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중 중재 거부...결국 공은 미국에

최근 북이 국제사회에 던진 메시지

등록 2006.07.15 10:14수정 2006.07.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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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측은 2가지 행위를 통해 1개의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졌다.

지난 11일 평양에서는 북측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중국측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의 회담이 있었다. "우리는 평양에서 아무런 돌파구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13일자 발언을 통해 북-중 회담의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힐 차관보가 인정한 바와 같이, 중국의 중재는 현재까지는 실패로 드러났다.

한편 지난 11일부터 부산에서는 남북 장관급 회담이 있었다. 남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사일 문제의 돌파구를 뚫으려 하였으나 남측의 노력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이 회담은 남측의 의도와는 상반되게 '미사일 회담'이 아닌 '쌀 회담'이 되고 말았다.

이 두 사건에는 2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한 가지는 시기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한·중 양측이 일정 정도는 중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사건에서 북측은 동일한 태도를 표명했다. 양국의 중재를 모두 거부한 것이다.

특히 남측에서는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북이 왜 그토록 쌀 문제를 유난히 부각시켰는가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측은 남측이 이번 회담을 통해 미사일 문제의 돌파구를 열려고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동시에, 북측은 남측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쌀 차관을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북이 "뻔뻔하다"는 비난을 감내하면서까지 쌀 문제를 부각시킨 것은 남측의 중재 시도에 의도적으로 찬물을 끼얹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위 2가지 행위를 통해 북이 국제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한마디로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이 아닌 들러리를 거부한다."


이와 같이 북은 한·중 두 나라의 중재를 모두 거부함으로써 미국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자신들을 상대로 압박을 강화하든지 아니면 자신들과 직접 대화를 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북의 지도부가 2개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금 북측 지도부는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여 미국이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할 경우 ▲북의 미사일 발사에 놀란 미국이 직접 대화에 호응할 경우라는 2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에는 '한·중 양국의 중재를 받아들인다'는 카드는 없다. 중재자들이 '굉장한 선물'을 갖고 오지 않는 한, 북은 중재자들을 계속해서 '문전박대'할 것이다.

북은 상대방이 자신들의 시나리오에 없는 행동을 할 경우에는 아예 무대응으로 대처하는 나라다. 북은 상대방이 자신들의 시나리오에 나오는 행동을 할 때에만 반응을 하는 나라다.

북이 한·중 양국의 중재를 거부한 것은 자신들의 시나리오에는 그런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의 시나리오에 없는 행동을 하면, 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대응으로 일관할 것이다.

향후 북이 모종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단 2가지다.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압박을 강화하는 경우 ▲미국이 직접 대화 제스처를 보이고 그 전제로서 금융제재를 완화하는 경우.

그런데 지금 북은 후자의 경우보다는 전자를 더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후자는 북-미 대결의 수습 국면이기 때문에 그다지 긴장감을 가질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는 잘못하다가는 나라 전체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북측 지도부는 지금 전자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 역시 북의 반응을 보고자 한다면, 북에 대해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든지 아니면 북과 직접 대화를 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과 직접 대화를 하려면, 그 선결조건으로서 대북 금융제재를 일단 해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더욱 더 유의해야 할 것은 중재자들을 내세워봤자 시간만 허비할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의 의중대로 압박을 더 강화하든지 아니면 직접 대화를 하든지 미국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함께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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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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