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 된장국 한그릇에 장맛비 태풍 '만드레'

<음식사냥 맛사냥 79> 깔끔하면서도 구수한 뒷맛의 '곤드레 된장국'

등록 2006.07.10 20:23수정 2006.07.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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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곤드레 된장국 한 그릇 어때요? ⓒ 이종찬

따끈한 국물이 은근히 그리워지는 장맛철

칠월 들어 햇살 한 뼘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지리한 장마가 끝없이 이어진다. 게다가 제주도와 서남해를 거친 제3호 태풍 '에위니아'가 한반도 허리춤까지 샅샅이 할퀴고 간다는 소식까지 들려 진종일 마음이 우울하기 그지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 FTA 협상 때문에 주름살이 점점 깊어만 가는 어민들과 농민들인데, 태풍까지 겹치다니.

아니나 다를까.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거친 바람을 타고 쏟아지는 장대비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잘잘못을 마구 때리는 회초리처럼 여겨진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산과 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오슬오슬 추워진다. 몸은 후덥지근한데 마음 한구석이 한없이 춥기만 하다.

언뜻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끈한 국물이 떠오른다. 그 따끈한 국물에 밥 한 그릇 후딱 말아 후루룩후루룩 먹고 싶다. 그렇게 막된장에 푹 찍은 땡초를 밑반찬 삼아 먹으면 무더위와 장맛비에 지친 온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질 것만 같다. 그래. 그 때문에 '이열치열'이란 옛말이 지금까지도 명언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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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날아온 곤드레 나물. 곤드레는 정맥증을 치료하고 지혈, 소염, 이뇨작용을 하는 것은 물론 당뇨와 고혈압, 혈액순환에 좋아 요즈음 흔한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 이종찬

이거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면 곤드레 만드레 취하겠네

"아빠! 이거 무슨 나물이야?"
"왜? 맛이 안 좋아?"
"아니, 참 맛있어. 혹시 이거 취나물 아냐?"
"아니, 곤드레라는 나물이야. 곤드레 만드레 하는 말 들어봤지?"
"그럼, 아빠가 이거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면 곤드레 만드레 취하겠네."


지난 토요일(8일) 오전 10시. <오마이뉴스>에 '동무들의 악다구니'란 제목으로 어릴 때의 고향이야기를 참 감칠맛 나게 쓰고 있는 김규환 선생으로부터 라면박스 하나가 택배로 날아왔다. 라면박스 위에는 '긴급, 오늘 중으로 꼭 배달해 주세요'란 붉은 글씨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사인을 해달라'며 택배를 전해주는 아저씨로부터 라면박스를 받아든 나는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라면박스가 생각보다 너무나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얼까? 나는 서둘러 라면박스를 뜯었다. 아니나 다를까. 라면박스 안에는 김규환 선생이 경기도에 있는 어느 야산에서 애지중지 기르고 있다던, 그 귀한 '곤드레' 나물이 수북히 들어 있었다.

게다가 라면박스 안에 들어 있는 곤드레 나물은 마치 금방 밭에서 뜯어낸 것처럼 파릇파릇 아주 싱싱했다. 나는 곧바로 곤드레 나물 일부를 들어내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안채에 계시는 장모님께 갖다 드렸다. 나물의 양도 엄청나게 많았지만 그 귀한 곤드레 나물을 우리 가족끼리만 먹기에는 아깝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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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를 물에 깨끗하게 씻은 다음, 잘 씻은 곤드레를 냄비에 넣고 물을 적당량 붓는다. ⓒ 이종찬

당뇨, 고혈압, 혈액순환 등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

"푸름아! 이거 외할머니께 갖다 드리고 오너라."
"이게 뭔데?"
"할머니께 곤드레 나물이라고 하면 아실 거야."
"곤드레?"

"'고려엉겅퀴'라고 부르는 나물인데, 요즈음에는 아주 귀한 나물이야. 아빠가 어릴 때에는 이 나물을 밥 대신(구황식품) 참 많이 먹었지."
"체?"
"너 또 '라면 끓여먹으면 되지'라는 그 소리하려고 그러지? 그때 라면이 어디 있었어. 만약 라면이 있었다 해도 돈이 없어서 사 먹지도 못했을 테고."


