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75회

범 우주 동맹

등록 2006.09.15 16:42수정 2006.09.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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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소리인가?

눈이 먼 후로 부쩍 귀가 밝아진 짐리림은 멀리서 은근히 들려오는 외침소리에 먼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누는 사이도들의 움직임이 이상해짐을 보고 있던 터였다. 사이도들은 무엇엔가 이끌리듯이 하나둘씩 그들의 곁을 떠나고 있었다.


-짐리림,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귀를 기울여봐.

평소 같으면 아누의 물음에 벌컥 짜증부터 낼 짐리림이었지만 그의 태도는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자꾸만 이리저리로 흩어져 가는 사이도들로 인해 아누는 주위가 산만했지만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였다.

-툭 뚜르 라라라라라......

그것은 분명 자연적으로 발생한 소리가 아니었다. 대단히 정교한 리듬에 음색까지 가미된 노래와 매한가지였다. 아누는 그 소리가 어떤 생물이 내는 것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건 사이도가 내는 소리다.


아누가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말하려 입을 열기도 전에 짐리림이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먼저 말을 내뱉었다.

-사이도들이 음악을 알고 있어...... 뭔가 이상해. 우리가 만난 사이도들은 우리의 음악에 단숨에 심취될 정도였는데 이건 그런 것을 넘어서서 사이도들끼리 교감을 나누는 음악 같아. 대체 어떤 사이도들이 저렇게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지?


그제야 아누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사실을 퍼뜩 깨닫고 추적기를 꺼내어 보았다. 추적기가 가르치는 방향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되고 있었다.

-짐리림, 노래를 부르는 놈들은 내가 쫓던 그 사이도네.
-뭐? 그럴 리가 있나.

-지금 사이도들이 노랫소리 때문인지 다들 그쪽으로 몰려가고 있어. 뒤 쫓아 가 보세.

아누는 짐리림의 손에 늘어져 있는 끈을 잡고서는 사이도들이 몰려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짐리림은 잡힌 끈을 부여잡고서는 아누에게 끌려 다니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봐! 이렇게 서두를 건 없잖아! 저 놈들이 짝짓기를 하느라 내는 소리일 수도 있고 원래 습성이 그런 생물일지도 몰라! 노래는 무슨 노래야!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라고!

-그렇게 단순한 소리라면 이렇게 변화가 다양할 수는 없네.

잠시 뒤 아누는 야트막한 언덕위에 사이도들이 잔뜩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사이도들은 다른 사이도들에게 가로막혀 그 모습을 보기 어려웠지만 그들이 내는 노랫소리는 한층 더 확실히 들렸다. 게다가 그 노랫소리는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짐리림, 잘 들어 보게. 단순한 소리 지름이라면 저렇게 멋진 화음을 낼 수가 없어. 동시에 높은 음이 있는가 하면 낮은 음이 있고 진폭의 차이도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네. 짧게 끊는 음이 있는가하면 길게 이어지는 음도 있어.

짐리림은 아누의 감탄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음악이라면 아누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짐리림이었기에 아누의 말은 조금 과장되게 들렸지만 짐리림이 듣기에도 분명 이 소리는 단순한 울음이나 외침이 아닌 ‘노래’였다. 그리고 이 노랫소리는 모든 사이도들을 들뜨게 만들었고 급기야 모든 사이도들이 마친 듯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이봐, 여기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없는 짐리림은 불안해했지만 아누는 사이도들의 몸짓과 노랫소리에 어느덧 심취되어 있었다. 그 노랫소리는 하쉬에서 들어보지 못한 장중한 음색과 더불어 무한한 힘을 가져다주는 것만 같았다.

-괜찮은 거냐고!

짐리림이 다시 한번 짜증스럽게 되묻자 아누는 그의 손을 굳게 잡았다. 짐리림은 영문을 모른 채 그저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 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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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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