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94회

제노사이드

등록 2006.10.24 17:18수정 2006.10.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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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늑대 그리고 두 마리의 ‘하쉬’들은 길게 늘어서 기둥이 서 있는 곳을 노려보았다. 그 안쪽에는 하쉬들과 둥근 발을 가진 작고 큰 짐승들이 역시 길게 늘어서 대치하고 있었다. 솟은 기둥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쉬’들이 위험하다고 떠드는 소리를 들었기도 하거니와 그의 본능이 함부로 다가서는 것을 망설이게 하고 있었다.

적막이 감도는 두 무리의 사이에서 솟 쪽에 있는 ‘하쉬’중 하나가 대담하게 앞으로 걸어가 소리쳤다.


-보더아! 나와 얘기하자!

기둥 안쪽에 있는 ‘하쉬’중 하나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와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솟은 그들의 대화가 궁금해 조심스럽게 한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 순간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일거에 인간과 늑대들이 앞으로 뛰어 나오기 시작했다. 솟은 그들의 돌진을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앞으로 나갔던 ‘하쉬’는 재빨리 무엇인가를 꺼내어 기둥과 기둥 사이에 겨누었다.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벼락이 치더니 기둥 하나가 푹 쓰러져 버렸다.

-쏴! 쏴버려!

‘하쉬’들 중 몇몇이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섬과 동시에 솟이 보기에 둥근 발 짐승의 입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불꽃이 쏟아져 나왔다.


“으아악!”

“깽!”


앞으로 달려 오던 사람과 늑대 몇몇이 뒤로 펄쩍 밀려나거나 땅에 엎어져 비명을 질러대었지만 그들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금방 파괴된 기둥까지 내달리는데 성공한 그들은 미처 도망가지 못한 ‘하쉬’와 둥근발 짐승을 향해 곤봉과 돌,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로 사정없이 공격을 가해왔다.

‘하쉬’들은 사람과 늑대의 공격에 힘없이 쓰러지며 곧 저항할 힘을 잃었지만 둥근발 짐승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몸을 흔들어 대며 자신에게 달라붙은 인간과 늑대들을 떨어트리며 연이어 입에서 불을 내뿜어 상대를 핏덩어리로 만들어 쓰러트렸다. 작은 둥근발 짐승은 약간의 저항 후 인간들에게 제압이 되었지만 덩치가 큰 두 마리의 둥근발 짐승의 저항은 맹렬했다.

-비켜라!

그차가 소리를 지르며 굽은 나무를 둥근발 짐승에게 던졌다. 둥근발 짐승은 그것을 맞고 그차쪽으로 입을 돌렸다. 바로 불을 토한다면 그차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만둬!

솟은 그차를 구하기 위해 돌을 집어 들고 마치 하늘을 나르듯 튀어 올라 둥근발 짐승의 머리위에 올라앉았다. 솟은 돌을 꺼내어 들었고 그 순간 수이를 구하기 위해 돌로 둥근발 짐승을 공격했던 기억을 상기시켰다. 둥근발 짐승은 돌로 때린다고 쓰러질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솟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불꽃을 토해내는 둥근발 짐승의 입에 돌을 박아 넣었다. 돌은 둥근발 짐승의 입에 단단히 박혔다.

-푸학!

둥근발 짐승의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리자 솟은 재빨리 땅으로 뛰어내렸다. 그 바람에 발목이 시큰거렸지만 솟은 아픔조차 호소할 틈이 없었다. 둥근발 짐승이 굉음을 내며 머리부분이 터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우와아아아!

-우우우!

인간과 늑대의 함성소리가 사방을 뒤엎었지만 또 하나의 둥근발 짐승이 이번에는 쉽게 일어서지 못하는 솟을 노리고 다가와 불을 토하는 입을 천천히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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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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