민간에서 부인병에 자주 쓴다는 곤드레, 곤드레는 '고려엉겅퀴' 혹은 '곤달비'라고 불리는 야생나물로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A 등이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곤드레는 정맥증을 치료하고 지혈, 소염, 이뇨 작용을 하는 것은 물론 당뇨와 고혈압, 혈액순환에 좋아 요즈음 흔한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곤드레로 만들 수 있는 조리는 크게 네 가지다. 콩나물밥을 만들 듯이 냄비에 불린 쌀과 살짝 데친 곤드레 나물을 채곡채곡 넣고 만드는 곤드레밥이 첫 번째요, 된장 한 큰 술과 갖은 양념(고춧가루, 집간장, 송송 썬 대파, 빻은 마늘)을 넣은 뒤 참기름 서너 방울을 뿌려 조물조물 무친 뒤 통깨를 뿌려 만드는 곤드레 나물이 두 번째다.

세 번째는 아욱국을 끓이듯이 불린 쌀에 된장을 약간 풀어 주걱으로 휘휘 저어가며 폭 끓여내는 곤드레 죽이요, 네 번째는 살짝 데친 곤드레 나물을 냄비에 담아 멸치 맛 국물을 부은 뒤 된장 서너 숟갈과 고추장 한 숟갈을 풀어 갖은 양념을 넣고 보글보글 맛깔스럽게 끓여내는 곤드레 된장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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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데친 곤드레를 찬물에 담근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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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데친 곤드레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 이종찬

찬밥 한 공기 말아 열무김치 곁들여 먹는 그 기막힌 맛

"아빠! 오늘 저녁은 아까 할머니께서 주신 그 곤드레 나물로 비빕밥 만들어 주면 안 돼?"
"왜 안 돼. 근데, 오늘 먹는 비빔밥에는 고추장을 넣지 않는다, 알았지?"
"왜에에?"
"곤드레 비빕밥에는 고추장보다 강된장을 넣고 비벼야 제 맛이 나거든."


장대비가 오락가락 하는 그날 저녁, 나는 곤드레 된장국을 끓이기 위해 냉장고에서 곤드레를 꺼냈다. 그리고 기왕 조리하는 김에 곤드레 나물까지 무쳐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곤드레 나물은 저녁 6시쯤 장모님께서, 아까 큰딸 푸름이가 건네준 그 곤드레를 이미 조리하여 커다란 사발 가득 갖다 주셨기 때문이었다.

곤드레 된장국을 끓이는 방법은 아주 쉽다. 먼저 곤드레를 물에 깨끗하게 씻은 뒤 냄비에 넣고 살짝 데친다. 이어 데친 곤드레를 냄비에서 건져내 찬물에 담궜다가 다시 냄비에 넣고 된장과 고추장을 적당량 푼다. 그리고 멸치 맛 국물을 붓고, 송송 썬 양파와 비껴 쓸기 한 매운 고추, 대파, 빻은 마늘을 넣어 한소끔 끓이다가 집간장으로 간만 맞추면 그만이다.

간혹 멸치 맛 국물을 내기가 번거로우면 해감이 잘 된 모시조개를 넣어 끓여도 시원한 국물 맛이 끝내준다. 입맛에 따라 곤드레 된장국에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 먹어도 깔끔하며, 찬밥을 한 공기 말아 잘 익은 열무김치나 김장김치 속에 박아둔 무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도 별미 중의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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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끓여진 곤드레 된장국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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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럽게 무쳐낸 곤드레 나물 ⓒ 이종찬

"곤드레 비빕밥 맛이 어때?"
"색다른 맛이야."
"고추장 쬐끔 넣어줘?"
"아니, 아니. 이대로가 더 맛이 있어. 근데, 아빠는 왜 비빔밥을 먹지 않고 곤드레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어."
"더부룩한 속이 확 풀리면서도 뒷맛이 참 구수하거든."

"그럼, 우리도 곤드레 된장국 쬐끔만 줘 봐."
"맛이 어때?"
"이거 아직 많이 남았지? 내일 아침에는 이거에 밥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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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 된장국 먹고 곤드레 만드레 ⓒ 이종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 '씨앤비' ' 시골아이☜ ' 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포터' '씨앤비' ' 시골아이☜ ' 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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