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참패 원인 아직도 모르나

[取중眞담] 헛다리 짚은 부동산 대책... 문제는 세금 아니라 '집값 폭등'

등록 2006.06.05 21:52수정 2006.06.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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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판교 신도시 아파트 당첨자가 발표된 지난 5월 4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판교 신도시 아파트 당첨자가 발표된 지난 5월 4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 장면1 – 노사모가 열린우리당을 버린 이유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 김영관(41)사무국장은 원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이었다. 80년대에 대학교 다녔던 이른바 386세대다.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 나홀로 소송을 하면서 이 사회의 부조리를 온 몸으로 느꼈다.

이후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사회가 개혁돼야 한다는 열망이 있었다. 그래서 노사모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탄핵 이후에는 열린우리당을 찍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2004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분양 원가 공개'를 약속했던 총선 공약을 뒤집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집 값이 폭등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그는 2005년부터 주공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주공은 '요지 부동'이다.

"2004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원가 공개를 통해 아파트 가격 거품을 뺐다면 지금 같은 민심 이반은 없었을 겁니다. 그 당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시장의 부담 때문에 원가 공개를 못하겠다고 했는데, 문제점 생각 안하고 공약은 왜 내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장면2 – 집값 오른 것 하나도 기쁘지 않다

직장인 K(51)씨는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36평에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롯데 112층 추진 등 개발 호재로 인해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K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고, 탄핵 때 촛불 집회에 참석했던 경험도 있다.


2003년 10·29 대책 이전 이 아파트의 시세는 6억원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곳 시세는 16억원(국민은행 시세 13억원)이다. 2년 8개월 만에 10억원이 뛰어오른 셈이다.

집이 한 채인 K씨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집 값 오른 것이 하나도 기쁘지 않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이사를 갈 수도 없습니다. 이사를 가려면 오히려 양도세 내고 집을 좁혀서 가야 할 판입니다.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주민들은 다 비슷한 심정입니다. 누가 집값 올려달라고 했느냐고 정부를 원망합니다. 세금은 집값이 올라서 생기는 부차적인 일입니다. 정부 원인진단과 처방이 완전히 뒤바꿨지요. 천정 부지로 뛰어오른 집값을 낮출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살고 있는 주부 L(40)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2년 전에 입주한 아파트가 2배 넘게 올라 시세가 7~8억원에 이르지만 별로 기쁘지 않다.

"아파트 아줌마들이 모여서 집값 잡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왜 이렇게 집값을 올려놓는지 모르겠다고 욕합니다. 집값 올랐다고 좋아하는 사람 많지 않습니다."

# 장면3 – 분양가 평당 500만원도 가능 하다더니...

a 8·31대책 발표 당시 수도권 공급 25.7평 아파트가 평당 500만원 이하 분양도 가능하다고 말했던 건교부 추병직 장관.

8·31대책 발표 당시 수도권 공급 25.7평 아파트가 평당 500만원 이하 분양도 가능하다고 말했던 건교부 추병직 장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해 8월 3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투기의 종언'을 선언하던 날, 사실 집 없는 서민들이나 1가구 1주택자들은 복잡한 대책보다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분양가를 잡을 묘책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방법은 없었다. 이미 약속됐던 공공택지에 분양되는 아파트 원가연동제 적용이 고작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분양가를 낮출 방법은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판교의 경우 25.7평 분양가는 평당 1000만원 정도가 되지만, 수도권의 다른 지역의 경우 공영개발로 평당 분양가를 500만원 수준으로도 만들 수 있다. 원가연동제를 적용해 분양가를 낮추면 주변의 집 값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하지만 추병직 건교부 장관의 예측은 현실화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평균 30만호 이상씩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밝혔지만 수도권 택지에 분양되는 어떤 아파트도 500만원 이하로 분양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3·30대책에서 겨우 택지공급가격 인하를 통해 수도권 분양가 10% 내외 하락을 약속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건교부는 한편으로는 건축비를 대폭 인상시켰다. 건교부는 지난해 3월 '새 건축비'라는 이름을 붙여 기본건축비를 평당 339만원으로 정하고 여기에 지하주차장 공사비 등 기타 가산비용을 통해 500만원 이상의 건축비를 받도록 했다.

판교 소형 아파트에는 평당 기본건축비를 341만원, 중대형은 369만원을 적용했다. 건교부가 민간건설업체들의 이익을 보존해주기 위해서 궁여지책으로 건축비를 인상한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1일 한국토지공사 국토도시연구원이 밝힌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00년 이후 공급된 수도권 8개 지구의 경우 택지비는 평당 229만원으로 분양가의 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싸게 택지를 공급해도 민간건설업체가 폭리를 취하면 분양가는 낮아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열린우리당에 부동산 투기 세력이 침투?

열린우리당은 4일부터 진행되는 원내대표단 및 정책위원장단 회의를 통해 ▲1가구1주택 장기 거주자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 완화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기준시가 6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 경감 ▲개인간 취·등록세율 인하의 법인 확대 ▲양도소득세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다. 거기다 수도권에 3기 신도시 건설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검토 내용 어디에도 공급 방식을 바꿔 천정부지로 상승한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는 방안은 없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누리마당에는 부동산 세제 완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에 반대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 '거산'은 "선거참패의 주원인은 그 동안의 부동산 정책이 강력하고 정교하지 못한 탓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면서 "지방 선거 패배 원인이 부동산 세금 때문이라는 열린우리당의 판단이 한심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 김창기씨는 "열린우리당이 부동산 대책과 세제를 수정하겠다고요? 누구를 위해서요? 극소수 부유층을 위해서요?"라면서 "우리당에 부동산 투기 세력이 침투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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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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