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 438회

등록 2006.05.25 08:39수정 2006.05.2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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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방백린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가는 사라졌다. 담천의의 의도가 무엇인지 금방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이제 도망 다니는 것도 지쳤나 보군.”


바라던 바였다. 허나 방백린은 공격을 멈추고 잠시 주춤했다.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담천의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검을 무릎에 내려놓은 아주 편안한 모습이 마치 부처가 허공에 둥실 떠오른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범접할 수 없는 서기(瑞氣)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어떻게 자신의 염화심력을 이겨내고 저리 편안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분명 담천의의 두 무릎을 감고 있는 두 개의 쇠사슬은 파르르 떨고 있었지만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쇠사슬로 전달되는 진력도 느껴졌다. 담천의는 내력으로 자신의 염화심력을 견디고 있음이 분명했다.

(좋아... 한 번 진정한 내 힘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방백린은 더 이상 담천의를 경시하지 않았다. 본능은 상대의 저 자세만으로도 자신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더구나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본신의 진산절학을 펼쳐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마 자신의 절학이 펼쳐지는 순간 모두 놀라게 될 것이다. 특히 자신을 알고 있던 인물들은 더욱 놀라게 될 것이다.

그의 몸이 두둥실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양손을 가슴께로 합장한 채 담천의와 같이 가부좌를 틀었다. 담천의와 비슷한 높이였고, 비슷한 자세였다. 기이한 것이 그는 쇠사슬에 몸을 지탱하지도, 그렇다고 어디에 몸을 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떠한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그의 몸은 허공에 두둥실 떠있었다. 헌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그의 몸 아래에서 희끗한 기류가 흐르는가 싶더니 그것은 점차 둥그런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옅은 듯 했으나 그것은 금새 짙어지면서 둥그렇게 모양을 갖추더니 불쑥 옆으로 손바닥만한 흰색 운무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곧 하나의 연꽃잎 모양을 갖추었는데 그것에 이어 옆으로 잇달아 똑같은 현상과 함께 꽃잎이 하나둘 형체를 갖추더니 곧 거대한 연꽃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을 뛰어 넘어 빠르게 연꽃이 피어나는 모습이었다. 활짝 핀 완전한 연꽃 모양을 만드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화서품(蓮花瑞品)..........!”

장철궁의 입에서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장철궁 같은 인물의 입에서 경악에 가까운 침음성이 터져 나오는 것은 거의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백결은 아예 입을 벌린 채 말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정작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연화서품이라니.....

-- 연화서품이 피는 날.... 백련은 이 세상을 환하게 덮으리라....!

백련교 역사이래 전설적으로 전해 온 연화서품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백련교도들에겐 무상의 영광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은 중원이 백련으로 덮일 것이란 의미였다. 백련의 세상이 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연화서품을 보는 많은 이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방백린은 순순한 백련의 후예가 아니었다. 어찌 백련교를 이용한 저 자에게 백련서품이 나타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방백린이 장철궁보다 더 고절한 무위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북명신공(北溟神功)이 십성에 달한 장철궁이라면 물론 가까스로 연화서품의 형체는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모습일 뿐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완벽한 연화서품은 북명신공과 함께 백련교의 이대비공(二大秘功)인 건곤대나이신공(乾坤大那移神功)까지 십성에 달해야 펼칠 수 있는 것이었다.

허나 건곤대나이신공은 이미 구결 중 일부가 소실되어 아무리 노력해도 칠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쩌면 방백린은 모든 이에게 위세를 떨치기 위해 연화서품의 형체를 갖추었다고도 비하할 수 있었다. 허나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렇듯 중요한 승부에서 겨우 위세를 떨치기 위해 아무런 위력도 없는 연화서품의 형체를 보일 리는 절대 없었다.

만약 방백린이 연화서품을 갖추고 완벽하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이 세상 그 누구도 방백린을 당할 수 있는 인물은 없었다. 이곳에 있는 장철궁이나 강명이라도 당해낼 수 없었다. 연화구품은 백련의 염원이 깃든 전설이었다.

완벽하게 연꽃의 모양이 갖추어진 채 방백린은 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형상이었다. 호수 위에 피어난 연꽃 위에 부처가 하강한 듯한 신비스런 모습이었다. 문득 고요한 호수에 마치 바람이 불어 흔들리 듯 연꽃잎이 일렁거렸다. 분명 허장성세의 형체만 갖춘 것은 아니었다.

지켜보는 강명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들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어떻게 연화서품을 운용할 경지에 이른 것일까? 소실된 건곤대나이신공을 찾았거나 구결을 완벽하게 메웠을 리는 없었다. 건곤대나이신공이 아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한가지다.

방백린은 다른 길을 찾았을 것이다. 천동의 비학.... 그 중 염화심력으로 건곤대나이신공을 대체한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위험하다.

그저 앉아 참을 수 없었다. 저 승부는 무조건 담천의가 패한다. 아니 담천의는 필연코 죽을 것이다. 자신이 나선다 해도 패할 것이고, 자신 역시 죽을지 모른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의 내심을 알아차린 듯 옆에 있던 섭장천이 너무나 꽉 쥐어 하얗게 탈색된 그의 주먹을 잡았다.

