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희
세상에는 이런 곳도 있다. 커다란 연꽃 호수 위에 사람이 사는 곳. 그 이름은 달 호수다. 파키스탄과의 영토 분쟁 때문에 인도에서 가장 위험한 스리나가르 지역이다. 하지만 이곳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달 호수에서의 하루는 소박하고 단순했다. 집 배 밖으로 나가면 물이었기 때문이다. 집 배 안에서 호수를 구경하거나 시카라(작은 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일이 전부였다. 하지만 단순한 일들이 즐거웠다.
시카라를 타고 호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새벽엔 시카라들이 모여 이루는 시장에 갔다. 물 위의 시장은 물소리와 카슈미르어가 뒤섞여 푸른 새벽 속에서도 활기찼다. 양배추와 순무를 구경했다. 옷감을 가득 실은 배를 세워 무늬를 살펴봤다. 값비싼 염소 털로 짜여진 파슈미나를 이리 저리 걸쳐 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