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72회

범 우주 동맹

등록 2006.09.11 16:46수정 2006.09.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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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우주 동맹

-이봐 키, 이 길이 아니지 않나?


일행의 앞에 서서 오던 길을 되짚어 가던 키가 언젠가부터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자 솟은 부쩍 의문이 생겼다.

-맞아 이 길은 오던 길이 아니다. 조금 돌아가는 셈이지.
-그런데 왜 이렇게 멀리 돌아가는 거야?

키는 일행을 잠시 멈추어 쉬게 한 다음에야 이유를 설명했다.

-그 괴물들을 상대하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이쪽으로 가다 보면 네가 살던 마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

솟이 이해가 안 간다는 눈빛으로 멀뚱하게 키를 쳐다보고만 있자 그차가 나섰다.


-그렇게 강한 마을이 우리를 따를까? 여기 셋은 원래 살던 마을에서도 버림받은 이들이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이끌 수 있겠나?

키는 빙긋 웃음을 지여 보였다. 그 사이 모로는 불을 지펴 먹을 것을 구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사영이 가죽자루에서는 마른 고기 약간과 덩이뿌리 식물들을 꺼내어 놓고는 불에 구웠다.


-너희들이 이끌지 않는다. 솟이 이끌게 된다.

솟은 키의 말에 묘한 반감이 들었다. 여지까지 솟은 사냥을 하는 무리조차 이끈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을 솟에게 떠미는 듯한 키의 태도는 무책임하게 보였다.

-이봐! 그런 큰 무리라면 분명 대단한 이가 이끌고 있을 거다.

키는 솟의 불안한 마음을 이미 이해하고 있었지만 일일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가보면 안다. 네드인인 나도 그 많은 인간무리에게 다가서지 않는가? 행여 그들이 날 죽이려 든다 해도 너희들이 나를 지킬 필요는 없다. 그저 다가오는 운명을 받아들이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키의 말에 사영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땅에 그림을 그렸다. 짧은 작대기 여러 개를 그린 뒤 아주 긴 막대기 하나를 그은 다음에 솟을 본 후 그것을 둘러싸는 동그라미를 그리고서는 키를 바라보았다.

-그래 맞아.

키는 사영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일 분 다른 이들에게 그림의 의미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사영은 솟이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보기도전에 천연덕스럽게 그림을 쓱쓱 지워 버린 후 구운 먹을거리를 공평하게 나누었다.

간소한 식사가 끝난 후 일행은 쉬지 않고 일어나 걸음을 재촉했다. 키의 이상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데다가 이제는 그차와 모로의 낯선 말에도 적응이 되어 알아들을 수 있게 된 솟이였지만 사영이 앞으로 있을 일을 손짓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알쏭달쏭할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딱히 그차와 모로가 그 뜻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키는 솟이 궁금하게 여기는 그림에 대해서 거의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솟이 사영에게 그림의 의미를 물어보면 사영은 또 다른 그림을 그려 보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눈을 치켜뜨고 솟을 노려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솟은 더 이상 그림의 의미를 캐물어 볼 수가 없었지만 의미를 깨닫고 솟이 답을 하는 그림을 그리면 사영은 무척 기뻐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모로가 묵직한 가죽 자루를 짊어진 채 가만히 땅에 귀를 대었다가 다시 일어나 허공을 응시했다. 묵직한 가죽 자루에는 불을 쉽게 지필 수 있는 신기한 알맹이가 가득 들어 있었는데 모로는 힘에 겨워하면서도 그것을 억지로 짊어지고 다녔다.

-두 다다다 라라 두두

무엇인가 자연스럽지는 않으나 기분을 묘하게 만드는 소리는 솟의 귀에도 분명 들리고 있었다. 그 소리는 그들을 조금씩 이끌어 가고 있었다. 사영이 손을 휘저으며 가서는 안 된다는 몸짓을 하자 키가 일행을 막아섰다.

-맞다. 저 소리에 이끌려서 갈 것은 없다. 가던 길을 계속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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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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