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109회

영원속으로

등록 2006.11.20 17:21수정 2006.11.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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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하고서 대체 내게 뻔뻔스럽게 뭘 요구한다는 거야? 당신의 하쉬가 뿌려놓은 씨앗이 있는데! 하쉬는 지구의 생명을 모욕했어!”

마르둑은 갑자기 남현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남현수는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적대적인 태도를 누그러트리지 않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하쉬의 생명을 다시 살려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이대로는 하쉬의 생명을 부활시킬 수 없습니다. 저희 유전자를 이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막상 이식을 하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나와 더 이상 하쉬의 생명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남현수의 몸이 약간 기우뚱 거렸다. 남현수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어느새 가라앉아 있었다.

‘이 외계의 기계덩어리는 정말로 날 전지전능한 지구의 신쯤으로 여기는 건가? 긴 세월이 흐르다 보니 뭔가 오작동을 일으킨 게 아닐까?’

“허락해 주십시오!”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가?”


남현수는 엎드린 마르둑의 머리를 발로 지그시 밟으며 거만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마르둑은 기계답게 남현수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공손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간단합니다. 남박사님이 지닌 위대한 생명력으로 7만 년 전 수이님의 후손과 결혼해 후손을 남기면 됩니다.”


남현수는 생각지도 않은 마르둑의 제안에 어안이 벙벙해 졌다. 40대 초반에 이른 나이였지만 남현수는 주위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결혼에는 무관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만큼 마르둑의 제안은 남현수에게 갑작스럽기도 하고 어처구니도 없었다.

“뭘 모르나 본데 결혼이라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지구인들의 관습에 대해서는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간청 드리는 것입니다.”

남현수는 어이없는 와중에서도 수이의 후손이라는 말에 살짝 호기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살고 있다는 2천만명중에 내가 선택하는 것인가? 혹시 나와 다른 종은 아니겠지?”

“그건 아닙니다.”

마르둑이 머리를 살짝 든 채 슬쩍 웃음을 지었다. 남현수는 그 웃음을 보며 마르둑이 참 교묘하게 프로그로밍된 로봇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희가 심은 하쉬의 유전자를 받아드리는 성향의 생명도 세대가 거듭될수록 희석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성향을 잘 보존했다고 해도 유전적인 결합을 발생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결국 그 중에서 지구의 환경에 훌륭하게 적응하며 남은 후손을 가려내야했지만 그럴만한 시기는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런 여인이 태어났습니다. 하쉬의 생명에게 빛이 되어줄 여인이죠.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작은 부락이 있습니다. 그곳에 그 여인이 있습니다.”

남현수의 입가에 실소가 나왔다.

‘아프리카의 여인?’

“그곳까지 가지 않으시겠다면 저희가 데려 올 수도 있습니다.”

“그 여인이 너희들의 말을 따라 나와 결혼을 하겠냐?”

“그야 간단합니다. 그 부락은 신부비만 후하게 치러지면 외지인이라도 기꺼이 딸을 내어주는 풍습이...”

“닥쳐! 이런 장난 따위!”

남현수는 있는 힘을 다해 마르둑을 잡아 일으킨 다음 얼굴에 힘껏 주먹을 날렸다. 마르둑은 남현수의 주먹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도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남현수는 마르둑이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마치 솜이불을 때린 것 같이 주먹에 딱딱한 느낌이 전해져 오지 않는 것에 은근히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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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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