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49회

머나먼 여정

등록 2006.07.27 16:49수정 2006.07.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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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생존키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서 탐사선을 나가세요.

에아는 정신없이 아누를 몰아세웠다. 배낭을 짊어진 이후에도 아누의 궁금증은 가시지 않았다.


-잠깐! 나도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대체 저들이 내게 왜 이러는 것인가?
-보더아가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보더아? 그가 왜?

아누는 보더아라는 이름을 듣고서도 그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보더아는 하쉬의 정치인으로 단지 재미삼아 돌아올 기약이 없는 탐사선에 몸을 실은 인물이었다. 출발 전에는 그의 존재가 거추장스러웠지만 막상 탐사선에서 그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짐리림의 돌발적인 행동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사전에 계획된 일입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안 되니 어서 나가세요!

에아는 아누를 떠다밀다시피 내 보냈다. 아누는 나가면서 한 마디를 남겼다.


-7지엔(하쉬의 시간단위)후에 탐사선 뒤편 12요군(하쉬의 거리개념) 부분에서 만나세!
-못나갈 지도 몰라요.

에아는 꾸물거리는 아누가 답답한 지 연실 손짓으로 그를 몰아세운 후 문을 닫았다. 아누는 숨을 죽인 채 주위에 다른 이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 한 후 탐사선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아누는 낯선 행성에 발을 디뎠다는 감상조차 누리지 못하고 탐사선 가까이에서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누가 지시했던 탐사선의 수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주위가 어둑해지자 한 무리의 승무원들이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누는 순간적으로 ‘낮과 밤’이라는 가이다의 특성에 대해 잠시 잊고 있었던 점을 깨달았다.


‘이래서야 에아가 나올 수 있을까?’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지고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자 아누는 에아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크게 하지 않은 채 지정한 장소에서 기다렸다. 놀랍게도 에아는 어둠을 무릅쓰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

-자 이걸 받으세요. 여기서 어물거리면 안 됩니다. 되도록 탐사선에서 멀리 떨어지세요. 모두들 선장님은 완전히 동면상태에 빠져 있다고 믿고 있으니 찾는 이는 없을 겁니다.

에아는 아누의 손에 조그마한 기계와 뾰족한 막대기를 쥐어준 뒤 재빨리 탐사선으로 돌아갔다. 그 기계는 홀로그램 영상기였는데 별다른 출력장치가 없더라도 내장된 영상을 공간에 투영해 볼 수 있는 장치였다. 뾰족한 막대기는 고압전류를 한 방향으로 방전시키는 무기였는데 개조를 거치면 살상용으로도 쓰임새가 있었다.

아누는 탐사선에서 좀 더 떨어진 곳으로 들어가 홀로그램 영상기를 작동시켰다. 탐사선 가까이와는 달리 좀 더 떨어진 곳에서는 알 수 없는 가이다의 생명체들이 내는 소리가 도처에 가득했지만 아누는 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선장님

홀로그램 영상에는 에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긴 얘기를 할 수 없어. 이렇게 홀로그램으로 남깁니다. 선장님은 지금 탐사선의 동면실에 영원히 누워 있는 존재이기에 그들 앞에 나타나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가이다의 가혹한 환경이 견디기 어려우실 겁니다. 기회가 닿으면 때때로 생존키트를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지점에서 가이다의 자기 방향 50요군 지점에 숨겨놓을 테니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홀로그램 속의 에아는 행여 누군가 들어올까 겁이 나는지 문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먼저 이 일은 모두가 사전에 계획되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이 사실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선장님을 동면실에 영원히 감금하는 것도 불시착 이후에 통보받은 일입니다. 다만 짐리림의 일로 인해 뜻하지 않게 긴박하게 일이 진행된 것이었습니다. 짐리림과 그의 측근, 그리고 선장님을 포함한 30명의 승무원은 출발 직전까지 이 음모에 대해 모르고 있었습니다. 보더아를 비롯한 구데아, 죽은 항해사 쉬림, 항해사 벨릴 그리고 7명의 승무원들은 이 음모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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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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