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 버스가 오늘은 동지!

[자전거여행 현장보고 32] 8월 21~24일 쿤밍-인도 준비 3~6일차

등록 2006.09.06 09:15수정 2006.09.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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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1일 월요일. 쿤밍–인도 준비 3일차 / 맑음

a 두시시보에 난 필자의 기사

두시시보에 난 필자의 기사 ⓒ 박정규

오전 8시 6분 기상. 리차오가 버스 터미널에 여러 번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직접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두시시보'를 확인해보니, 기사가 실려있다.


'따리 행' 버스표를 구입한 뒤 차에 자전거를 실으려고 하는데 '운송료'로 100Y을 요구한다. 친구가 여러 번 할인해달라고 해봤지만, 전혀 양보를 하지 않는다. 화가 난 친구가 '내 표'를 환불해 버리고 다른 정류장으로 갈 것을 제안한다.

친구가 탄 버스를 추격하며 다른 정류장으로 이동. 이곳은 자전거 포함해서 130Y을 요구한다. 처음 정류장보다 70Y이나 저렴한 가격.

그러나 출발 시간은 앞으로 5시간 정도 남았다. 21시에 출발해 다음날 새벽 4시에 도착한단다.

친구들과 마지막 악수를 하고 헤어지려는데, 리차오 차 안에서 먹으라면서, '과일 한 봉지'를 손에 쥐어준다.

a 날 위해 사과를 직접 고르고 있는 리차오

날 위해 사과를 직접 고르고 있는 리차오 ⓒ 박정규

자전거는 버스 아래 화물 칸에, 공간이 제법 넓다. 이층 침대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조금 천장이 높다. 일 이층 침대 수는 모두 합쳐서 38개.


길이는 내 키에 꼭 맞춘 것 같다(1m 72cm). 누우면 머리와 발바닥이 끝과 끝에 닿는다. 폭도 누우면 거의 꽉 찬다. 다행히 푹신푹신한 침대라서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날 위협해오던 그 버스를 타고 이제 다음 목적지까지 이동하게 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순간인가?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워서 창 밖의 밤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게 굉장히 어색하다. 거기다가 자고 나면 400km를 이동한다니… 너무 쉽게 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2006년 8월 22일 화요일. 쿤밍–인도 준비 4일차 / 맑음

오전 6시45분 기상. 버스가 멈춰 있다. 벌써 도착한 듯. 하지만 내려서 확인하니 이곳은 '따리'가 아니라, '샤관(따리에서 15km 떨어진 곳)'이란 곳이다. 많은 버스들이 '따리'라고 적혀있지만 '샤관'으로 오는 경우가 많단다. 반드시 출발 전에 '따리'행인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한다.

15km를 달려 '따리' 도착. 이곳에는 굉장히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하나 보다. 한국인 전용 레스토랑에 한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까지 있다. 조금 비싸지만 모처럼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서 레스토랑으로.

a 따리에 있는 저 성 안에 많은 상가와 음식점,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따리에 있는 저 성 안에 많은 상가와 음식점,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 박정규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무료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한 여행자 분이 말을 걸어온다. 인터넷 뉴스에서 봤다고, '따리'로 올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오는 걸 봤다면서 아주 반겨주신다. 그분과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함께 루트 검토.

1. 중텐 – 라싸(티벳) – 네팔 – 인도 / 10일 / 5000Y / 대중교통
2. 쿤밍 – 징홍 – 라오스 – 태국서 비행기로 인도 / 15일-20일 /
3. 미얀마 육로 입국 시도 – 인도 뭄바이
4. 중텐 – 라싸(비행기로) – 네팔, 인도까지 자전거로 / 20-30일


개인적으로 4안이 제일 맘에 끌렸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것 같아서 결국, 다른 안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중국 여행하면서, 산에서 폭포수나 시원한 지하수를 많이 마셨다고 하니까… 여행자 분이 아주 섬뜩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흡혈충(산에서 먹는 물, 오염된 물을 통해 감염 가능)' 잠복기 60일, 부화 후 심장을 뚫고 들어가 혈관에서 활동하면서 피를 빨아 먹는다. 걸릴 확률은 적지만 걸리면 치명적이다. 약은 '운남 성'에 있다. 산에서 폭포물이나 지하수를 마시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

