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탄핵 부결, 대만 정국 어디로?

대만 독립 노선은 계속 추진될까?

등록 2006.06.27 14:40수정 2006.06.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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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탄핵 파동 와중에도 레오넬 안토니오 페르디난즈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과 군 사열을 받음으로써 정치적 건재를 과시하는 천수이볜 대만 총통.

탄핵 파동 와중에도 레오넬 안토니오 페르디난즈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과 군 사열을 받음으로써 정치적 건재를 과시하는 천수이볜 대만 총통. ⓒ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천수이볜 대만(중화민국) 총통이 탄핵의 위기를 넘었다. 지난 12일 국민당·친민당 등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함에 따라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천 총통은, 탄핵 찬성표가 입법원(국회) 재적 총수의 2/3를 넘지 못함에 따라 탄핵을 모면하게 되었다.

대만 <연합신문>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 10분에 시작된 탄핵 투표는 10시 40분에 완료되었다. 그리고 투표 결과는 11시 10분에 발표되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오늘 투표에는 재적 의원 221명 가운데에 133명만이 참석하였으며, 이 중에서 119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나머지 14표는 무효 처리되었다. 찬성표가 재적 총수의 3분의 2인 148석에 29표 모자라는 119표에 그쳤기 때문에 탄핵안은 부결되었다.

탄핵 투표에 앞서 민진당은 전원이 불참하기로 당론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표는 국민당(88석) 및 친민당(23석)과 무소속 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천 총통, 탄핵안 부결

이로써 부인과 사위 등의 측근 비리 때문에 불거진 탄핵 파동은 일단 천 총통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이로써 탄핵을 주도했던 야당의 기세는 잠시 주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측면들을 볼 때, 천 총통의 정치적 위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첫째, 탄핵 사유가 도덕성 문제이고 또 탄핵심판으로 그러한 비리가 소멸되는 게 아니므로, 천 총통에 대한 도덕적 공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탄핵소추를 받았다. 천 총통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한국의 경우 탄핵 주도세력이 탄핵 역풍을 맞은 것과는 달리, 대만의 탄핵 주도세력은 앞으로도 계속 대여(對與) 공세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대만 국민의 절반 정도가 천 총통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탄핵소추로 인해 동정표를 받은 측면이 있지만, 천 총통의 경우에는 탄핵 발의 이후에도 거부감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셋째, 탄핵 부결 이후 천 총통이 정치력을 회복하면 그의 대만 독립 노선이 더욱 더 강한 탄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어떻게든 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천 총통에 대한 공세는 ‘현재진행형’

이러한 측면들 때문에, 탄핵 부결 이후에도 천 총통에 대한 야당의 정치적 공세는 일정 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탄핵 이후 한동안은 야당의 공세가 주춤할 수도 있지만, 천 총통에 대한 정치적 공격은 계속되리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탄핵 이후의 대만 정국과 관련하여 관심을 끄는 것은, 천 총통이 앞으로 대만 독립노선을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탄핵 발의로 인해 도덕성과 리더십 등에 일정 정도 상처가 생겼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예전만큼의 ‘튀는’ 행동으로 독립노선을 끌고 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반대의 추정도 해볼 수 있다. 그가 대만 독립 노선을 전격적으로 강행하면, 대만 정치 판도가 확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대만 정부가 대만 독립을 선언하거나 혹은 대만 독립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대만 정치판도가 일순간에 뒤바뀔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중국이 겉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대립을 우려하여, 대만이 독립노선을 천명하더라도 막상 군사적 행동에 돌입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계산도 천 총통에게 힘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제껏 천 총통이 톡톡 튀는 행동을 거침없이 표출해 온 점을 감안할 때, 그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만 독립이라는 초강경수를 꺼내듦으로써 일대 모험을 시도할 가능성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천 총통, 대만 독립이라는 승부수 띄울 가능성

그런데 천 총통이 이러한 정치적 모험을 하려면,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이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양안(중국-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대만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양국 모두 당장은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

이 상황에서 미국의 역할은 이중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보면 대만을 응원하는 측면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대만을 억제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천 총통이 승부수를 띄우려면, 대만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이완되는 틈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승부수 띄우려면 미국의 통제력이 이완되어야

현재의 동북아 국제정세로 볼 때 대만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이완되려면, 다음 조건 중 하나가 성취되어야 한다. ▲중국과 미국 간의 대립이 첨예하게 표면화되는 경우 ▲북한과 미국 간의 대립이 한 단계 더 악화되는 경우 ▲한미동맹이 악화되는 경우 ▲일본이 대만 독립노선을 전략적으로 한층 더 지원하는 경우.

위의 조건 중 하나가 성취되면, 대만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이완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관심이 대만 이외의 다른 곳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볼 때, 지금 상황에서 중·미 대립이 격화되거나 한미동맹이 결정적으로 악화되거나 혹은, 일본이 대만 독립을 한층 더 지원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천 총통으로서는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 한 단계 더 악화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 천 총통이 정치적 위기를 일단 넘기기는 하였지만, 중국 본토와 대만 야당세력이 그의 독립노선을 ‘집중 마크’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치적 공세는 앞으로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가 대만 독립노선을 추진하자면, 미국의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돌릴 만한 상황이 조성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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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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