 자신은 과연 물러서거나 도망갈 수 있을까?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 물러서야 할 때였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음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 그는 무인은 될지언정 모든 사람 위에 군림하는 패자(覇者)는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적철검이 나서고 싶다고 하더군. 자네와의 승부가 끝난 다음에 정 억울하다면 그와 한 판 벌릴 수도 있네.”

변명이라고 했지만 그 말은 담천의를 무시하는 말이었다. 담천의와의 승부는 이미 당연하게 결정된 것처럼 말했고, 그 누가 나서더라도 하등 상관없다는 듯한 말투였다.

“당신에게 그럴 기회가 있겠소?”

다행스런 일이었다. 대 아래 있을 때에는 자꾸 부담이 되고 막중한 책임을 느껴졌다. 하지만 대 위로 올라서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마음을 비우자 모든 것이 편해지며 느긋해졌다.

“하하핫..... 역시 아직 젊다보니 패기가 좋군. 나는 자네가 매우 아깝네. 자네가 나를 위해 일해 준다면 이 중원을 위해서도 복된 일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군.”

“당신은 당신 부모를 죽인 자를 위해 일할 수 있소?”

동요가 없었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담천의는 여전히 같은 목소리요, 태도였다.

“자네 부친의 일은 나 역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네.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변명하지 않겠네. 승부를 떠나 자네에게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네.”

가볍게 포권을 취해 보이는 방백린은 진정한 사내였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노라 변명하지 않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듯 쉽게 사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감의 표출일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만이 가진 사고의 틀 안에 갇혀 있소. 사과를 한다고 해서 용서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사과를 해도 용서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만은 언제나 예외라고 생각하오.”

“그 말도 인정하지. 허나 이제 그만 하기로 하세. 자네 말대로 내 부친은 자네 부친에게 아니 자네에게 용서받지 못할 일을 했다네. 그러나 자네 부친 역시 누군가에는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했을 것이네. 그게 인간사 아닌가?”

그 말 역시 옳은 말이었다. 담천의의 부친 담명 장군이라고 용서받을 수 있는 잘못만 했을까? 그 역시 누군가에는 용서받지 못할 일을 했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 누구도 예외라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모르는 가운데서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을 수 있었다.

어차피 인간에게 욕심이란 것이 있음으로 해서 필연적으로 빚어지는 일들이었다. 갈등의 고리는 자신의 틀 속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되고, 자신의 욕심을 마치 올바른 가치관이나 의식으로 미화시켜 추구할 때 표면화되는 것이다.

“내가 능력이 된다면 이 승부에서 당신은 죽소. 물론 내 능력이 당신에게 미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오.”

처음으로 담천의의 목소리가 방백린은 물론 좌중에게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 말은 이 승부가 둘 중의 하나가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방백린은 고개를 끄떡였다.

“마다하지 않겠네.”

그러더니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반짝 눈빛을 빛냈다.

“그러면 좋은 생각이 있네. 이런 상태라면 너무 밋밋한 승부가 되지 않겠나?”

“..........!”

“천동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네. 과거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천동의 동주나 오룡을 선택할 때에 경쟁자가 있다면 바로 이곳에서 겨루게 되지. 하지만 승부를 결하기 전에 한 가지 장치를 한다네.”

그 말과 함께였다. 방백린이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자,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듯 보였다. 그 순간 천정을 이루고 있는 돌들이 움직이는 듯 하더니 그 사이로 빼곡하게 칼날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잠시 그 칼날들은 급작스럽게 아래로 내리꽂혔다. 그것은 마치 검우(劍雨)가 내리는 모습이었다.

쐐애액----- 촤르르르----

무심결에 방백린의 시선을 따라 천정을 보던 담천의는 황급히 몸을 뒤로 물리며 내리꽂히는 칼날을 피했다. 허나 그는 대 아래로 밀려 내려오지 않았고, 어느새 대의 모서리에 서 있었다.

