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리 가는 길가에는 주성윤이라는 시인의 시비가 있었다.조태용
왕시리봉의 끝 부분 임도를 따라 걷도 보면 길가에 주성윤이라는 시인의 시비가 있다. 시비에는 그의 시 풀이라는 시가 있는데 상당히 난해하고 추상적이다.
풀 - 주성윤 -
신기루처럼 어느 백일에
별안간 드높이 치솟아 오른
세월의 망루 그 위서
날카로운 고양이 수염 하나
번뜩한 순간 어둠은
들쥐가 되어 달아나 버렸다
시를 읽고 길가에 난 풀들을 보니 날카로운 풀잎들이 어쩌면 고양이 수염처럼 보일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리석은 들쥐가 풀잎을 보고 고양이 수염이라고 생각하고 어둠 속을 도망치는 모습을 표현 한 것인지 시와 풀의 관계를 연결하기 어려웠다.
주성윤 시인은 1939년에 오사카에서 출생하여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현대문학에 시 '내부'와 '길 위에서''황혼녘' 등이 추천되어 <한국시>, <상황지> 동인으로 시작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는 죽었을 때 라면봉지 몇 개와 현대문한지 몇 권을 유산으로 남겼다고 한다. 가난하고 고독하게 살다가 92년 4월에 죽었다고 한다. 그는 64년의 <텅빈공간>, 79년 <폭설>, 85년의 <조선의 빛> 등의 시집과 <내가 말하리라, 이 시대를>이라는 수필집을 남겼다고 하는데 이미 절판되지 오래 되었을 것이다.
근처에서 농사 짓는 분들에게 시인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고 했더니 전혀 모른다고 한다. 구례 문학회에서도 그런 시인은 모른다고 했다.
라면 몇 봉지를 남기고 죽은 것처럼 그이 시비가 있는 구례 사람들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마을 주민이 아니면 잘 찾지도 않는 길에 시비만 남아 그를 기억 할 뿐이다. 아마도 지리산과 저 멀린 섬진강이 그를 위로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