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 관리대책이 시급하다

[김준의 섬이야기51] 여수시 소횡간도

등록 2006.11.06 14:30수정 2006.11.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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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물에서 멸치를 털어 돌아오는 작은 배

그물에서 멸치를 털어 돌아오는 작은 배 ⓒ 김준

남편은 개에(바닷가) 나가 배를 닦고 있다. 아내는 어제 남편이 멸치그물에서 건져온 잡어들을 손질한다. 한동안 해파리 덕(?)에 푹 쉬었다. 멸치라도 잡아야 겨울철을 날 수 있을 텐데. 배 밑창에 붙은 꾸적들을(이물질들을) 긁어내며 포구에 말려놓은 그물에 눈길을 준다. 요즘 통 신통치 않다. 옆에서 이것저것을 캐묻는 것이 귀찮았던지 "작은 섬에 뭐 볼 것이 있다고" 라며 말끝을 흐린다. 더 이상 묻는다면 역정을 내실 것 같아 그만두었다. 지난번 멸치도 잡히고 전어를 몇 마리 사가지 올 때는 그래도 좋았는데.

섬이라고 해봐야 3만평에도 이르지 못한다. 도심의 제법 넓은 공원 면적만 못한 작은 섬이다. 섬에서 가장 큰 건물인 학교에는 아이들과 책걸상은 어디 가고 한 칸 짜리 교실 안에는 고기잡이 그물만 가득하다. 정기여객선이 없는 탓에 인근 대횡간도라도 갈라치면 작은 멸치잡이 배를 이용해야 한다. 외지인은 물론이고 주민들이라고 해야 전부 6명에 불과한 작은 섬, 갑자기 개짓는 소리가 요란하다.


몇 명의 낚시꾼들이 사립문 사이로 지나친다. 이 마을 뒤 갯바위 낚시는 태공들에게 제법 알려진 포인트다. 골목길이라고 해야 20m나 될까. 포구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좌우에 멸치를 삶는 멸막(멸치를 삶아 말리는 막사)이 하나씩 있다. 골목길로 들어서면 좌우에 두세 집이 붙어 있다. 오른쪽 멸막 옆은 저녁에 불을 밝히는 자가발전시설이 있다.

군데군데 빈집 사립문이 갯바람에 덜컹거린다. 모두 6가구가 살고 있다지만 멸치를 잡으며 갯일을 하는 집이 두 가구, 주소만 이곳에 두고 자식들에게 나가 있는 집이 두 가구, 나머지는 두 가구는 손바닥만 한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a 멸치를 삶는 멸막

멸치를 삶는 멸막 ⓒ 김준

a 멸치잡이와 함께 소횡간의 대표적인 고기잡이 통발

멸치잡이와 함께 소횡간의 대표적인 고기잡이 통발 ⓒ 김준

대횡간도가 빤히 내려다보이는 섬 한쪽 구석에는 포크레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사 중이다. 작은 섬 전체를 뒤덮을 듯 공사장 소음은 요란하지만 주민들은 머지않아 공급될 희망의 전기로 가슴이 설렌다. 전기가 들어오면 멸치 그물에 들어온 잡어들은 물론 반찬들도 넣어 놓고 싱싱하게 꺼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기름을 이용한 발전기 가동으로 인해 하루에 4∼5시간 밖에 불을 밝히지 못했다. 이런 탓에 그 흔한 냉장고는 엄두도 내지 못했고, 저녁 참에 시골사람들의 유일한 재미인 TV 연속극도 보기 어려웠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발전기도 멈추고 어둠에 갇히던 섬에 이제 불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70여 가구가 사는 대횡간도에서 1.3km 떨어진 소횡간도까지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12억의 예산을 들여 양쪽 섬의 길이 만한 철탑을 세우고 있다.

작은 섬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대책마련 시급


a 소횡간도의 유일한 농지(밭) 가장자리로 전기를 끌어 오기 위한 전신주들이 세워졌다.

소횡간도의 유일한 농지(밭) 가장자리로 전기를 끌어 오기 위한 전신주들이 세워졌다. ⓒ 김준


a 전기를 끌어 올 수 있도록 철탑을 세우기 위해 파헤친 모습(대횡간도)

전기를 끌어 올 수 있도록 철탑을 세우기 위해 파헤친 모습(대횡간도) ⓒ 김준


a 대횡간도에서 끌어온 전기를 받기 위해 소횡간에도 철탑이 세워졌다.

대횡간도에서 끌어온 전기를 받기 위해 소횡간에도 철탑이 세워졌다. ⓒ 김준


평생을 어둠과 함께 살아온 주민들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머지않아 무인도로 변할 것이 불 보듯 한데 섬의 경관을 파괴하고 나중에 처리하기도 힘들 철탑을 세우는 정책이 아쉬울 뿐이다. 이미 햇볕과 바람 등 자연자원을 활용한 대체에너지, 신재생에너지가 실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 백야도의 ‘한국섬살리기 운동본부’ 이재언 본부장(백야도교회 목사)은 "머지않아 무인도로 변할 작은 섬에 큰 철탑을 세우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여러 차례 여수시 홈페이지 등에 건의했지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다시 소횡간도를 찾았을 때 철탑은 하늘 높이 올라 있었다. 태양력을 활용한 전기는 약하고 양식장 등 가두리 양식장의 모터 등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민과 관계자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광주환경운동연합의 김광훈 환경정책 팀장의 의견은 다르다. 소횡간도보다 훨씬 큰 규모의 섬에서도 태양광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술력으로 소횡간도 규모면 집안에 집열판을 만들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별도의 시설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 전체 도서의 84%가 무인도다. 이중 전라남도는 전체 무인도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유인도 역시 전라남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하다. 전남의 도서정책이 곧 우리나라의 도서정책을 결정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무인도서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제시했다.

훼손과 쓰레기 방치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해양관광의 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갯벌과 함께 전라도의 소중한 자원 섬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아쉽다. 그리고 머지않아 무인도화 될 섬들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a 소횡간의 작은 마을

소횡간의 작은 마을 ⓒ 김준


a 폐교가 된 이후 그물로 가득한 교실

폐교가 된 이후 그물로 가득한 교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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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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