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른 소녀 머리카락, 10분이면 싹둑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⑩] 7월 31일 충칭-구이양 7일차

등록 2006.08.07 09:31수정 2006.08.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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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머리카락 파는 곳.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거울을 보는 아주머니.

머리카락 파는 곳.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거울을 보는 아주머니. ⓒ 박정규

마을 시장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건너편 계단 쪽을 봤다. 사람들이 선 채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었다. 아, 저렴하게 이용하는 곳인가? 하고 계속 쳐다보니 좀 이상하다. 머리카락 자르는 시간은 굉장히 짧고, 긴 머리카락 뭉치를 싹둑싹둑 자른다. 그리고 손님이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돈을 받아간다.

이발해주는 사람은 자른 머리카락을 대충 포장한 후 자신의 가방에 넣는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을 파는 장소 같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도 있었는데,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기르는 시간은 1년 넘게 걸렸을 것 같은데, 자르는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중국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다. 맞은 편 도로에서 헬멧과 짐가방을 싣고 달려오는 자전거 여행자가 보인다. 누가 먼저 말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서로 멈추고 인사를.

티 마우스(26), 광저우 사는 중학교 컴퓨터 선생님. 지금은 방학이라 청두까지 가는 길이란다. 현재 1300km 정도 달려왔단다. 앞으로 서로 달려갈 길이 수많은 언덕과 산이 있다는 걸 알지만…. 둘 다, 결코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만조(조심하세요)'를 외치며 출발했다.


a 많은 동네에서 벽돌을 이용해 집을 짓고 있었다.

많은 동네에서 벽돌을 이용해 집을 짓고 있었다. ⓒ 박정규


2006년 7월 31일 월요일. 충칭-구이양 7일차 / 맑음

08시. 기상.

09시 50분. 숭늉의 이름을 알았다. '류더우(노란색 국물+밥알)' 그냥 먹으면 좀 밋밋하고, 비치되어 있는 설탕을 넣어 먹으면 달콤한 게 맛있다. 작은 '바우저(고기만두)' 10개와 '류더우' 한 그릇으로 아침 해결.


a 류더우. 노란 국물의 이름 ^^

류더우. 노란 국물의 이름 ^^ ⓒ 박정규


10시 55분. 8.7km 지점.

a 벽돌 제작 과정

벽돌 제작 과정 ⓒ 박정규

벽돌 만드는 아저씨를 촬영하고 가려는데, 아주머니가 뛰어나와서 잠시 쉬다 가란다.


쉬면서 벽돌 만드는 과정을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

1. 좌우로 움직이고 있는 선반 위에 벽돌 형틀을 올린다.

2. 형틀 안에 적당하게 배합한 시멘트를 채워 넣는다.

3. 위쪽 부분을 다듬어서 매끄러운 상태로 만든다.

4. 형틀을 선반 위에서 분리 후 건조 장소로 이동한다.

5. 보조 기구를 이용해 형틀에서 벽돌을 분리한다.

6. 갓 제작한 벽돌을 자연건조시킨다.


12시 20분. 16km 지점. 마을 시장 식당.

꼬마들이 맛있게 먹고 있는 볶은 감자 한 그릇과 탕위엔(큰 새알 안에 노란색의 달콤한 게 들어있음) 10개로 점심. 감자는 정말 매운데 꼬마들은 정말 맛있게 먹는다.

'탕위엔'은 따뜻한 국물 안에 큰 새알 5개가 들어 있는데, 1Y밖에 안 한다. 새알 안에는 노란색의 달콤한 게 들어있었는데, 호박 맛이 났다. 어르신들이 드시기에 좋은 음식 같다.

밥을 먹으면서 건너편 계단 쪽을 봤는데, 사람들이 선 채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었다. 아, 저렴하게 이용하는 곳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계속 쳐다보니… 좀 이상하다.

머리카락 자르는 시간은 굉장히 짧고, '긴 머리카락 뭉치를 싹둑싹둑 자른다.' 그리고 손님이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돈을 받아간다. 이발해주는 사람은 자른 머리카락을 대충 포장한 후 자신의 가방에 넣는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을 파는 장소 같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도 있었는데,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기르는 시간은 1년 넘게 걸렸을 것 같은데, 자르는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다.

14시. 28km 지점. 마을 산도로.

23km 지점에서 큰 언덕을 넘어, 산 아래 마을로 접어들었는데, 여기저기 도로 공사 중이다.
비포장 상태의 도로가 조금 위험하다.

15시 30분. 37.9km 지점. 오르막.

한국 전화 시도했는데, IP 적힌 곳도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작은 마을이라 그런가?

16시 25분. 43.4km 지점. 중국 자전거 여행자 만남.

