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가에 핀 꽃,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이 피어날 것이다.김민수
뜨거운 햇살이 한창인 여름, 출퇴근길에 바라보는 길가의 풀섶에는 정체불명의 꽃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개망초보다 조금 작은 꽃, 아마도 개망초의 변종인가 했다. 가을이 완연해졌을 때 막히는 차 안에서 그를 바라보았을 때 언제 그렇게 무성하게 작은 꽃들을 피었는지 하얀 별들이 풀섶에 새겨진 듯 했다.
서울에서 동부간선로를 타고 출퇴근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 도로중앙의 풀섶을 유심히 보신 분들도 계시리라. 그 곳은 야생화 자생지로 조성을 해서 벌초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까지 있고, 제법 모델이 될만한 꽃들이 지금도 피어있다.
해바라기 서너 그루도 제법 그럴듯하고, 박주가리꽃은 그렇게 무성진 곳을 보질 못했으며 오늘의 주인공 미국쑥부쟁이도 제법 볼반하다. 단, 그 곳에 차를 세울 수 없다는 점과 차들이 쌩쌩달리기 때문에 풀이 늘 흔들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게다가 눈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단점이다.
한 여름 퇴근길에 석양빛에 눈부심을 발하는 강아지풀들을 보면서 역광으로 찍으면 꽤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지만 단 한 번도 시도하질 못했다. 한번 차를 타면 목적지까지 거의 쉴곳이라고는 없는 도로환경을 원망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