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핵문제 둘러싼 중국 외교부의 미묘한 변화

또다른 협상테이블로 안보리 인정

등록 2006.07.18 12:08수정 2006.07.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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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쟝위 대변인

쟝위 대변인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지난 5일(미국시각 4일) 북의 미사일 발사와 15일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기로 핵문제에 관한 중국 외교부의 입장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16일자(베이징 시각)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발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교부 쟝위 대변인의 16일자 발언 가운데에서 주요 부분을 발췌·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래 각 문장 뒤의 괄호 부분은 이해의 편의를 위해 필자가 붙인 용어임을 밝혀 둔다.

1. 중국은 한반도 정세의 복잡성과 긴장을 강화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옹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견지할 것이다(대전제).
2. 중국은 각 당사국들이 대화와 담판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냉정과 자제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추상적 방법론).
3. 중국은 책임감 있고 건설적인 태도로 안보리의 관련 협상에 참여하며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위해 거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구체적 방법론).


핵문제에 관한 중국측의 최근 입장을 담고 있는 쟝위 대변인의 발언은 위와 같이 대전제-추상적 방법론-구체적 방법론으로 분류될 수 있다.

대전제의 핵심은 '한반도 정세의 복잡성과 긴장을 강화하는 행위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말로 요약되고 있다.

한반도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중국측의 희망사항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서는 미사일 발사 이전에나 이후에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한반도 현상유지는 중국측의 변함없는 대전제

한반도 현상유지라는 대전제를 지키기 위해 중국은 '대화와 담판'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은 비외교적 대응 즉 군사적 대응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적 대응이 오고가다 보면 한반도의 현상을 유지하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중국마저 분쟁에 휘말리는 사태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대화와 담판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 역시 미사일 발사 이전에나 이후에나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대화와 담판'이라는 추상적 방법론을 구체화시키는 하위의 또 다른 방법론이 있다. 그것은 위 3번에 적시된 구체적 방법론이다. 구체적 방법론은 대화와 담판을 어떤 무대에서 열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다. 북의 미사일 발사와 안보리 결의 이후로 바로 이 부분에서 약간의 변화가 발생했다.

종전에 중국은 대화와 담판을 하되 6자회담 무대에서 대화 및 담판을 한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위 발언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여전히 6자회담을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위 발언에는 또 하나의 '무대'가 추가되었다. 바로 '안보리의 관련 협상'이다.

그러므로 미사일 발사 및 안보리 결의를 계기로 중국은 ▲6자회담과 안보리라는 2개의 무대를 배경으로(구체적 방법론) ▲대화와 담판을 통해(추상적 방법론) ▲한반도의 현상을 유지하는 쪽으로(대전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대전제나 추상적 방법론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이같이 구체적 방법론에서 약간의 입장 변화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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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성

6자회담에 더해 안보리까지 '무대'로 인정

그럼, 중국이 무대를 안보리까지 확대시킨 것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이 점과 관련하여 3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이 안보리로 무대를 확장시켰다고 해서 중국의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중국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그러므로 중국은 북이든지 미국이든지 간에 어느 쪽이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북측이 한반도에서 먼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친북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이 안보리로 무대를 확장시킨 것은 대화와 담판이라는 기존의 구체적 방법론에 충실한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미 간의 위기 증폭으로 인해 기존의 6자회담만으로는 대화와 담판을 진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리 썩 내키지는 않지만' 안보리 관련 협상이라는 새로운 협상의 장을 추가적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셋째, 중국이 안보리로 무대를 확장시킨 것은 일단 북에 대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안보리 표결 참여를 북-중 균열의 증거로 볼 수는 없겠지만, 중국이 미국의 주 무대라 할 수 있는 안보리에 핵문제를 갖고 간 것만으로도 미국측에 약간 기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북이 중국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북측과 중국의 연대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경고는 향후 북의 추가적인 돌발행동을 제어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측의 태도를 놓고 볼 때, 이러한 중국측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식'을 고수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정리하면, 핵문제에 관한 중국측의 근본적인 입장에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북의 미사일 발사와 안보리 결의를 계기로 6자회담 외에 안보리 관련 협상이라는 또 다른 협상 테이블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중국의 미묘한 변화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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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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