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희
'이번에 잘해보자!' 다시 다짐했다. 열흘간의 침묵을 맹세하고 비파사나 명상센터에 들어갔다.
그곳에선 하루에 한 끼 밥을 주었다. 각자 설거지를 해야 해서 늘어진 몸으로 그릇을 씻고 있었다. 그때 설거지 통 옆에서 까만 벌레 같은 게 움직였다. 뭔가 하고 들여다보는데 센터 선생님이 날 붙잡았다.
"전갈이야. 조심해!"
물리면 죽는다는 전갈! 머릿속에서 톡 하고 평상심이 부러졌다. 며칠 뒤 명상을 하고 있는데 현기증이 났다. '아…, 어지러워. 밥을 못 먹어서 그런가?' 생각하는데 선생님이 소리를 쳤다.
"모두 밖으로 나가!! 빨리!"
그건 파키스탄 대지진이었다. 하늘까지 솟은 삼나무들과 온 땅이 흔들렸다. 처음 겪어본 지진은 너무 무서웠다. 평상심은 와장창 깨지고 나는 마음의 평화를 구하지 못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기에 나는 너무 나약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