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이름이 '파도리'인 이유는...

[파르티잔의 지리산 도보여행6] "조금만 파도 돌이 나와"

등록 2006.08.07 18:49수정 2006.08.0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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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리 가는 길가에는 주성윤이라는 시인의 시비가 있었다.
파도리 가는 길가에는 주성윤이라는 시인의 시비가 있었다.조태용
왕시리봉의 끝 부분 임도를 따라 걷도 보면 길가에 주성윤이라는 시인의 시비가 있다. 시비에는 그의 시 풀이라는 시가 있는데 상당히 난해하고 추상적이다.


풀 - 주성윤 -

신기루처럼 어느 백일에
별안간 드높이 치솟아 오른
세월의 망루 그 위서
날카로운 고양이 수염 하나
번뜩한 순간 어둠은
들쥐가 되어 달아나 버렸다


시를 읽고 길가에 난 풀들을 보니 날카로운 풀잎들이 어쩌면 고양이 수염처럼 보일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리석은 들쥐가 풀잎을 보고 고양이 수염이라고 생각하고 어둠 속을 도망치는 모습을 표현 한 것인지 시와 풀의 관계를 연결하기 어려웠다.

주성윤 시인은 1939년에 오사카에서 출생하여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현대문학에 시 '내부'와 '길 위에서''황혼녘' 등이 추천되어 <한국시>, <상황지> 동인으로 시작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는 죽었을 때 라면봉지 몇 개와 현대문한지 몇 권을 유산으로 남겼다고 한다. 가난하고 고독하게 살다가 92년 4월에 죽었다고 한다. 그는 64년의 <텅빈공간>, 79년 <폭설>, 85년의 <조선의 빛> 등의 시집과 <내가 말하리라, 이 시대를>이라는 수필집을 남겼다고 하는데 이미 절판되지 오래 되었을 것이다.


근처에서 농사 짓는 분들에게 시인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고 했더니 전혀 모른다고 한다. 구례 문학회에서도 그런 시인은 모른다고 했다.

라면 몇 봉지를 남기고 죽은 것처럼 그이 시비가 있는 구례 사람들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마을 주민이 아니면 잘 찾지도 않는 길에 시비만 남아 그를 기억 할 뿐이다. 아마도 지리산과 저 멀린 섬진강이 그를 위로 할 것 같다.


파도리는 19번 국도에서 보면 여느 산골 마을과 비슷하지만 마을로 들어가 보면 꽤 넓은 들이 있다.
파도리는 19번 국도에서 보면 여느 산골 마을과 비슷하지만 마을로 들어가 보면 꽤 넓은 들이 있다.조태용
시비를 지나서 포장된 길을 가다보면 산 밑으로 마을이 보인다. 여기가 구례군 토지면 파도리다. 마을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파도리의 땅은 조금만 파도 돌이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돌이 시작하는 곳은 지리산 왕시리봉인데 파도리를 지나 섬진강 밑을 지나고 다시 백운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재로 파도리 앞을 흐르는 섬진강을 파보면 바로 암반지대가 나온다면서 확실하다고 마을 주민들을 말한다.

19번 국도를 따라 하동으로 가다보면 토지면 면사무소를 지나 파도리라는 커다란 마을 표지석이 보인다. 여기서 보는 파도리는 여느 산촌 마을과 비슷하게 산 밑 마을로만 보이지만 마을로 들어가면 꽤 넓은 논들이 있다. 그 규모는 상당해서 이런 산중 마을에 이렇게 넓은 논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은 남쪽으로 빛을 가리는 큰 산이 없고 서쪽에도 산이 없어 일조량이 풍부해서 농사가 잘되고 다른 곳의 쌀보다 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이 죽으면 시체의 무게도 더 무겁다고 했다.

파도리 저수지 밑에 논에서 본 구례모습
파도리 저수지 밑에 논에서 본 구례모습조태용
농작물에게 빛만큼 중요한 것도 없고 지형으로 봐서 동네 사람들의 말처럼 일조량이 많아 보였다. 이 마을 위에는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는데 그 저수지에서 내려다보면 백운산과 오산 그리고 섬진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저수지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산촌에서는 꽤 큰 논들이 마을 아래까지 완만하게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 가면 토지면 동중학교가 나올 것 같아서 걸어가 보니 산길을 쉽게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은 19번 국도로 걸어 나왔다.

19번 국도에서 김지훈(33)씨를 만났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이 길을 따라 가면 칠의사전적비가 있는데 그 산길로 들어가면 산 속에 마을이 있다고 한다. 자기도 여기서 30년을 넘게 살았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피아골로 넘어가는 옛길도 피아골 주유소를 지나 50미터쯤 가면 산길이 있는데 그 길을 따라 가면 피아골 평도 마을에 도착하고 거기서 당치마을과 해발 800미터 고지에 있는 농평마을 지나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목통골로 넘어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김씨의 말을 듣고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농산물 직거래 장터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농산물 직거래 장터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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