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댁에서 준 산초정판수
의성댁 할머니는 한 되에 4000원씩 받으면 된다고 했다. 사천 원이라니! ‘깎이 한 되’가 아니라 ‘고봉 한 되’를. 하도 싼 것 같아 되물었더니 시장에 내놓는 가격이 그렇다는 거였다. 따느라 들인 공을 알기에 더 올려 팔 수 있다고 했더니 그대로만 받아달라고 했다. 공(空)으로 얻은 것인데 너무 욕심을 내면 탈이 난다면서.
직장에 가서 말을 던지기 무섭게 다 팔렸다. 어떤 이는 다섯 되를 사기도 했다. 다섯 되라 해도 돈으로야 고작 이만 원. 스무 되 다 팔아 할머니께 갖다 드린 돈은 8만원. 그걸 따기 위해 며칠을 산 속을 헤맸을 것이다. 그런 걸 팔아주었다고 두 되나 되는 걸 그저 주다니! 뿐인가, 산초까지 한 소쿠리를 주다니!
어제는 산초도 땄다는 얘기를 안 했는데 아마도 팔 만큼의 분량이 아니라서 그냥 우리더러 먹으라고 갖고 온 모양이었다. 전화를 했다. 다래든 산초든 언제라도 다 팔아줄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그리고 다음에는 절대로 우리 걸 챙겨오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우째 사램이 그럴 수 있능교? 은혜를 입으면 갚아야제.”
‘은혜는 무슨…’ 하며 도시 사람들에게 완전 무공해 야생과일을 소개해 주는 것만 해도 기쁘니까 다시는 은혜란 말을 하지 말라 하자, ‘우째 사램이…’ 하며 아까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