a 한국인 숙소

한국인 숙소 ⓒ 박정규


2006년 8월 23일 수요일. 쿤밍–인도 준비 5일차 / 맑음

a 게스트하우스 안에 걸려있는 대형 태극기

게스트하우스 안에 걸려있는 대형 태극기 ⓒ 박정규

오전 8시 기상. 일어나자마자 무료 인터넷 사용실로. 무료라서 낮에는 사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반가운 메일이 왔다. '마티어스'(내몽골에서 만난 여행자)가 지금 태국에 있고 한 달 정도 있을 것 같단다. 잘하면 태국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정보 수집을 위해 한국인 사장님이 계신 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옮겼다. 숙소 레스토랑 안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고, 고사양 컴퓨터에는 눈에 익숙한 국산 프로그램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한국인 사용자가 많아서인지, 한글 설정은 이미 되어있다.

어제 여행자분과 함께 저녁 먹은 식당에서 '김치볶음밥' 비법을 전수받았다. 오늘은 혼자 실습하기 위해 다시 그 식당으로. 먼저 요리를 직접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a 김치 볶음밥

김치 볶음밥 ⓒ 박정규

먼저 김치맛 나는 흰 양배추 같은 것을 작은 그릇에 가득 담은 후 빈 프라이팬에 넣고, 다진 고기와 다른 채소들을 넣은 후 조금 익을 때까지 휘휘 저은 후 주인 아주머니께 패스. 잠시 후 먹음직스러운 '김치 볶음밥' 도착. 중국식 '차오판(볶음밥)'은 야채가 너무 적기 때문에, 김치 맛나는 '배추'랑 여러 가지 야채를 듬뿍 넣으면 한국 '김치볶음밥' 맛이 난다.

하루종일 정보를 수집하며, 고민한 결과… 다시 '쿤밍'으로 가서, '미얀마 대사관'에 직접 찾아가 '육로 입국' 여부를 문의해 보고, 안 된다면, '항공편'으로 바로 인도로.

2006년 8월 24일 목요일. 쿤밍–인도 준비 6일차 / 흐림

오전9시 기상. 어제 저녁부터 내린 장대비가 아침에도 여전히 내리고 있다. 아침을 먹기 위해 하의는 수영복, 상의는 자전거 전용 복장, 우의 입고, 머리에 수건을 쓰고 빗속을 걸으니 시원하고 재미있다. 비오는 날에는 매콤하고 얼큰한 '미센(쌀국수)'이 제격이다.

점심때가 되자 빗줄기가 많이 약해졌다. 사실 좀 더 쉬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이동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체크 아웃 후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

a 정말 아름다운 작품들

정말 아름다운 작품들 ⓒ 박정규

정류장에 도착하니, 어떤 아주머니가 '목적지'를 묻는다. '쿤밍' 간다고 하니까, 따라오란다. 잠시 후 침대버스 앞 도착, 흥정시작. 다행히 타고 왔을 때랑 동일한 가격선인 130Y까지 흥정 성공. 원래 쿤밍까지는 4시간밖에 안 걸리는데, 중간에 기사 아저씨가 2-3시간 정도 주무시고 간단다. 안전운전을 위해. 게스트하우스에서 '예약'하는 게 안전하다고 했는데, 2-3시간 일찍 나와도 충분할 것 같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인근 인터넷 카페로. 앗! USB(이동식저장장치)가 없다. 숙소 컴퓨터에 연결해 두고 그냥 온 것 같다. 자전거는 이미 차에 실었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으로. 다행히 숙소에 도착하니 컴퓨터에 그대로 연결되어 있다. 다시 정류장으로.

a 이게 바로 침대 버스

이게 바로 침대 버스 ⓒ 박정규

아까는 몰랐는데, 차량 앞에 '대우'라고 적혀있다. 한국산 침대버스가 많다고 하던데 그 중 하나인가 보다. 침대버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인'의 체형에 맞춘 것보다는, 철저한 상업적인 '계산'에 의해 만든 것 같다.

버스 길이는 한정되어 있고, 최대한 많은 좌석을 만들다 보니 길이 170-172cm, 폭 50cm 정도가 나온 듯. 이 버스는 올 때 타고 온 것보다 2cm는 더 짧은 것 같다. 앉아서 책을 본다거나, 편지를 쓰기에는 '등'의 밝기 또한 어두운 편이다. 앉아서 허리를 펴면 천장에 머리가 닿는다. 한 마디로 '활동'하기에는 불편하다. 그냥 자야겠다.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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