어차피 승부는 담천의에게 맡겼다. 강명이 나선들 어떻게 돌이킬 수 있으랴! 섭장천의 마음이 강명에게 전달되었다. 묵직한 그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저 편 운령 역시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연화서품이 나타난 이상 자신이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그녀 역시 절망하고 있었다. 동생의 손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

허나 정작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람은 담천의 뿐이었다. 이미 모든 것을 버린 다음에 무엇이 남아 있으랴?

-의(意)는 허(虛)요, 심(心)은 공(空)이니 발심(發心)은 신허(身虛)요, 전심(前心)은 심공(心空)이라.

무언가 움직이고자 하는 것은 이미 신허(身虛)가 아니다. 마음을 일으켜 상대하는 것은 이미 심공(心空)이 아니다. 비어있되 비어있지 않음은 모든 것과 동화될 수 있는 진정한 허(虛)요, 공(空)이다. 그 어떠한 기운도 공을 흔들 수는 없다. 모든 것을 버림으로서 그는 염화심력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허지만 정작 수안상수(手眼相隨) 수지안도(手至眼到)의 경지에 이르러 심안(心眼)에 눈을 뜬 그가 방백린의 자세가 어떠한 것인지 모를 리 없다. 무시무종(無始無終)의 깨달음을 얻은 그가 저것이 시작이나 끝을 알 수 없는 경지임을 어찌 모르랴!

모자람이 있다한들 억울해 할 일도..... 패해 죽는다 한들 무에 미련이 있으랴! 그저 마주섰으니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행할 뿐이다. 부모에 대한 복수마저도 잊어버렸다. 눈을 뜨고 있다한들 동공에 들어오는 것도 이제는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정지되어 버린 것 같은 고요함이 밀려들었다.

허나 담천의가 느끼고 있는 고요함은 없었다. 방백린이 합장한 듯 가슴께까지 들어올린 두 손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자 주위에 늘어져 있던 칼날들과 연결되어 있던 쇠사슬들이 일제히 끊어지면서 칼날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타다다닥-----!

헌데 이게 웬일인가? 칼날들이 지면에 떨어지는 순간 마치 용수철 퉁기듯 더욱 빠른 속도로 담천의를 향해 쏘아 가는 것이 아닌가? 수십 개의 칼날이 지면에서 퉁겨 오르며 담천의를 향해 쏘아 가는 모습은 일대 장관이었다.

동시에 연화서품의 자세를 유지한 채 방백린이 가부좌를 틀고 있는 연꽃 송이가 허공을 가르며 담천의를 향해 다가들었다. 주위의 공기마저 정지된 듯한 진공상태에 빠져들며 오직 방백린만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 그뿐이랴! 이미 그의 전신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실낱같은 강기가 거미줄처럼 뿜어져 주위 오장 방원에 겹겹이 그물을 형성해 담천의를 죄어오고 있었다. 천동의 비학인 염화심력과 불완전한 건곤대나이신공이 결합한 가공할 위력의 신기(神技)였다.

사사사삭-----!

어느새 먼저 다가든 그물 같은 일부 강기가 독아(毒牙)처럼 담천의의 몸을 핥고 지나갔다. 금새 담천의가 입고 있던 옷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며 피부가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허나 담천의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덧붙이는 글 | 소주 한 잔할 장소와 일시를 공고합니다. 
5월 마지막 주로 정하려 하다가 모두 바쁘실 것 같아 조금 앞당겼습니다. 미국에 있는 분 중 운 좋게 한국에 나오셔서 참석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계셨고, 다음날 부담도 없을 것 같아 금요일로 잡았습니다. 

일시 : 5월 26일(금) 오후 7:00시 
장소 : 광화문 뒷골목 밥상머리 2층(세종문화회관 뒷편 : TEL 02-723-0288) 

이십여 분 정도가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메일을 주셨습니다. 오히려 외국에 나가 계시는 분들이 메일주시며 참석하지 못해 서운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메일을 주시며 격려하셨던 분들이나 댓글로 성원해 주셨던 분들, 날카롭게 비판하셨던 분들이 모두 참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동안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읽으셨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편하게 나오셔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없습니다. 흉금 없이 제가 보지 못한 시각에서 본 <단장기>에 대한 평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메일이나 답글을 주시지 않고 참석하셔도 무방합니다. 

비용은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서 단장기를 연재하면서 받은 원고료와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셔 주셨던 '좋은 기사 원고료'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석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소주 한 잔할 장소와 일시를 공고합니다. 
5월 마지막 주로 정하려 하다가 모두 바쁘실 것 같아 조금 앞당겼습니다. 미국에 있는 분 중 운 좋게 한국에 나오셔서 참석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계셨고, 다음날 부담도 없을 것 같아 금요일로 잡았습니다. 

일시 : 5월 26일(금) 오후 7:00시 
장소 : 광화문 뒷골목 밥상머리 2층(세종문화회관 뒷편 : TEL 02-723-0288) 

이십여 분 정도가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메일을 주셨습니다. 오히려 외국에 나가 계시는 분들이 메일주시며 참석하지 못해 서운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메일을 주시며 격려하셨던 분들이나 댓글로 성원해 주셨던 분들, 날카롭게 비판하셨던 분들이 모두 참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동안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읽으셨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편하게 나오셔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없습니다. 흉금 없이 제가 보지 못한 시각에서 본 <단장기>에 대한 평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메일이나 답글을 주시지 않고 참석하셔도 무방합니다. 

비용은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서 단장기를 연재하면서 받은 원고료와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셔 주셨던 '좋은 기사 원고료'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석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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