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16회

불행의 징조

등록 2006.05.29 17:31수정 2006.05.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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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논쟁 끝에 이락은 정신이 나간 사냥꾼을 데리고 마을로 돌아갔다. 솟은 수이도 마을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수이는 계속 남아있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솟은 수이를 떠다밀어 내기까지 했지만 수이는 크게 화를 내었다.

-어차피 그 짐승을 잡지 못하면 모두 죽을 텐데. 그렇다면 같이 죽는 게 나아!


솟은 결국 수이의 고집에 굴복했다. 뒷수습이 끝나자 솟과 수이, 오시는 의문의 짐승을 사냥하기 위해 의논했다.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우리처럼 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솟은 해가 지면 불을 크게 피워놓고 짐승을 유인할 계획이었다. 장소가 물색되자 솟은 수이와 오시에게는 마른 나뭇가지와 풀을 모아오도록 한 후 손에 쥐기에 좋은 둥글고 단단한 돌을 주위에서 골라내었다.
-솟이 그 표범을 어떻게 잡았지?

나뭇가지를 모으던 수이는 오시에게 표범에 대한 일을 물어보았다. 오시는 수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새하얀 이빨을 가지런히 드러낸 수이의 모습은 매혹적이었다. 그 동안 각 부족의 남자들이 수이에게 구애를 했지만 수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시 역시 수이에게 구애하려 했지만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는 수이를 보며 금방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 수이가 솟의 구애를 금방 받아들여 목숨까지 같이 버리려고 하는 것이 오시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표범을 어떻게 잡았냐고?


표범 형제 그란과 과하를 잡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솟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나무 위에 올라 그들을 기다렸다. 나무 위는 표범을 피할 만한 장소는 결코 아니었다. 표범들은 나무타기의 명수였고, 그 위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앞발로 솟의 가슴팍을 후벼낼 수도 있었다.

-이리와!


솟이 수이와 오시를 불렀다. 오시의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수이는 투덜거리며 달려갔다.

-불은 여기에다가 피워두고

솟은 자신의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하기 시작했다. 해가 질 무렵, 솟은 경쾌한 소리와 함께 부싯돌로 마른풀에 불을 붙였다. 불이 제대로 피어오르기를 기다린 후에 일행은 사냥꾼들이 남겨놓은 그을린 영양고기로 배를 채웠다. 그런 뒤 솟은 오시와 함께 굵직한 몽둥이를 준비하고 각자 나무 위에 몸을 숨겼다. 여분의 나뭇가지들은 나무 밑에다가 두고서는 불꽃이 약해지면 번갈아 내려와 불을 유지시킬 작정이었다. 수이는 솟이 몸을 숨긴 나무 위에 같이 올라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 표범은?

수이는 계속 표범얘기를 듣고 싶어했지만 솟은 긴장감에 휩싸인 채 침묵했다. 수이도 자연스럽게 표범에 대한 얘기는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솟이 듣기로 오시가 전한 바로는, 간밤의 습격은 모두가 잠이 든 이후였다. 억지로 잠을 참는 솟은 졸음이 쏟아져 올 때는 수이를 바라보았다. 그때마다 수이는 살포시 웃는 모습으로 솟을 바라보았다. 솟에게 수이의 모습은 낮보다 더욱 매혹적이었다. 솟은 수이를 꼭 안았고 나무 위에서 둘은 불꽃을 바라보며 몽환에 젖었다. 비록 맛좋은 과실을 찾는 일은 미루어졌지만 솟과 수이는 이 세상 어떤 과실보다도 더욱 탐스럽고 맛있는 과실을 각자의 마음속에서 키워나가고 있었다.

-부스럭

정신을 놓고 있던 솟은 번쩍 눈을 떴다. 어느새 솟은 자신도 모르게 수이의 몸에 기대에 잠이 들어 있었다.

풀숲 사이로 이상한 불빛이 얕게 흔들리는 불꽃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솟의 눈에 보였다. 솟은 오시가 숨어있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불꽃이 크게 피어오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오시 역시 불꽃을 키우는 것을 망각하고 잠에 빠져 있음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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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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