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10일 만인 7월15일,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런데 이 결의문에는 2가지의 핵심 알맹이가 빠져 있다. 그러므로 이 결의문이 북미관계를 해결하거나 북의 미사일 발사를 제어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결의문에 빠진 핵심 요소 2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안보리 결의문에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북·미간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결의문에서는 그 점을 찾아볼 수 없다.
결의문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파기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하면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행위를 비난한다"라고 하였다.
이 결의문에서는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만 언급했을 뿐, 북측이 왜 미사일을 발사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2005년 9월 이래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로 북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그에 대한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북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UN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면,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해서도 단호한 지적을 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 채, 단지 미사일 발사라는 현상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결의문은 북미관계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질병의 원인을 무시한 채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친미 일변도의 불공정성마저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안보리 결의문에 빠진 알맹이 1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질병'의 원인을 무시하는 UN
둘째, 안보리 결의문에 담긴 대북 제재 수단은 그저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것이다. 두 나라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재자의 입장에 서서 공평하게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평한 입장을 취할 수 없다면 어느 한쪽을 확실하게 편들고 다른 한쪽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안보리 결의문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평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확실하게 미국 편을 드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확실하게 북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결의문 후반부에 적시된 대북 제재 내용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한 가지는 북측을 상대로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을 지키고 6자회담에 무조건 복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측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북측을 상대로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는'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행동에 대한 구속에 불과한 것이다. 북측의 미사일 발사가 범법행위라고 판단했으면, '과거'의 행위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안보리는 이미 행해진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그저 "비난한다"는 말만 했을 뿐이고, 앞으로 다시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메시지만 전하고 있다. 이 정도의 제재가 북측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음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측과 미사일 관련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이것은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는 요구에 불과하다. 국제사회는 이미 그러한 '금지사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보리 결의문에 담긴 대북 제재 문구는 두렵거나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그저 '종이호랑이'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UN이 공정성을 저버리고 미국 편을 들기로 했다면 북을 확실히 제재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차선책'임에도 불구하고, UN은 그나마 그것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UN의 대북 제재 문구가 북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다는 점에서, 안보리 결의문에 빠진 또 1개의 알맹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제재 수단은 '종이호랑이'
이번 안보리 결의문 채택에서 드러난 것은, UN 자체가 무기력하다는 점 외에도 미국이 UN 회원국들을 자기 입맛대로 동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알맹이 2개가 고스란히 빠진 채로 통과되었다는 것은 미국의 UN 지도력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이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이 6자회담 참가국들 나아가 UN 회원국들을 동원하려 한다 해도, 결국에는 북측을 굴복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북측을 '굴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북측과 단둘이 마주앉아 솔직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북쪽 남자'들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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