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108회

영원 속으로

등록 2006.11.17 16:55수정 2006.11.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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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속으로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겁니까?”


막 7만 년전 에서 돌아온 남현수는 대뜸 마르둑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남현수가 즉각적으로 반응한데에는 과거로의 여행을 몇 번 겪어오면서 잠시 멍해지는 현상을 극복한 탓도 있었지만 그만큼 7만 년 전의 얘기가 확실한 결말을 보여주지 못하고 끝난 탓이기도 했다.

“짐리림은 그 후 지구에서 인간의 번성을 지켜보며 남은 생애를 하쉬의 생명체를 보존하는데 힘썼습니다. 물론 혼자서 탐사선이라는 고립된 공간을 가지고 하쉬의 생명을 번성시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요. 그래서 짐리림은 탐사선 안에 남아 있는 하쉬의 생물학적 특징을 모아 보존하기로 마음먹고 그 일에 매달렸습니다.”

남현수는 그 말이 금방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눈치를 챈 마르둑이 설명을 덧붙였다.

“지구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DNA와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됩니다. 그 유전자들을 나와 같은 로봇의 몸에 저장시켜 둔 것이죠.”

“그 말은… 마르둑씨도 하쉬의 생명체를 번식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저희로서는 아쉽게도 제 신체 자체가 번식이 가능한 건 아닙니다. 단지 하쉬 생명체의 유전자를 보존하며 언젠가는 번성시킬 기회를 기다린다는 것이죠.”

“제가 그런 방면에 대해 지식이 없어서 묻는 것이지만 단지 유전자로만 어떻게 번식을 한다는 겁니까?”


“그렇기에 제가 박사님을 여기까지 모셔온 것입니다. 여기 이곳은 지금 ‘인류’라고 불리는 종이 처음으로 출현한 곳입니다. 진화의 시계는 아주 서서히 흘러가기에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번성할 때까지 인류는 이곳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곳에서 생명 그 자체인 남박사님의 동의를 얻고 싶은 겁니다.”

남현수는 울창한 숲이 우거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인류의 고향이라는 그곳에는 포근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끊임없는 생명의 경쟁과 삶의 고통, 의지가 뒤죽박죽이 되어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것은 남현수가 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기도 했다.

“마르둑씨, 하쉬의 생명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게 바로 이런 것인가요?”

마르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내게 이런 부탁을 할 것도 없이 지구의 생명체를 가지고 가 하쉬의 유전자를 번식시키는데 이용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아니요. 그렇게 되지 않았기에 번거로운 일을 한 것입니다. 그때 위대한 하쉬가 뿌린 씨앗이 절정에 올랐을 때 교섭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7만 년 전, 수이라고 불리던 여인이 남긴 후손은 지구 전역에 2천 만 명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한 가지 비밀을 안은 채 존재하고 있지요.”

마르둑의 말이 계속 될수록 남현수의 마음은 답답해져만 갔다. 아무 물증도 없는 마르둑의 얘기는 남현수에게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래 이 망할 외계 생물아, 그 비밀이 뭔가?”

다시 또 남현수는 정신이 이상해지며 마르둑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마르둑은 감정을 내세우지 않는 기계답게 이번에도 태연히 답했다.

“그것은 하쉬께서 수이라는 여인의 몸에 하쉬의 유전자가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작을 가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 당장 실용화하지 못한 건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었죠. 따라서 긴 시간을 두고 과연 하쉬의 유전자가 이어질 수 있는가를 살펴야 했습니다.

짐리림님은 가슴을 졸였지만 다행히 수이가 가진 유전자는 번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모계에 우성으로 이어지는 이 유전자는 애초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 되었지요. 솟의 딸과 그차의 딸이 각각 태어났는데 솟의 딸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차의 딸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전자를 퍼트리기 시작해서 오늘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 종을 초월해 세계 곳곳에 퍼져 있으며 지금 지구의 기술로는 이들을 솎아내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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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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