맞은 편 도로에서 '헬멧, 짐 가방'을 싣고 달려오는, 자전거 여행자가 보인다. 누가 먼저 말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서로 멈추고 인사를.

티 마우스(26), 광저우 거주, 중학교 컴퓨터 선생님. 지금은 방학이라, 청두까지 가는 길이란다. 예상거리 2220km. 현재 1300km 정도 달려왔단다.

a 자전거여행자들. 왼쪽이 필자, 오른쪽이 중국 자전거 여행자 티 마우스

자전거여행자들. 왼쪽이 필자, 오른쪽이 중국 자전거 여행자 티 마우스 ⓒ 박정규

코가 루돌프 코랑 똑같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 건가? 선크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옆에서 우릴 구경하고 있던 아저씨한테 사진 촬영 부탁을 했는데, 5분 넘게 촬영한 사진 중 정상적인 게 하나도 없다.

결국 지나가는 꼬마 친구에게 부탁해 조금 나은 사진을 한 장 얻었다. 삼각대 상태가 좋지 않아 하나 구입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서로 달려갈 길이 수많은 언덕과 산이 있다는 걸 알지만… 둘 다, 결코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만조(조심하세요)'를 외치며 출발.

a 티 마우스 자전거. 뒷쪽 안장에 있는 '군용물통'이 흥미로웠다.

티 마우스 자전거. 뒷쪽 안장에 있는 '군용물통'이 흥미로웠다. ⓒ 박정규


17시 55분. 잠시 휴식.

50km 구간부터 고속도로 공사구간. 고속도로에서 달리던 차들이 모두 국도로 넘어와 버렸다. 안 그래도 2차선에 갓 깃도 없고, 도로상태는 울퉁불퉁인데, 갑자기 차량 소통이 많아져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다행히 3km 정도 후에 다시 정상적인 길이 나오고, 고속도로 진입 지점이 있어서, 다시 한 산한 길을 달릴 수 있었다.

19시 55분. 65.7km 지점. 내리막이 보이는 언덕 위 '장식용품' 만드는 가게 앞.

장식용품을 만드는 집 앞을 지나는데, 주민들이 쉬다 가란다. 배고픈데… 여러 가지 질문들을 계속한다. 질문에 답하며, 가게 안쪽을 보니, 150cm는 되어 보이는 인형 집들과, 큰 화환들이 많이 보인다. 할아버지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직접 수작업하시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a 저런 언덕을 오늘 60개 넘었지만, 괜찮다.

저런 언덕을 오늘 60개 넘었지만, 괜찮다. ⓒ 박정규


20시10분. 66.4km 지점. 여관.

20Y을 요구했지만, 돈 없다고 계속 10Y에 해달라고 하자, 마지못해 승낙해주셨다. 저녁을 먹기 위해 인근 식당으로 갔는데, 영업이 끝났단다. 다행히 길거리 노점에서 '사궈펀(국수와 해산물, 고기 또는 야채를 배합하여 냄비에 넣고 아주 센 불 위에 얹어서 익힌 다음 냄비 채로 내는, 토속요리. -'론리' 중국 편에서)' 주문. 얼큰하고, 시원한 맛에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

식사 후 인근 '왕바(인터넷카페)에 갔는데 보기만 가능하다. 열심히 보기만 하다가 숙소로 돌아와 휴식.

a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구이저우 란빼이시 - 시펑

2. 주행거리 및 시간: 66.4km / 6시간 19분 / 평균속도 10.5km/h / 누적거리 3609km

3. 사용경비: 14Y
아침: 3.5Y / 점심: 3.5Y / 저녁: 4Y / 빙꽈(아이스크림) 2개: 1Y / 인터넷카페60분: 2Y

4.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바우저 10개(작은 고기만두), 류더우 한 그릇(노란 궁물 + 밥알)

점심: 탕위엔 10개(큰 새알 안에, 노란색의 달콤한 게 있음), 량픈(넓적한 흰 면) 한 그릇,
감자볶음 한 그릇(정말 맵다.)

저녁: 사궈펀(국수와 해산물, 고기 또는 야채를 배합하여 냄비에 넣고 아주 센 불 위에 얹어서 익힌 다음 냄비 채로 내는, 토속요리. -론리 중국 편에서), 호박 꼬지 하나

2) 간식

물: 3.6ml / 아기사과 2개 / 빙꽈 2개(아이스크림) / 아기 배 3개 / 천연 벌 꿀차 두 잔

5. 신체상태: 약간의 다리 근육통

6. 그냥 언덕이 얼마나 있을까 해서, 하나를 넘을 때마다 우물정자 방식으로 표기해봤다.

우물정자 12개(60개), 언덕 길이는 짧게는 50m, 길게는 2km 정도.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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