“저... 저런....!”
“감히 비겁한 짓을....”

참석하고 있던 제마척사맹의 군웅들은 경악성을 터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물들도 보였다. 나정강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내 뭐랬소? 뭔가 장난을 칠 것이라 하지 않았소?”

헌데 놀랍게도 내리꽂히던 칼날들은 대에서 사람 허리 정도의 높이를 남겨두고 일제히 멈추었다. 그것은 겨우 사람이 서서 아슬아슬하게 다닐 정도의 일정한 간격을 이루고 빼곡하게 늘어진 채 아직도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교묘하게도 칼날들은 천정에서 늘어진 가는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칼날들이 원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각형의 대 위에 정확하게 내원을 그리 듯 늘어진 칼날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나오게 했다. 대 위에 칼날이 없는 곳은 사각형의 네모서리 밖에 없었다. 기관장치라고 한다면 너무 정교한 기관장치였다. 방백린의 말대로 천동에서 내려오는 전통적인 대결장소인 것 같았다.

“이 정도가지고 비겁이니 장난이니 하는 것은 우스운 일 아닌가? 이 정도도 피하지 못한다면 어찌 승부를 결할 상대라 할 수 있는가?”

방백린은 나직하게 호통을 쳤다. 그것은 담천의에게 호통을 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자리에서 일어난 제마척사맹의 인물들을 보며 친 것이었다. 나정강을 비롯한 좌중은 할 말을 잃었다. 하기야 그 정도도 피하지 못한다면 고수로서의 자격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소주 한 잔할 장소와 일시를 공고합니다. 
5월 마지막 주로 정하려 하다가 모두 바쁘실 것 같아 조금 앞당겼습니다. 미국에 있는 분 중 운 좋게 한국에 나오셔서 참석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계셨고, 다음날 부담도 없을 것 같아 금요일로 잡았습니다. 

일시 : 5월 26일(금) 오후 7:00시 
장소 : 광화문 뒷골목 밥상머리 2층(세종문화회관 뒷편 : TEL 02-723-0288) 

이십여 분 정도가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메일을 주셨습니다. 오히려 외국에 나가 계시는 분들이 메일주시며 참석하지 못해 서운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메일을 주시며 격려하셨던 분들이나 댓글로 성원해 주셨던 분들, 날카롭게 비판하셨던 분들이 모두 참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동안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읽으셨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편하게 나오셔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없습니다. 흉금 없이 제가 보지 못한 시각에서 본 <단장기>에 대한 평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메일이나 답글을 주시지 않고 참석하셔도 무방합니다. 

비용은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서 단장기를 연재하면서 받은 원고료와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셔 주셨던 '좋은 기사 원고료'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석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소주 한 잔할 장소와 일시를 공고합니다. 
5월 마지막 주로 정하려 하다가 모두 바쁘실 것 같아 조금 앞당겼습니다. 미국에 있는 분 중 운 좋게 한국에 나오셔서 참석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계셨고, 다음날 부담도 없을 것 같아 금요일로 잡았습니다. 

일시 : 5월 26일(금) 오후 7:00시 
장소 : 광화문 뒷골목 밥상머리 2층(세종문화회관 뒷편 : TEL 02-723-0288) 

이십여 분 정도가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메일을 주셨습니다. 오히려 외국에 나가 계시는 분들이 메일주시며 참석하지 못해 서운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메일을 주시며 격려하셨던 분들이나 댓글로 성원해 주셨던 분들, 날카롭게 비판하셨던 분들이 모두 참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동안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읽으셨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편하게 나오셔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없습니다. 흉금 없이 제가 보지 못한 시각에서 본 <단장기>에 대한 평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메일이나 답글을 주시지 않고 참석하셔도 무방합니다. 

비용은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서 단장기를 연재하면서 받은 원고료와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셔 주셨던 '좋은 기사 원고료'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석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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