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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결기'라고 표현했다. 맞다. 노무현 대통령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기로 작심했다.
지방선거 직전 노무현 대통령이 김병준(사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하자마자 교육부총리 기용설이 흘러나왔다. 당시는 '설'이었지만 지금에 와선 사실이 됐다.
청와대는 당초 오늘(4일) 개각 명단을 발표하려다가 하루 앞당겨 전격 발표했다. 열린우리당 안에서 비토 움직임이 일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많은 언론이 물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이 뭐냐고 물었다. 그리곤 스스로 답을 내놨다. 안정적 국정운영, 교육정책 지속, 공무원의 이완 분위기 단속 등등이다.
이런 이유라면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처지가 어려워지면 믿는 이에게 기대려고 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권력의 강약에 따라 충성도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걸 뼈저리게 겪었을 대통령으로선 더더욱 믿는 사람에 의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반론이 있다. 왜 하필 김병준 전 실장이냐고 묻는다. 아무리 그래도 국정 아니냐고, 그럼 교육 전문가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힐난한다. 그 어느 곳보다 갈등요인이 많은 분야이기에 전문가가 나서서 갈등을 조정, 통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은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월 이집트 순방 중 "사회 변화에 가장 강력히 저항하는 게 학교 선생님"이라고 했다. 지난달 13일 국무회의 석상에선 "변화는 개혁을 통해 이뤄지고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면서 "부동산정책과 교육개혁과 관련해 교조적인 논리로 정부정책을 흔드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뭘 뜻하는가? 절충과 조정이 아니라 돌파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김병준 카드를 뽑아든 가장 큰 이유다. 돌파를 하려면 교육 이해당사자들과 '두루 안 친한' 사람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왜 하필 김병준이냐'고 다그치지만
믿는 구석도 있다. 사실 교육정책의 뼈대는 이미 잡혔다. 대입정책은 2008학년도를 목표로 이미 수립됐고, 대학 구조조정 방향도 잡혔다. 이걸 다시 손댈 수는 없다. 그러면 감당 못할 화가 미친다. 중요한 건 집행이다. 교육부의 어설프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혁신하면서 빗발치는 '평준화정책 보완' 요구를 견제하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하다. '왜 하필 김병준이냐'고 다그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지켜보면 알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한다.
앞질러 가자. 지켜보면 뭐가 나올까? 되새겨야 할 게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지난달 13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부동산정책과 교육개혁을 특정해서 언급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이 말을 한 시점은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지 두 주가 지난 뒤였다. 다시 말해 선거 민심을 살필 만큼 살핀 뒤에 이 말을 한 것이다.
무슨 뜻일까? 여야 가리지 않고 지방선거 결과는 민생 파탄에 대한 추궁이라고 일을 모은다. 그럼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먹고살기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경제는 순환주기를 갖는다. 이걸 손댈 수는 없다. 게다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어떤 정책수단이 있을까?
'수입 확대'를 장담하지 못하면 '지출 축소'라도 보장해줘야 한다. 이 과제를 기준으로 삼으면 부동산과 교육은 전략적인 가치를 갖는다. 부동산과 교육은 가계부의 맨 앞자리에 놓이는 지출항목이다. 이것만 잡으면 민생의 상당 부분을 해결한다.
부동산은 서민과 투기꾼을 구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를 경감해주되 종합부동산세 등을 절대 못 고친다고 했다. 주택담보대출 제한책도 투기지역과 비투기지역으로 나눠 시행하기로 했다.
교육의 핵심은 평준화 틀 유지다. 이 틀을 방과 후 학교로 보완하면 된다. 평준화 틀을 깨는 시도, 즉 자립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 신설 움직임은 어떻게든 제어해야 한다. 이 움직임을 그냥 놔두면 사교육비가 폭증하고 민생은 더 피폐해진다.
그러나 만만치가 않다.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과 싸워야 한다.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가 이 점을 의식해 외국어고 지역제한 방침을 내놨다가 어설픈 일처리로 곤경에 빠졌다.
교육개혁, 이건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