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애매한 민주당의 정체성

[取중眞담] 사학법과 정계개편... 민주당이 남긴 기억은?

등록 2006.06.23 18:56수정 2006.06.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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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민주당법안'이다. 16대 때부터 줄기차게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정당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여소야대의 상황에선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당시 70%의 여론이 찬성했는데도 불가항력이었다.

그랬던 게 17대 국회가 되어 어렵사리 처리되었다. 16대 국회 교육위 소속이었던 설훈 민주당 전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전략적 잘못'을 지적하며 "질질 끌다가 막판에 와서 수정하고 수정했다"고 비판했다.

작년 연말 사학법 개정안이 전격 통과된 데에는 민주당의 '마지막 역할'이 있었다. 논란의 핵심인 개방형 이사의 '비율'을 정하는 데 있어 1/4안을 내놓은 것.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1/3안을 고수했지만 막판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의 수정안을 받아들여 처리되었다.

사학법 수정안은 사립학교 이사진(7명 이상) 중 개방형 이사를 4분의1 이상으로 하되, 개방형 이사 임명 방식은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로 추천하고, 이 가운데 학교법인이 선임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이 대목이 논란이다. 한나라당은 재개정을 주장하며 '추천 주체'를 해제하자고 한다.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회를 겨냥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어떤 법안의 처리를 거부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당, '제2의 중재안' 준비중

민주당 입장은 애매하다. 한화갑 대표는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니었다"며 "한나라당이 법안을 내놨으니 그걸 국회에서 심의해서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대변인은 23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법안에 대해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당 정책위원회에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원내대표도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도 다시 검토될 수 있는 것"이라며 "정책위에서 제2의 중재안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리가 중재한 것은 개방형 이사의 '비율'(1/4)이었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개방형 이사의 '선임 주체' 아니냐"며 입장이 애매하거나 바뀐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개방형 이사제의 핵심은 사학의 투명성 확보다.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회에 이사 선임권을 준 것은 사학재단 외에도 교사(교수), 학부모가 학교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에선 그들의 참여 비율도 1/4로 최소화했다. 7명 중 1/4이니 개방이사를 둔다 해도 최대 한 명이고, 의결 정족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한화갑의 거취와 민주당의 운명

a 한화갑 민주당 대표.

한화갑 민주당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의 사석에서 한화갑 대표를 향해 "평상심을 잃은 것 같다"고 일격을 가했다. 탄핵 이후 '제 4당'으로 몰락하면서 받은 충격과 상처, 그리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처지를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당의 운명을 자신의 거취와 연결해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장상씨를 공동대표로 선출하는 과정에도 잡음이 많았다. 당헌·당규에도 없는 공동대표제를 '부칙'을 넣는 방법으로 개정해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승희 의원은 "민주당은 무엇이 부족해 당의 간판인 대표를 전당대회 소집 없이 슬그머니 만들려고 하냐"며 "만약에 대표가 자리를 떠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된다면 부대표를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해 나아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한 대표를 겨냥했다. 의원직을 잃게 될 경우 '대리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장상 공동대표는 최근 열린우리당을 향해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며 무원칙한 정치적 소신과 흐릿한 이념적 성향을 꼬집었다. 한화갑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없어질 정당"이라는 비난을 공공연하게 해왔다.

그 화살은 민주당도 피해갈 수 없다. 민주노동당을 2석 앞지르며 원내 3당이 되었지만 정당지지도에선 변동이 없다. 5%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KSOI 조사). 소수정당의 한계라 해도 민주노동당을 한번도 앞서지 못했다.

'신당'의 탄생과 의원 '배지'

민주당의 한 비례대표 의원에게 '어디 지역구를 물색중이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계개편 이후 탄생할 '신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였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내부적으로 현역 비례대표의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규정은 없지만 관례로 따르고 있다. 그래서 비례대표 의원들은 18대를 대비해 암암리에 지역구를 물색중이다.

현역 의원 중 김종인 민주당 의원이 비례대표 중에선 최다선(4선)이다. 민정당(2번), 민자당, 민주당으로 옮겨가면서 비례대표를 받았다. 지난 2년 동안 법안 발의 '제로(0)'로 "무늬만 의원"이란 소리를 들었지만 민주당이 없어지고 신당으로 옮겨가면 다시 한번 배지를 달 수 있을지 모른다.

17대 들어 열린우리당과의 통합론 빼고, 민주당이 국민에게 남긴 '기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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